메뉴 건너뛰기

[철학]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 : 주체의 철학 VS 타자의 철학

by 이우 posted Mar 08, 2020 Views 7933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시간과타자_900.jpg


  (...) 일상적 삶 속에서, 세계 안에서, 주체가 지닌 물질적 구조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아(le moi)자기(le soi) 사이에 사이(intrevalle)가 나타난다. 동일한 주체는 즉시 자신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허이데거 이후, 우리는 세계를 도구들의 집합으로 보는 일에 익숙해 있다.* 세계 안에 실존하는 것은 행위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위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실존을 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도구는 서로 다른 것을 지시하며 마침내 모두 우리 실존적 관심을 지시한다. 그러므로 욕실의 버튼을 누를 때 우리는 전적으로 존재론적인 문제를 여는 셈이 된다. 하지만 하이데거가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세계는 도구들의 체계를 이루기 전에 먹거리(糧食)들의 집합이라는 사실이다. 세계 안에서 인간의 삶은 세계를 채우는 대상들을 넘어설 수 없다. 아마도 먹기 위해서 산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먹는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먹는 행위의 최후 목적은 음식 안에 담겨 있다. 꽃의 냄새를 맡을 때, 이 행위의 목적은 꽃의 향기에 제한된다. 산책하는 것은 바람을 쐬기 위한 것이고, 건강 때문이 아니라 공기 때문이다. 세계 안에서 우리의 실존을 특징짓는 것은 먹거리들이다. 탈존적 실존, 곧 자기 밖에 존재하는 것은 대상에 의해 제한된다.

  대상과의 관계, 이것을 우리는 향유(jouissance)로 특징지울 수 있다. 모든 향유는 존재의 방식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감각 작용, 다시 말해 빛과 인식이다. 대상을 흡수하지만 동시에 대상과 거리를 둔다. , 곧 밝음은 본질적으로 즐김에 속한다. 그러므로 주체는 주어진 먹거리들에 직면해서, 공간 속에, 그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대상들과 거리를 둔 가운데 존재한다. 홀로서기의 순수하고 단순한 동일성 안에서 주체는 자기 자신에게 매여 있지만, 세계 안에서는 자기에게 돌아오는 대신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과의 관계'라는 것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일상적 삶은 이미 최초의 물질성으로부터 해방되는 방식인데 이것에 의해 주체는 완성된다. 여기에는 이미 자기 망각이 개입되어 있다. 『지상의 양식』**의 모랄은 최초의 모랄이다. 최초의 포기.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이것을 거쳐 지나가야 한다.*** (...)

  -  『시간과 타자』(에마누엘 레비나스 · 강연안 · 문예출판사 · 1996년 · 원제 : Le Temps et L`Autre, 1947년) p23~25

  .....................................

  * 하이데거는 세계를 공간 가운데 존재하는 사물들의 총체로 보기보다는 존재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존재자와 상관된 '도구 전체성'으로 이해한다.

  **『지상의 양식』 : 앙드레 지드의 산문(1897년)

  ***(원주) 향유를 이렇게 '자기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플라톤주의에 대립된다. 플라톤은 혼합된 쾌락을 거부할 때 일종의 계산을 하고 있다. 혼합된 쾌락은 순수하지 못한데, 그 까닭은 그와 같은 쾌락은 어떤 현시적 이익이 기록되지 않고서 채우는 결핍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향유를 손익 관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향유를 그것의 생성, 그것의 사건 안에서, 존재 안에 스스로 등록하는 , 변증법 속에 던져진 자아의 드라마와 관계해서 보아야 한다. 지상의 양식의 모든 매력, 젊음의 모든 경험은 플라톤적 계산과 대립된다.







  1. 20
    Dec 2023
    20:18

    [철학] 『돈의 철학』 : 주체, 객체, 정신, 자아, 주관, 객관, 욕망, 가치

    실천적 객관성은 주관적인 것의 총체성을 규정하거나 보증한다 (...) 주체라는 의식은 그 자체가 이미 객관화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신의 인격 형식이라는 원천 현상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마치 그 어떤 대상처럼 관찰하고 알며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99 file
    Read More
  2. 08
    Mar 2020
    04:24

    [철학]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 : 주체의 철학 VS 타자의 철학

    (...) 일상적 삶 속에서, 세계 안에서, 주체가 지닌 물질적 구조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아(le moi)와 자기(le soi) 사이에 사이(intrevalle)가 나타난다. 동일한 주체는 즉시 자신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허이데거 이후, 우리는 세계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9333 file
    Read More
  3. 14
    Feb 2019
    06:43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목적론 · 신학 · 교화와 훈육 · 도덕

    (...) 칸트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유기적 존재자들이 목적인의 "실마리"에 따라 판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B319~V389) (중략) '자연의 기술'이라는 개념은 곧 자연목적을 설명할 수 없음을 근거로 해서 "교조적"($74)으로 취급될 수는 없다.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932 file
    Read More
  4. 04
    Dec 2018
    06:23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정신분석과 재현 · 욕망 기계 · 탈영토화

    (...) 분열-분석의 테제는 단순하다. 즉 욕망은 기계이며, 기계들의 종합이며, 기계적 배치체, 즉 욕망기계들이라는 것이다. 욕망은 생산의 질서에 속하며, 모든 생산은 욕망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분석이 이러한 생산의 질서를 으깼고,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272 file
    Read More
  5. 28
    May 2018
    09:15

    [철학] 『향락의 전이』 : 상상적 과잉성장, 상징적 허구 혹은 창조적 허구

    (...) 현대적 매체의 문제는 우리가 허구와 현실을 혼동하도록 유혹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 매체의 초현실적 성격에 있으므로 그것들은 상징적 허구를 위한 공간을 개방하는 공동을 채운다. 상징계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허구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134 file
    Read More
  6. 01
    Mar 2018
    06:3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코나투스(conatus) · 욕망과 의지, 감정

    (...) 의식 자체도 원인을 가져야 한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자신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욕구(l' appetit)>로 정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이것은 단지 욕망에 대한 유명론적 정의일 뿐이며, 의식은 욕망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고 정확...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269 file
    Read More
  7. 12
    Dec 2017
    04:08

    [철학] 들뢰즈가 말하는, 욕망 · 대중 · 권력 · 제도

    (...) "미시-파시즘만이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문제에 대답을 줄 수 있다. 욕망이 자신에 대한 억압을 욕망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은 또 어떻게 억압을 욕망할 수 있는 것일까? 확실히 대중은 권력에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은 일종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350 file
    Read More
  8. 07
    Apr 2017
    18:19

    [사회] 소비이론 : 사물과 욕구 · 소비영역

    (...) 경제학자에게서 욕구란 효용이다. 소비를 목적으로한, 즉 재화의 효용을 소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러저러한 특정 재화에 대한 욕구이다. 따라서 욕구는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재화를 통해 터음부터 이미 어떤 목표-끝에 행해지며, 선호(選好)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20683 file
    Read More
  9. 19
    Nov 2016
    16:08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우리 모두는 기계인데, 이 말은 은유가 아니다

    ... 그것(ca)은 도처에서 기능한다. 때론 멈춤 없이, 때론 단속적으로. 그것은 숨 쉬고, 열 내고, 먹는다. 그것은 똥 싸고 씹힌다. 이드(le ca)라고 불러버린 것은 얼마나 큰 오류더냐? 도처에서 그것은 기계들인데, 이 말을 결코 은유가 아니다. 그 나름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4753 file
    Read More
  10. 03
    Oct 2016
    20:59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문학과 예술

    (...) 기이한 영미문학이 있다. 토머스하디에서, 로렌스에서 라우리까지, 밀러에서 긴즈버그와 게루악에 이르는 이들은 출발하는 법을, 코드들을 뒤섞고, 흐름들을 흐르게 하고, 기관 없는 몸의 사막을 가로지르는 법을 알고 있다. 그들은 극한을 뛰어넘으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574 file
    Read More
  11. 30
    Sep 2016
    15:23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오이디푸스와 분열분석

    ... 오이디푸스가 복귀 내지 적용에 의해 얻어진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오이디푸스 자신은 사회장의 리비도 투자의 특정 유형을, 사회장의 생산과 형성의 특정 유형을 전제하고 있다. 개인 환상이 없는 것처럼 개인적 오이디푸스도 없다. 오이디푸스는, 그를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771 file
    Read More
  12. 31
    Aug 2016
    17:52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욕망 기계

    욕망 기계의 첫번째 양태 : 채취-절단, 채취하기 ... 욕망기계들은 기계들인데, 이 말은 은유가 아니다. (...) 욕망기계들은 그 어떤 은유와도 무관하게 참으로 기계들인 걸까? 기계는 절단들의 체계라고 정의된다. 현실과의 격리라 여겨지는 절단은 여기서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676 file
    Read More
  13. 28
    Aug 2016
    22:15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사회체와 기관 없는 몸

    ... 모든 사회적 생산은 특정 조건들에서 욕망적 생산에서 유래한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호모 나투라. 하지만 또 우리는, 정확하게 욕망적 생산은 무엇보다 사회적이며, 끝에서야 자신을 해방하는 데로 향한다고 말해야 한다. (...) 사회 기계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247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