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판단력

by 이우 posted Mar 19, 2019 Views 4527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판단력비판.jpg


  (...) 선험적 개념들이 적용되는데까지가, 원리에 따른 우리 인식 능력의 사용이 닿는 범위이며, 그와 함께 철학이 미치는 범위이다. 그러나 가능한 그 대상들에 대한 인식을 성취하기 위해 저 개념들이 관계 맺는 모든 대상의 총괄은 우리의 능력이 이 의도에 충분한가 불충분한가에 따라 여러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개념들은, 대상들과 관계 맺는 한, 그 대상들에 대한 인식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와는 상관없이 분야를 갖는 바, 그 분야는 순전히 객관이 우리 인식 능력 일반에 대해 갖는 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거기에서 우리에게 인식이 가능한 이 분야의 부분이 이 개념들과 그를 위해 필요한 인식능력을 위한 지반(領土)이다. 그 위에 개념들이 법칙을 수립하는 이 기반의 부분이 이 개념들과 이 개념들에 대해 권한을 가진 인식능력들의 관할구역(領域)이다. 그러므로 경험개념들은 감관 대상들의 총괄인 자연 안에 지반을 갖기는 하지만, 아무런 관할구역을 갖지는 못한다. 단지 체류지, 주소(住所)를 가질 따름이다. 왜냐하면, 경험개념들은 법칙적으로 산출된 것이기는 하지만, 법칙을 수립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이것들에 기초하고 있는 규칙들은 경험적이고, 그러니까 우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체 인식능력은 두 관할구역, 즉 자연개념들의 구역자유개념의 구역을 갖는다. 이 양자에 의해 우리 인식능력선험적으로 법칙을 수립하니 말이다. 철학은 무릇 이에 따라서 이론철학실천철학으로 나뉜다. 그러나 그 위에 그것의 관할구역이 세워지고, 그것의 법칙수립이 실행되는 지반은 언제나 모든 가능한 경험 대상들―이것들이 순진한 현상들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간주되는 한에서―의 총괄일 따름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 대상들에 대한 지성의 법칙수립이란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개념들에 의한 법칙수립지성에 의해서 일어나며, 이론적이다. 자유개념에 대한 법칙수립이성으로부터 일어나며, 순전히 실천적이다. 오로지 실천적인 것에서만 이성은 법칙수립일 수 있다. 이론적 인식에, 즉 자연에 대해서는 이성은 단지 지성에 의거해 아는 자로서 주어진 법칙들로부터 추론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따름이며, 이 결론들 또한 언제나 오직 자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러나 거꾸로, 규칙들이 실천적일 경우 기술적-실천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성이 곧바로 법칙수립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성이성은 한쪽이 다른 쪽에 해를 입힐 필요 없이 경험이라는 동일한 지반 위에서 서로 다른 법칙을 수립한다. 왜냐하면, 자연개념이 자유개념에 의한 법칙수립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이 두 법칙수립과 그에 속하는 능력들의 공존을 동일한 주관 안에서 적어도 모순 없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순수 이성 비판이 증명했다. 순수 이성 비판은 이에 관한 반론들을 그 두 법칙수립 안에 있는 변증적 가상을 들춰냄으로써 입축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법칙수립에 있어서는 서로 제한하지 않되, 감성세계 안에서의 작용함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서로 제한하는 이 서로 다른 관할구역이 하나를 이루지 못함은, 자연개념은 그의 대상들을 직관에서 표상하기는 하지만, 사물들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순전한 현상들로서 하는 반면에, 자유개념은 그 객관에서 사물 그 자체를 표상하지만 직관에서 하지 못한다는 사연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둘 중 어느 것도 그의 대상을, 그리고 사고하는 주관조차도 사물 그 자체로서 이론적으로 인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물 그 자체는 초감성적인 것일 터여서, 이것의 이념을 사람들은 경험의 모든 저 대상들의 가능성의 근저에 놓일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 이념 자신을 결코 하나의 인식으로 고양하고 확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전체 인식능력에 대해서 한계가 없는, 그러면서도 접근할 수 없는 분야, 곧 초감성적인 것의 분야가 있으니, 거기서 우리는 우리를 위한 지반을 발견할 수 없으며, 그러므로 그 위에서 우리는 지성개념들에 대해서도 이성개념들에 대해서도 이론적 인식을 위한 어떤 구역을 가질 수 없다. 이 분야는 우리가 이성을 이론적으로 사용하는 더불어 실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이념들로써 채우지 않으면 안 되지만, 우리가 자유개념으로부터의 법칙들과 관련해서는 이 이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실천적 실재성뿐으로, 따라서 이를 통해서는 우리의 이론적 인식은 초감성적인 쪽으로 조금도 확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감성적인 것인 자연개념의 구역초감성적인 자유개념 구역 사이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간극이 견고하게 있어서, 전자로부터 후자로, 그러니까 이성의 이론적 사용에 의거해서 건너가는 것이, 마치 한쪽이 다른 쪽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있는 것처럼, 가능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그럼에도 후자는 전자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한다. 곧 자유개념은 그 법칙들을 통해 부관된 목적을 감성세계에서 현실화해야 하며, 따라서 자연은 또한, 그것의 형식의 합법칙성이 적어도 자유법칙들에 따라서 자연에서 실현되어야 할 목적들의 가능성과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 근거에 대한 개념은, 비록 이론적으론나 실천적으로나 이 근거의 인식에 이르지는 못하고, 그러니까 아무런 고유한 영역을 갖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쪽 원리들에 따르는 사유방식으로부터 다른 쪽의 원리들에 따르는 사유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

- 『판단력비판』(특별판 한국어 칸트 선집 · 지은이 : 임마누엘 칸트 · 옮긴이 : 백종현 · 아카넷 · 2017년 · 원제 : Kritik der Urteilskraft, 1790년)  <서론 : 철학 일반의 구역들에 대하여> p155~158











  1. 04
    Nov 2020
    03:21

    [철학] 『천 개의 고원』 : 책 · 예술 · 언표행위 · 기관 없는 몸체

    (...) 책에는 대상도 주체도 없다. 책은 갖가지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들과 매우 다양한 날짜와 속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이 어떤 주체의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 질료의 구실과 이 질료의 관계들의 외부성을 무시하게 된다. 지질학적 운동을 설명...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520 file
    Read More
  2. 19
    Mar 2019
    14:58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판단력

    (...) 선험적 개념들이 적용되는데까지가, 원리에 따른 우리 인식 능력의 사용이 닿는 범위이며, 그와 함께 철학이 미치는 범위이다. 그러나 가능한 그 대상들에 대한 인식을 성취하기 위해 저 개념들이 관계 맺는 모든 대상의 총괄은 우리의 능력이 이 의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5278 file
    Read More
  3. 04
    Dec 2018
    06:23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정신분석과 재현 · 욕망 기계 · 탈영토화

    (...) 분열-분석의 테제는 단순하다. 즉 욕망은 기계이며, 기계들의 종합이며, 기계적 배치체, 즉 욕망기계들이라는 것이다. 욕망은 생산의 질서에 속하며, 모든 생산은 욕망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분석이 이러한 생산의 질서를 으깼고,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272 file
    Read More
  4. 04
    Dec 2017
    16:21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역사, 자본, 그리고 우발의 개입·탈영토화·탈코드화

    #역사 (...) 탈코드화된 욕망들, 탈코드화의 욕망들은 늘 있었고, 역사는 이것들로 충만하다. 하지만 탈코드화된 흐름들이 하나의 욕망을, 사회적인 동시에 기술적인 욕망기계를 꿈꾸거나 결핍하는 대신 그런 기계를 생산하는 욕망을 형성하는 것은, 한 장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2706 file
    Read More
  5. 22
    Nov 2017
    18:16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사목권력의 특징, 복종 · 예속 · 배려 · 봉사

    (...) 고대세계가 끝나갈 무렵 근대 세계가 탄생할 무렵까지 그리스도교 사회보다 더 사목적인 문명이나 사회는 결코 존재했던 적이 없습니다. 이런 사목, 이런 사목권력은 인간을 법이나 주권자에게 예속시키기 위해 사용된 절차와 동일시되거나 혼동되어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324 file
    Read More
  6. 22
    Nov 2017
    04:52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인간에 대한 통치, 사목권력의 출현

    (...) 목자의 은유는 희귀합니다. 하지만 명맥한 예외, 플라톤이라는 중대하고 주된 예외가 있습니다. 훌륭한 행정관, 이상적인 행정관이 목자로 간주되고 있는 텍스트가 플라톤에게는 많이 있습니다. 훌륭한 목자라는 것은 훌륭할 뿐만 아니라 단적으로 참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7990 file
    Read More
  7. 21
    Nov 2017
    19:53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인간에 대한 통치'의 탄생, 사목권력

    (...) 인간에 대한 통치는 두 형태로 나타납니다. 사목적 유형의 권력이라는 관념과 조직형태가 그 중 하나이고, 양심지도나 영혼지도라는 형태가 나머지 하나입니다. 첫번째 형태로 사목권력의 관념과 조직을 살펴보죠. 왕 · 신 · 수장이 인간과 관련해 목자...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346 file
    Read More
  8. 21
    Nov 2017
    16:26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통치란 사람들을 적절한 목적으로 이끌기 위해 사물을 배치하는 일이다

    (...) 16세기에 '경제'라는 말은 통치의 한 형식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18세기가 되면 '경제'는 우리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련의 복잡한 절차를 통해 통치가 개입하는 현실의 한 수준, 어떤 영역을 지칭하게 됩니다. 지금까지가 통치한다는 것은 무엇...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3627 file
    Read More
  9. 15
    Oct 2016
    13:22

    [철학] 의미 생성과 주체화의 두 축

    “우리는 두 개의 축을 의미 생성과 주체화의 축을 만났다. 이것들은 매우 다른 두 개의 기호계, 또는 두 개의 지층이다. 하지만 의미 생성은 기호들과 잉여들을 기입할 흰 벽이 없으면 안 된다. 주체화는 의식, 정념, 잉여들을 숙박시킬 검은 구멍이 없으면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594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