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자연과 인간의 합목적적 관계·역사

by 이우 posted Feb 07, 2019 Views 3965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칸트의비판철학.jpg


  (...) 마지막 질문은 이런 것이다. 어떻게 궁극 목적은 또한 자연의 최종 목적인가? 다시 말해, 오로지 초감성적 존재로서, 또 가상체로서만 궁극 목적인 인간이 어떻게 감성적 자연의 최종 목적일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초감성계가 감성계와 통일되어야 함을 한다. 자유 개념은 감성계 속에서 자유의 법칙이 부과한 목적을 실현해야만 한다. 이 실현은 두 종류의 제약 아래서 가능하다.

  그 하나는 신적 제약들이다. 이성의 이념들에 대한 실천적 규정은 감성계와 초감성계의 일치, 행복과 도덕성의 일치로서 최고선을 가능하게 해준다. 다른 하나는 현세적 제약들이다. 미학과 목적론에 있어서 합목적성은 최고선 자체의 실현, 다시 말해 보다 높은 합목적성에 대한 감성적인 것의 합치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자유의 실현은 또한 최고선의 성취이다. 즉 "세계 안의 이성적 피조물의 최고의 행복과 도덕적 선 자체의 최고의 제약과의 결합"(『판단력비판』 88)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제약적인 궁극 목적은 감성계 자연의 최종 목적이다. 제약들 아래서 이 최종 목적은, 궁극 목적을 감성적 자연 속에서 필연적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또 실현되어야 하는 것으로 정립한다.

  최종 목적이 궁극 목적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닌 한에서의 최종 목적은 근본적인 역설의 대상이다. 즉 감성적 자연의 최종 목적은 이 자연 자체가 충분히 실현될 수 없는 목적이다.(『판단력비판』 84) 자유를 실현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지만 자유 개념은 자연 속에서 실현되거나 성취된다. 감성계 안에서 자유와 최고선의 성취는 이처럼 인간의 고유한 종합적 활동을 함축한다. 다시 말해 역사가 이 성취이며 또한 역사는 자연의 단순한 전개와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최종 목적의 이념은 자연과 인간의 합목적적 관계를 잘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는 오직 자연적 합목적성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그리고 명백히, 이 관계는 이 감성적 자연과는 관계가 없다. 이 관계는 인간이 설립하고 창시해야만 한다.(『판단력비판』 83) 합목적적 관계의 설립이란 왼벽한 시민 정체(政體)의 형성이다. 이 시민 정체는 문화의 최고 목표이고 역사의 목적이며 진정한 현세적 최고선이다.(『판단력비판』 88 ; 『보편사』 명제 5~8)

  위의 역설은 쉽게 설명된다. 현상으로서의 감성적 자연은 기체로서 초감성적인 것을 갖는다. 오직 이 기체 속에서만 감성적 자연의 기계론과 합목적성, 다시 말해 자연 안에서 감각의 대상으로서 필연적인 것과 관계하는 기계론과, 자연 안에서의 이성의 대상으로서 우연적인 것과 관계하는 합목적성이 양립하게 된다.(『판단력비판』 77) 그러므로 감성적 자연이 '자신의' 최종 목적인 것을 실현하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것은 초감성적 자연의 술책이다. 왜냐하면 이 목적은 초감성적인 것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초감성적인 것이 성취되어야만 하는, 다시 말해 초감겅적인 것은 감성적인 것 속에서 결과를 가져야만 하는 한에서 말이다.

  "자연이 의도하는 바는 인간이 그의 동물적 현존의 기계적 구성을 넘어서는 모든 것을 전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산출하고, 또 본능에서 독립하여 자신의 고유한 이성을 통해서 창조한 행복이나 완벽함 이외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보편사』, 명제 3, VIII, 19) 이렇듯 감성적 자연과 인간의 능력들의 일치에 있어서 우연은 최고의 초월적 가상이며, 이것이 초감성적인 것의 술책을 감춰버린다.

  그러나 감성적인 것 속에 실현된 초감성적인 것의 결과에 대해서는, 또는 자유 개념의 실현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결코 현상으로서 감성적 자연이 자유의 법칙 또는 이성의 법칙에 종속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런 역사 개념은 사건들이 이성을 이성을 통해, 그리고 가상체로서의 인간 안에 개별적으로 현존하는 이성을 통해 규정된다는 것을 함축할 것이다. 이때 사건들은 인간 자신의 '합리적인 개인적 계획'을 나타낼 것이다.(『보편사』, 서론)

  그러나 감성적 자연 속에 나타나는 것인 역사는 우리에게 모든 대립을 보여준다. 즉 힘들의 순수한 관계들, 성향들 간의 적대 관계들 같은 것 말이다. 이런 대립은 유치한 자만과 같은 광기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감성적 자연은 언제나 자신의 고유한 법칙을 따른다. 그러나 설령 감성적 자연이 그의 최종 목적을 실현할 수 없다 해도 역시 감성적 자연은 이 목적의 실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신의 고유한 법칙을 따라야 한다. 바로 이 힘들의 메카니즘과 성향들의 투쟁(반사회적 사회성, 『보편사』, VIII, 2)0 참조)을 통해 감성적 자연은 인류 자체 속에서 사회 건설을 주재하고, 오로지 그런 가운데서만 궁극 목적은 역사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보편사』, 명제 4)

  이처럼 선험적인 개인적 이성의 계획의 관점에서 볼 때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인간 종에 있어서 이성의 발전을 경험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자연의 계획'일 수 있다. 역사는 개인의 이성의 관점이 아니라 종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만 한다.(『보편사』, 명제 2) 이처럼 자연의 두 번째 술책이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첫 번째 것과 혼동해서는 안된다.(두 가지 모두 역사를 구성한다) 이 두 번째 술책에 따라 초감성적 자연은―심지어 인간의 경우에 있어서조차―감성적인 것이 결국에는 초감성적인 것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 감성적인 것 자신의 고유 법칙에 따라 진행하기를 원한다. (...)
  
- 『칸트의 비판 철학』(질 들뢰즈·민음사·2006·원제 : La philosophie critique de Kant, 1963) <결론. 이성의 목적들> p.134~137










  1. 04
    Nov 2020
    03:21

    [철학] 『천 개의 고원』 : 책 · 예술 · 언표행위 · 기관 없는 몸체

    (...) 책에는 대상도 주체도 없다. 책은 갖가지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들과 매우 다양한 날짜와 속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이 어떤 주체의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 질료의 구실과 이 질료의 관계들의 외부성을 무시하게 된다. 지질학적 운동을 설명...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528 file
    Read More
  2. 18
    Sep 2020
    03:37

    [철학]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 주체와 주체화, 자아의 문제

    (...) 자아는 이제 그의 계열이, 그 계열의 수만큼의 우발적인 사건들이 되어 가로질러짐에 틀림없는 그런 모든 자아에, 다른 역할에, 다른 인격에 개방되게 된다. '나는 샹비주이고 바딩게이며 프라도다. 나는 역사에 나타나는 모든 이름인 것이다.' (중략)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702 file
    Read More
  3. 10
    Apr 2020
    00:23

    [철학]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베르그손에 있어서의 차이의 개념·엘랑비탈(elan-vital, 생의 약동)

    (...) 지속, 즉 나눌 수 없는 것은 정확히 말해서 스스로를 나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스스로를 나누면서 본성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본성을 바꾸는 것이 곧 잠재적인 것 또는 주체적인 것을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점에 대해서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1595 file
    Read More
  4. 13
    Feb 2020
    09:29

    [철학] 알튀세르 『철학과 맑스주의』 : 마주침의 유물론

    (...) 에피쿠로스에서 맑스에 이르기까지 항상, 자신의 유물론적 기초를 어떤 마주침의 철학(따라서 다소간 원자론적인 철학. 원자는 '낙하' 중에 있는 개체성의 가장 단순한 현상이다) 속에서 찾은 하나의 심오한 전통이―그러나 자신의 발견 그 자체에 의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590 file
    Read More
  5. 16
    May 2019
    04:43

    [철학] 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 유기체와 지층

    (...) 우리는 한 지층에서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무엇이 한 지층에 통일성과 다양성을 부여하는가? 질료, 고른판(또는 안고른판)이라는 순수 질료는 지층들 바깥에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한 지층 안에서 분자들은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809 file
    Read More
  6. 07
    Feb 2019
    00:21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자연과 인간의 합목적적 관계·역사

    (...) 마지막 질문은 이런 것이다. 어떻게 궁극 목적은 또한 자연의 최종 목적인가? 다시 말해, 오로지 초감성적 존재로서, 또 가상체로서만 궁극 목적인 인간이 어떻게 감성적 자연의 최종 목적일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초감성계가 감성계와 통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9651 file
    Read More
  7. 06
    Feb 2019
    21:59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 자연목적론·합목적성·도덕목적론·신학

    (...) 세 개의 비판은 진정한 전환의 체계를 보여준다. 첫째, 능력들은 표상 일반(인식함, 욕구함, 느낌)의 관계에 따라 정의된다. 둘째, 능력들은 표상의 원천(상상력, 지성, 이성)으로서 정의된다. 첫번째 의미의 능력들 각각마다 반드시 두 번째 의미의 능...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494 file
    Read More
  8. 05
    Feb 2019
    20:16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 실천이성비판 · 도덕법칙 · 자유의지 · 입법

    (...) 욕구 능력이 감정적이거나 지성적인 대상의 표상을 통해 규정되지 않고, 또 의지에다 이런 종류의 표상을 연결 짓는 즐거움이나 고통의 느낌을 통해 규정되지 않고, 순수의 표상을 통해 규정될 경우 욕구 능력은 상위 형식을 이룰 수 있다. 이 순수 형...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9319 file
    Read More
  9. 03
    Feb 2019
    03:26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 선험성과 보편성, 수동과 능동, 그리고 코페르니쿠스적 혁명

    (...) 선험성의 기준은 필연성과 보편성이다. 우리는 선험성을 경험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 까닭은 경험은 분명 우리에게 어떤 필연적인 것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언제나', '필연적으로' 혹은 '내일'이라는 말조차 경험 중...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9884 file
    Read More
  10. 30
    Sep 2018
    03:55

    [철학] 『한국 철학사』 : 원효(元曉)의 화쟁(和諍), '파도와 고요한 바다는 둘이 아니다'

    (...) 최근 돈황사본(敦煌寫本)에도 원효(元曉, 617년~686년)의 <대승신기론> 필사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른바 돈황사본은 20세기 초반에 오럴 스타인(Aurel Stein)이라는 유대인 탐험가가 중국 돈황(둔황) 막고굴(幕高窟)에서 수도사를 속이고 영...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5075 file
    Read More
  11. 25
    Jul 2018
    12:25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양태(modus) · 변용(affections) · 감정(affectus, affects)

    (1) 변용들은 양태들 그 자체다. 양태들은 실체 혹은 그 속성들의 변용들이다(<윤리학>, 1부, 명제25, 보충 : 1부, 명제 30, 증명). 이 변용들은 필연적으로 능동적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적합한 원인으로서의 신의 본성에 희해서 설명되는데, 신은 수동적...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7809 file
    Read More
  12. 25
    Jul 2018
    11:09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추상(abstractions, abstractions)

    (...) 핵심은 스피노자가 <윤리학>에서 확립하고 있는 추상 개념과 공통 개념 사이의 본성의 차이이다(2부, 명제 40, 주석1). 공통 개념은 서로 적합한 신체들, 다시 말해 법칙들에 따라 자신들의 각 관계를 결합하고 이 내적인 적합 혹은 결합에 상응하여 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81728 file
    Read More
  13. 24
    Jul 2018
    16:5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슬픔과 기쁨, 나쁨과 좋음, 그리고 윤리(Ethics)

    (...) 슬픔에는 부정적이지도 외적이지도 않은 환원불가능한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은 체험된 실제적인 이행, 지속이다. <나쁨>의 궁극적인 환원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은 행위 능력 혹은 변용 능력의 감소로서의 슬픔이다. 이 슬픔은 악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310 file
    Read More
  14. 26
    Apr 2018
    03:49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의미, 그것은 사용이다.

    오이디푸스와 믿음 (...) 중요한 것은, 오이디푸스는 잘못된 믿음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란 것이 필연적으로 잘못된 어떤 것이요, 실효적 생산을 빗나가게 하고 질식시킨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견자(見者)란 가장 덜 믿는 자이다. 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9042 file
    Read More
  15. 13
    Apr 2018
    02:30

    [철학] 권력의지와 영원회귀에 대한 결론

    (...) 신의 죽음 또는 죽은 신이 자아(Moi)로부터 자아의 동일성과 관련하여 지니는 유일한 보증을, 말하자면 통일을 이루는 자아의 실체적인 기반을 빼앗아버린다고 말하였다. 즉 신이 죽었기 때문에 자아는 이제 소멸되거나 증발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637 file
    Read More
  16. 01
    Mar 2018
    08:21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도덕(Morals)과 윤리(Ethics) · 정념(passion)

    (...) <너는 저 열매를 막지 말라.> 불안에 사로잡힌 무지한 아담은 이 말을 금지의 표현으로 듣는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담이 먹을 경우에 그 아담을 중독시키게 될 과일이다. 그것은 두 신체의 만남,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7438 file
    Read More
  17. 01
    Mar 2018
    06:3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코나투스(conatus) · 욕망과 의지, 감정

    (...) 의식 자체도 원인을 가져야 한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자신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욕구(l' appetit)>로 정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이것은 단지 욕망에 대한 유명론적 정의일 뿐이며, 의식은 욕망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고 정확...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337 file
    Read More
  18. 01
    Mar 2018
    04:46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평행론(parallelism) · 신체와 의식

    (...)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에게 새로운 모델, 즉 신체를 제안한다. 스피노자는 그들에게 신체를 모델로 세울 것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알지 못한다.> 무지에 대한 이 선언은 일종의 도전이다. 우리는 의식에 대해서, 의식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853 file
    Read More
  19. 28
    Feb 2018
    20:58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철학자의 고독

    (...) 니체는, 자기 자신이 체험했기 때문에 한 철학자의 생애를 신비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철학자는 금욕적인 덕목들―겸손, 검소, 순수―를 독점하여, 그것들을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실제로는 거의 금욕적이지 않은 목적들에 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573 file
    Read More
  20. 14
    Dec 2017
    04:23

    [철학] 들뢰즈 : 언표행위의 집합적 배치 · 표현 · 비신체적 변환 · 화행이론

    (...) 들뢰즈와 가타리는 '개인적 언표행위'란 없음을 입중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개인적인 언표행위란 없으며, 언표행위의 주체라는 것조차 없다.'(들뢰즈 · 가타리 1987: 79/I 85/156). 결과적으로 언어는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며, 언표와 명령-어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379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