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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플라톤의 『국가』: 노동 · 부와 가난 · 아내공유제

by 이우 posted Oct 15, 2016 Views 3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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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_국가_900.jpg


 ... 그때 아데이만트소가 끼어들었네. "소크라테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이들을 아주 행복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 국가는 사실상 그들의 것인데도 그들은 전혀 국가의 덕을 보지 못하니 말예요. 다른 사람들은 토지를 소유하고, 크고 멋진 저택을 짓고, 그런 저택에 어울리는 가구를 수집하고, 신들에게 개인적으로 제물을 바치고, 방문객을 맞고, 선생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금과 은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수호자들은 마치 용병 수비대처럼 시내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 같고, 그들이 하는 일이라야 도시를 지키는 것이 전부예요.

  그래서 내가 말했네. "그렇다네. 게다가 그들은 그 대가로 양식을 배급받을 뿐 남들처럼 양식 외에 따로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사사로이 외국 여행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없네. 그들은 여자 친구들에게 선물을 할 수도 없고, 그 밖에 다른 일들, 이를테면 행복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돈을 쓰는 그런 일들에 돈을 쓸 수도 없네. 자네는 그밖에도 이와 비슷한 비난거리를 많이 생략했네그려. (중략)

  "내 생각에 우리가 같은 길을 꾸준히 가다보면 답변을 찾아내게 될 것 같네. (...) 아무튼  우리가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한 집단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걸세. 우리는 그런 국가에서 정의를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네. (중략) 우리도 농부들에게 자포를 입히고 황금 장신구를 들러주며 마음 내킬 때 농사를 지으라고 말할 줄 안다네. 우리도 도공이 불가의 긴 의자에 기대 앉아 잔을 돌리며 술잔치를 벌이라고 말할 수 있네. 그러나 자네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되면, 농부는 농부가 아니고 도공은 도공이 아닐 것이며, 국가 구성원들은 어느 누구도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할 것이네. (...) 따라서 우리는 그들 자신을 최대한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가 전체의 행복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결정하여야 하네. (...) 국가 전체가 번창하고 기반이 다져지면, 그때는 각각의 계급에게 본성에 맞는 행복을 추구하도록 허용되어도 될 걸세." (...)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다른 일꾼들을 망치고 타락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게나. (...) 부와 가난 말일세. 자네는 도공이 부자가 되고 나서도 여전히 생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는 전보다 더 게을러지고 소홀해지겠지? 그렇다면 열등한 도공이  되겠지? 반면 그가 가난해서 생업에 필요한 도구나 다른 물건들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가 만든 제품은 질이 떨어지고, 그의 아들들과 도제는 열등한 장인이 될걸세. (...) 부는 사치와 나태와 변혁을 낳고, 가난은 변혁에 대한 욕구에 더하여 비열함과 퇴보를 낳으니 말일세." (...) 

  "어떤가? 그렇다면 모든 시민 중에서 수호자들이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월등히 훌륭하지요"하고 그가 말했네.
  "여자들은 어떤가? 여자들 중에서는 여자 수호자들이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중략) 그러니 우리 여자 수호자들도 체력단련을 위해 옷을 벗어야 하네. 그들은 옷 대신 미덕을 입게될 테니까. 그들은 전쟁과 그 밖의 다른 수호자 업무에서 제구실을 하되, 오직 거기에만 전념해야 하네. (중략) 우리는 우리 남자 수호자들과 여자 수호자들이 모든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법을 정하면서 (중략) 그 선행 법들에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법이 수반될 것이네." (중략)

  "우리 남자 수호자들과 여자 수호자들은 딴살림을 차려서는 안 되고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의 공유물이며, 아이들도 공유물이어서 부모는 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식은 제 부모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법 말일세. (중략) 가능한 본성이 같은 여자들을 뽑아 남자수호자들에게 배정할 것이네. 그들은 한집에서 살며 공동식사를 하되 그런 종류의 사유재산을 소유하지는 않을 걸세. 그들은 함께하며 어우러져 체력단련을 하고 그 밖의 다른 수련을 받을테니, 타고난 충동에 이끌려 필연적으로 성관계를 맺게될 걸세." (중략)

  "우리가 합의한 원칙들에 따르면, 가장 훌륭한 남자들은 가장 훌륭한 여자들과 자주 성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열등한 남자들은 열등한 여자들과 되도록 드물게 성관계를 맺어야 하네. 또한 우리 집단이 최상급이 되려면 우리는 전자의 자식들은 양육하되 후자의 자식들은 양육해서는 안 되네. 그리고 우리 수호자 집단이 되도록 파쟁에서 벗어나려면 이 모든 일은 치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게 처리되어야 하네. (중략) 우리는 교묘한 제비뽑기를 고안해 내어야 하네. 혼례식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앞서 말한 열등한 자들이 운을 탓하고 치자들을 탓하지 못하도록 말일세. (중략)

  "자네는 여자의 한창때는 20년이지만 남자의 한창때는 30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동의하는가? (중략)
  "그래요. 남녀 모두 이때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때이지요"하고 그가 말했네.
  '만약 누가 이보다 더 늙거나 더 젊어서 나라를 위한 출산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이를 죄악과 범죄로 간주할 것이네. 그가 나라를 위해 낳은 아이는, 몰래 낳는 경우, 혼례 축제 때마다 훌륭한 부모한테서 더 훌륭한 자식들이 태어나고 쓸모 있는 부모 한테서 더 쓸모 있는 자식들이 태어나게 해달라며 남녀 사제들과 나라 전체가 비는 기도나 제물과는 무관하게 어둠과 위험한 무절제 속에서 태어날 테니 말일세."
  "옳은 말씀이에요"라고 그가 말했네. (중략)

  그래서 내가 대답했네. "(중략) 자기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 아이를 낳던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들 서로를 형제 또는 자매라고 부를 것이네. 따라서 그들은 우리가 방금 말했듯이 성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네. 그러나 제비뽑기가 이루어지고 예언녀 퓌티아*가 승인한다면 법은 남매가 성관계를 맺는 것을 허용할 것이네." ....

-  <국가>(플라톤 · 도서출판 숲 · 2013년 · 원제 : Politeia) <4권> 449a-461e(p.208~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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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퓌티아(Pythia) :   고대 그리스의 정치적 · 문화적 중심지인 델포이에서 아폴론의 말을 대신 전해주는 세 명의 여사제 중 하나. 전해지는 문헌에 따르면 퓌티아는 델포이를 찾은 의뢰인에게 에언을 하기 앞서 바닥의 틈에서 올라오는 증기 또는 월계수를 잎을 씹고 무아지경에 빠진 채 보통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비유적인 말을 하면 이를 옆에 있는 사제가 받아 적고 해석하여 손님에게 건네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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