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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ka)』 : 과두정과 민주정 · 국가의 목적

by 이우 posted Aug 22, 2016 Views 7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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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체(政體)를 구별할 때는 국가의 최고 권력의 종류와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 정체란, 여러 공직, 특히 모든 일에 최고결정권을 가진 기구에 관한 국가의 편제(編制, taxis)다. 어느 국가에서나 정부(politeuma)가 최고 권력을 가진 만큼 정부가 실제로는 정체인 것이다. 예컨대 민주정체에서는 민중(demos)이 최고 권력을 가지며, 과두정체에서는 소수자(oligoi)가 최고 권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정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


  - <정치학>(아리스토텔레스·도서출판 숲·2009년) <제3권 시민과 정체에 관한 이론 · 제6장 바른 정체와 그른 정체> p.148



  ... 과두 정체와 민주정체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기준은 가난과 부(富)이며, 치자들의 수는 부차적인 기준에 불과하다. 참주정체는 국가 공동체를 마치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듯 통치하는 1인 지배 정체다. 재산을 가진 자들이 정권을 잡으면 과두정체이고, 반면 재산을 갖지 못한 대중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정체다. (...) 민주정체와 과두정체의 진정한 차이점은 가난과 부다. (...)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부자는 소수이고 빈민은 다수다. 부유한 자들은 적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유는 모두 향유한다. 부와 자유(eleutheria)야말로 과두정체에서 지지자들과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이 정권을 놓고 다투는 진정한 이유인 것이다. ...


  - <정치학>(아리스토텔레스·도서출판 숲·2009년) <제3권 시민과 정체에 관한 이론 · 제8장 경제를 기준으로 한 정체의 구분> p.153~154



  ... 민주정체와 과두정체에서 정의(正義)는 평등과 불평등에 있다. 평등한 분배와 불평등한 분배에서 대상의 평등과 불평등은 고려하면서도 인간의 평등과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과두정체의 지지자들은 불평등의 보편적인 판단 기준으로 부를 내세운다.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은 평등의 보편적인 판단 기준으로 자유민의 신분을 내세운다. 시민의 평등 또는 불평등의 판단 기준은 국가의 궁극적인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단순한 생명 보건, 안전, 교역의 촉진은 국가 건설의 진정한 이유가 아니다. 정치적 탁월함 없이는 법은 효력을 상실하고, 국가 공동체는 단순한 방어동맹체로 변한다. 공동 거주, 안전, 교역의 촉진은 중요한 전체이긴 하지만 국가의 본질도 궁극적인 목적도 아니다. 국가의 목적은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이다.


  우리는 먼저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의 이론은 무엇이며, 과두정체의 정의(正義)는 무엇이고, 민주정체의 정의는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양쪽 모두 일종의 정의에 집착하면서도 그들의 개념은 불완전하여 절대적 정의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에게 정의는 평등을 뜻한다. (...) 한편 과두정체의 지지자들은 공직배분에서 불평등이 옳다고 생각한다. (...) 정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다.(...)


  국가는 같은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공동체가 아니며, 상호 간에 부당 행위를 방지하고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국가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들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이 다 충족된다 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란 그 구성원의 가족들과 씨족들이 훌륭하게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공동체이며, 그 목적은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이다. 그런 공동체는 같은 곳에서 살며 서로 혼인하는 자들 사이에서만 형성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에는 친인척 관계와 씨족 연맹과 축제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오락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우애(Philia)의 산물이다. 함께 살겠다는 의지야말로 다름 아닌 우애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목적은 훌륭한 삶이며, 앞서 말한 것들은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국가는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을 위한 씨족들과 마을들의 공동체다. 그리고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이란 행복하고 훌륭하게 사는 것(to zen edudaimonos kai kalos)을 뜻한다. 따라서 국가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은 모여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훌륭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


  - <정치학>(아리스토텔레스·도서출판 숲·2009년) <제3권 시민과 정체에 관한 이론 · 제9장 정치권력의 올바른 배분> p.15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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