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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37] 분석철학·언어철학

by 이우 posted Mar 12, 2013 Views 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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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철학(analytic philosophy, 分析哲學)은 언어철학(linguistic philosophy)이라고도 하는데, 언어와 언어로 표현된 개념분석에 중점을 둔 철학 흐름이다. 철학 연구에 있어서 언어 분석의 방법이나 기호 논리의 활용이 불가결하다고 믿는 이들의 철학을 총칭한 것이다.

 

  분석철학자들은 언어에 관한 철학적 탐구의 목적도 서로 다르게 제시했다. 버트런드 러셀과 초기 비트겐슈타인 등은 언어의 구조가 세계의 구조를 드러내주며, 철학자는 언어분석을 통해 실재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최근의 분석철학자들은 이른바 ‘언어그림이론’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 하나의 중요한 논쟁은 일상 언어가 결함이 있고 모호하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모순적이라는 주장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몇몇 분석철학자들은 ‘일상 언어’ 대신 정확하고 모호하지 않으며 구조가 분명한 언어, 즉 '이상(理想) 언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 언어’의 일반 모델이 ‘기호논리학’이었기 때문에, 20세기의 기호논리학1)의 발전은 분석철학에서 중심역할을 수행했다. ‘이상언어’는 자연언어의 구조를 잘못 인식함으로써 생겨난 전통철학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편 다른 견해를 가진 철학자들은 우리가 다양한 상황에 관해 일상 언어로 말하는 것을 주목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철학적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분석철학자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분석철학자들은 귀납과 같은 특수한 철학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웅장한 형이상학적 체계를 짜맞추려 하기보다는 기억이나 인격의 동일성과 같은 개념을 검토했다.

 

  이상적으로 보면 철학의 분석은 중요한 개념을 설명하고 그 개념을 포함하는 철학문제에 대답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분석의 유명한 예는 버트런드 러셀의 '확정기술구론'(theory of definite descriptions)이다. 이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현명하다"와 같이 단순한 주어-술어 명제에는 지시되는 것(소크라테스)과 그것에 대해 말해지는 것(현명하다)이 있다. 만일 "미국의 대통령은 현명하다"라는 명제처럼 고유명사 대신 '확정기술구'를 사용하면 지시되는 것과 그것에 관해 말해지는 것이 아주 명백하게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프랑스 왕은 현명하다"라는 명제처럼 기술구에 해당하는 어떤 대상도 존재하지 않을 때는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경우를 고려하여 알렉시우스 마이농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한 위의 명제도 존재하는 무엇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셀의 견해에 따르면, 마이농과 같은 철학자들은 표층문법형식만 보고 이런 명제가 단순한 주어-술어 명제라고 잘못 생각했다. 이런 명제들은 복합적이며 이에 대한 분석은 ‘현재의 프랑스 왕’이라는 확정기술구가 그 명제에서 결코 독립적인 단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프랑스 왕은 현명하다"라는 명제는 다음과 같은 3개 명제의 복합적 연언(連言)이다. ①현재 프랑스 왕이 있다. ②현재 프랑스 왕이 기껏해야 1명 있다. ③어떤 사람이 현재의 프랑스 왕이라면 그는 현명하다. 그러나 이 3개의 구성요소 각각이 일반적 진술이며 특수하게 어떤 것이나 어떤 사람에 관한 진술이 아니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현재의 프랑스 왕"과 동등한 구(句)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구는 고유명사처럼 무언가를 지시하는 표현이 아니다. 따라서 마이농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이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언어와철학.jpg

 


분석철학 1기(1900-1920년 전후)

 

  철학적 분석의 시작을 알린 것은 영국의 러셀과 무어가 헤겔의 영향을 받은 브래들리류의 신관념론을 비판한 것이었다. 그러나 러셀이 "지칭에 관하여(On Denoting)"에서 내세운 논리적 분석을 통해 철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독일의 프레게의 선구적 업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프레게는 수학의 기초를 산술에서 찾으려고 했으며, 수학적 언어의 명료화를 위해서 기호논리학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프레게는 이 기호논리학이 단순히 수학적 언어의 명료화를 위한 도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명료한 철학적, 과학적 사고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믿음에 근거해 명제와 의미에 대한 철학적 이론을 상당 부분 개진해 놓았다. 따라서 언어의 논리적 분석을 통해 철학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언어 분석의 방법론은 프레게와 러셀을 통해 비로소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이것이 초기 분석철학의 토대이자 근간이 되었다.

 

  러셀과 무어의 신관념론 비판, 무어의 신실재론, 러셀의 논리적 분석과 논리적 원자론 등이 초기 분석철학의 근간을 이루지만, 다른 한편 이 시기에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전개되었던 퍼스의 기호 논리와 듀이의 프래그머티즘도 훗날 분석철학에 영감을 준 원천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20세기 초반의 미국 철학이 콰인과 퍼트냄 등 20세기 중반 분석철학의 발전을 주도한 미국 철학자들을 통해 분석철학의 흐름에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프레게로부터 훈련을 받고 그의 소개로 영국으로 건너가 러셀과 무어에게 교육을 받은 비트겐슈타인은 이 1기가 끝날 무렵 "논리-철학 논고"를 통해서 분석철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사실 비트겐슈타인은 러셀이나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논고"가 이 시기에 철학적 조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분석철학 2기(1920-1945년 전후)

 

  분석철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빈 학파가 제창한 논리 실증주의 혹은 논리 경험주의2)의 단계에서다. 1920년대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슐리크의 지도로 결성되고 카르납 등이 주축이 된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집단이 바로 빈 학파(비엔나 서클)이며, 라이헨바하가 주축이 된 베를린 학파도 이들과 모토를 같이 하였다. 이들은 흄의 철학적 정신을 충실히 이어받아 실증적(과학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형이상학을 배격하고 의미 있는 과학 언어는 내용은 경험적이며 형식은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들이 생각한 철학 역시 이러한 과학적 언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빈 학파는 국제 회의와 기관지 <인식>을 통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으나 1930년대 후반부터는 나치 정권의 위협 때문에 학문 연구가 중단되었고, 논리실증주의자들 대부분이 유럽으로부터 미국과 영국으로 망명하게 되었다. 특히 시카고 대학에 자리잡은 카르납은 미국에서 논리 실증주의가 뿌리 내리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비트겐슈타인의 "논고"를 논리 실증주의의 성서로 받들었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이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였다. "논고"를 끝내고 난 비트겐슈타인은 이 2기의 시기에 후기 철학으로의 전환기를 갖게 되고,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무렵부터 "철학적 탐구"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분석철학 3기(1945-1960년 전후)

 

  영미의 대학을 중심으로 분석철학이 본격적으로 강단을 지배하며 주류 철학이 된 시기가 바로 이 때이다. 여전히 논리 실증주의의 프로그램이 언어철학, 논리철학, 과학철학, 인식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발전되어 가는 과정으로도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다방면에서 논리 실증주의의 도그마에 대한 결정적인 비판과 새로운 조류가 등장하며 여러 갈래로 분기가 이루어진 시기다.

 

  영국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이 "철학적 탐구"를 통해 새로운 철학적 접근법을 제시하였고, 오스틴과 라일 등도 논리적인 과학 언어의 틀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언어의 분석을 통해 철학적 논의를 진행시켰다. 미국에서 논리 실증주의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 카르납에게서 배운 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콰인이었다. 그의 "경험주의의 두 가지 도그마"는 논리 실증주의의 검증주의 의미론의 토대에 일격을 가한 것이었는데, 그는 "말과 대상(Word and Object)", "존재론적 상대성" 등을 통해 신프래그머티즘이라고 불릴 만한 철학을 미국 철학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한편으로 이미 1930년대에 논리 실증주의를 비판하며 등장한 포퍼가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를 더욱 발전시킨 것도 이 시기의 주요한 경향으로 볼 수 있다.

 

 


분석철학 4기(1960-1990년대 후반)

 

  이 시기는 그동안 전통적인 철학에 대한 파괴적인 논제를 내세우는 데 주력했던 분석철학이 전통적인 철학과의 친화력과 연속성을 회복해가며 대화적인 철학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흄 철학의 지배에서 칸트 철학의 복귀로 이 시기의 흐름을 대강 설명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셀라스 등은 콰인을 비판하며 흄 식의 좁은 경험주의가 아니라 칸트 철학이 더욱 유력한 철학적 전통임을 선구적으로 강조했고, 이것은 리차드 로티, 존 맥도웰, 로버트 브랜덤 등을 통해 유럽 철학(하이데거, 헤겔 등)의 통찰을 분석철학의 영감이자 대화 상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논리적 실증주의와 콰인 류의 흄 주의에 대한 반격은 콰인의 제자였던 도널드 데이빗슨이 칸트적인 초월론(선험철학)을 통해 언어 철학을 발전시킨 것에서도 드러나는데, 크립키나 퍼트냄의 내재적 실재론 논의 역시 1960년대 이후 언어 철학의 선회를 가져온 결정적인 기여로 볼 수 있다.

 

  칸트주의의 도래는 윤리학에 대한 언어적, 논리적 분석인 메타 윤리학이 축소되고 다시 규범 윤리학이 복귀하는 것에서도 나타나는데, "정의론"의 존 롤즈가 윤리학의 칸트주의를 복귀시킨 가장 큰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 분야는 의료 윤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상황의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구체적인 문제들에서 윤리적 규범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이 시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미 가스통 바슐라르나 포퍼에 의해서 1930년대에 논리 실증주의적인 과학관에 대한 결정적인 반론이 있었지만, 쿤의 역사적인 과학철학적 접근이 1960년대에 가져온 혁명적인 영향에는 비할 수 없었다. 논리적 분석에 치중했던 규범적 과학철학이 패러다임으로 지칭되는 역사적인 상대성의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전통적인 관점을 유연하게 수정하여 대처하려는, 여전히 규범적 전통 안에 있는 라카토슈 류의 과학철학부터 과학의 인지적 과정을 과학적으로 다루는 자연주의적 접근법, 그리고 더 나아가 역사적 상대성의 논제를 통해 규범성 자체를 파괴적으로 거부하는 파이어아벤트의 인식론적 아나키즘까지 다양한 방향으로의 발전과 논쟁이 벌어졌다. 1980년대 이후에는 규범성과 역사성의 통합을 꾀하면서 실험과 과학자 사회, 과학 제도 등 실제 과학 연구에 대한 실증적인 통찰을 토대로 한 아이언 해킹 식의 접근법도 나타난다.

 

  가장 급진적으로 분석철학의 변화를 주도하고 단언한 인물로 리처드 로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영미의 분석적 철학과 유럽의 대화적 철학의 전통이 서로 교류하고 대화를 나누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고, 특히 영미의 분석적 철학의 전통이 아카데미의 협소한 전문가주의에 매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분석철학은 한편으로는 칸트와 헤겔 등 독일 관념론과 진지하게 조우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의 동시대적 철학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스 및 중세 철학의 철학사적 연구가 분석철학의 방법론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거꾸로 분석철학의 논의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로티의 말대로 분석은 하나의 스타일이며, 철학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영미의 많은 분석철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석철학은 초기 논리 실증주의(논리 경험주의)와 동일시되었다. 이에 따르면 과학적 명제가 유의미할 수 있는 조건은 바로 (1)경험적, 실증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고 (2)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논리적인 언어 분석을 중시한다는 이유에서) 분석철학을 '언어철학'으로 부르거나 (과학적 명제의 분석을 중시한다는 이유에서) '과학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분석철학, 더 나아가 철학 일반에 대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엄밀히 보면 '분석철학'은 철학의 학파적 성격을 지닌 데 반해 '과학철학'은 철학의 한 '분과'를 지시하므로 양자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런 명칭의 혼란은 언어적 철학(linguistic philosophy)이나 과학적 철학(scientific philosophy)이란 표현을 언어철학(philosophy of language), 과학철학(philosophy of science)과 혼동하면서 생겨난 오해일 것이다.

 

  '언어적 철학'이나 '과학적 철학'은 분석철학의 방법론이나 성격을 다른 측면에서 강조한 명칭이다. 그러나 '분석철학'이라고 해서 (과학적 명제에 대한 언어적) '분석'만을 주된 방법론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일찍이 논리실증주의자들은 '분석의 방법' 못지않게 '종합'과 '통일'의 방법을 모색하였다. 1935년부터 1939년까지 노이라트, 카르납, 모리스 등이 주축이 되어 파리, 코펜하겐, 케임브리지, 보스턴 등지에서 '통일과학에 관한 국제회의'를 다섯 차례나 연차적으로 개최한 바 있으며, 노이라트는 193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통일과학연구소'를 설립하였고 1938년부터 <통일과학 백과전서>라는 총서를 기획, 미국에서 이를 계속 발간하였다. 노이라트가 편집하던 <통일과학 논단>은 그가 사망한 직후(1946), <종합 Synthese>이라는 이름으로 네덜란드에서 속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인식론, 방법론 및 과학철학에 관한 세계 굴지의 잡지인 가 라이렐 출판사에 의해 네덜란드와 미국 보스턴에서 출간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특히 1959년부터 현재까지 <종합총서> Synthese Library가 계속 출간되어 분석철학 4기의 특징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오늘의 분석철학을 대표하는 잡지나 총서 중 하나가 '종합'이란 명칭을 지니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분석철학이 편협하게 일방적으로 '분석'만을 일삼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각주(脚註) ………………………………………………………………………

 

 

1) 기호논리학(記號論理學 symbolic logic)·수리논리학(數理論理學, mathematical logic)

 

  명제나 논리개념을 언어가 아닌 기호로 나타내어 추론을 수학의 형식적 방법에 의해서 전개하는 논리학. 수리논리학(mathematical logic)이라고도 하며, 현재 거의 현대논리학의 별칭으로 되어 있다. 명제나 논리개념을 언어가 아닌 기호로 나타내어 추론을 수학의 형식적 방법에 의해서 전개하는 논리학이다. 전통적인 아리스토텔레스류의 고전적 형식논리학은 삼단논법이 중심이 되어 그 적용범위가 한정되어 있지만, 기호논리학에서는 접속사를 기호로 나타냄으로써 단순명제들을 결합해서 합성명제로 만들고 그 명제들을 계산할 수 있게 되어 삼단논법에서는 불가능했던 넓은 범위의 문제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17세기 기호논리학 창시자라 할 수 있는 G.W. 라이프니츠에서 시작되었고, 19세기 수학자 G. 불에 의해 논리대수(불대수)가 나와 수학적 연산들이 논리학에 체계적으로 적용되었고, G. 프레게에 의해 현대적인 기호논리학의 체계가 만들어졌다. B. 러셀은 A.N. 화이트헤드와 함께 1910년 펴낸 《수학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서 이것을 더욱 발전시켜 기호논리학의 방법을 확립하였다.

 

  기호논리학의 기본은 명제가 반드시 <참> 또는 <거짓>의 값을 갖는 즉 배중률이 성립되는 ‘2값 논리’이다. 최근에는 배중률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의 기호논리도 나타나게 되었다. <직관주의 수학>에서 사용되는 논법을 기호화한 직관주의 논리, 참·거짓 이외의 제3의 값을 진리값으로 갖는 ‘3값논리’, 보다 많은 진리값을 가지는 ‘다값논리’, 또한 가능성·필연성을 나타내는 양상명제에 대한 ‘양상논리’ 등이 연구되고 있다.

 


  2) 논리실증주의(論理實證主義, Logical Positivism)·논리경험주의(論理經驗主義, Logical Empiricism)

 

  논리 실증주의(論理實證主義, Logical positivism)는 1920년대 빈에서 처음으로 형성된 철학 학설로, 과학의 논리적 분석 방법을 철학에 적용하고자 하는 사상이다. 논리경험주의라고도 한다. 이 학설은 과학지식만이 유일한 사실적 지식이며 모든 전통 형이상학적 학설은 무의미한 것으로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리실증주의 학파는 지식의 궁극적 기초가 개인의 경험이 아닌 공적인 실험적 검증에 의거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데이비드 흄, 에른스트 마흐 같은 이전의 경험론자나 실증주의자와 다르다. 또 형이상학 학설이 그릇된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점에서 오귀스트 콩트나 J. S. 밀과도 다르다. 이 학파에 따르면 실체·인과성·자유·신(神) 등에 관한 '대답할 수 없는 심오한 물음'은 그 물음이 결코 진짜 물음이 아니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자연에 관한 테제가 아니라 언어에 관한 테제이며, 의미와 무의미에 관한 일반적 설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뒷날 빈 학파라고 불린 집단에 따르면 진정한 철학은 모두 언어 비판이다. 그리고 빈 학파의 몇몇 대표자에 따르면 이 비판의 결과는 자연에 관한 참된 지식을 모든 과학에 공통된 하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과학의 통일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922년 슐리크의 빈 대학 교수 취임과 함께 그의 세미나를 중심으로 여러 전공 분야의 학자가 모여 마흐의 실증정신(實證精神)을 계승하고 과학을 형이상학으로부터 해방하며 세계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공통 목표로 삼는 사상 운동을 개시하였다. 주요 멤버로서는 슐리크 이외에는 전문 철학자가 거의 없고 과학자가 많았다. 비트겐슈타인은 빈 체재 중에도 이 파와의 교섭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저서 및 소수 멤버와의 접촉에 의한 영향은 매우 컸다. 1926년에 카르나프가 빈 대학에 초빙된 후 급속히 발전하여 그 그룹은 '마흐 협회'를 창설하고, 이윽고 그들 자신의 입장을 '논리실증주의', 그리고 협회를 '빈 학단'이라고 호칭하게 되었다. 베를린에서 동일한 운동을 지도하고 있던 라이헨바흐가 가담하고 1930년부터는 기관지 <인식>을 발행. 또 <통일과학 백과전서>라는 제목 아래 일련의 연구 논문을 노이라트의 지도를 받아 시카고에서 발간, 통일과학 운동을 전개했으며, 각지에서 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그들의 세계시민주의(코스모폴리터니즘)가 나치스와 맞지 않고, 슐리크의 서거(1936) 등도 있어서 이 학파는 1938년경에 실질적으로 해체되고, 멤버의 대부분은 영국·미국, 기타 나라로 옮겨갔다.

 

  1929년 첫 선언문을 발표한 빈 학파의 기원은 제1차 세계대전 전에 물리학자와 수학자 사이에서 벌어진 토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토론에서 대체로 합의한 결론은 밀과 마흐의 경험론은 수학적 진리와 논리학적 진리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 또는 자연과학 속에 있는 명백히 선험적인 요소를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1922년 빈대학교의 한스 한은 1년 전에 나온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이 저서는 주세페 페아노, 고틀로프 프레게, 버트런드 러셀, A. N. 화이트헤드 등의 논리학 연구에서부터 어느 정도 유래한 새로운 일반의이론을 소개했으며, 빈 학파에 논리학적 기초를 제공했다. 이 학파의 구성원 대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으로 이주했고 그사이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이 이론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폴란드에서는 수리논리학자들 가운데 추종자가 생겨났고, 영국에서는 A. J. 에어가 이 학파의 견해에 관한 뛰어난 소개서인 <언어·진리·논리 Language, Truth and Logic>(1936, 개정판 1946)를 썼다.

 

  영국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이 직접 미친 영향력이 매우 컸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전에 오스트리아를 떠나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얼마 동안 머물면서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논리학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 <논리철학 논고>는 그가 철학문제에 관해 얻은 결론을 일반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1929년 케임브리지로 돌아왔고, 몇 번의 휴식기간을 제외하고는 1947년 퇴임할 때까지 그곳에서 가르치고 연구했다. 이 후반기에 비트겐슈타인은 스스로 <논리철학 논고>의 학설을 근본적으로 비판했고 철학에 관한 새로운 설명을 제시했다. 그의 <철학연구 Philosophical Investigations>(영역본이 함께 실린 독일어판, 1953)는 사후에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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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自序 시는 아마 길로 뭉쳐진 내 몸을 찬찬히 풀어, 다시 그대에게 길 내어주는, 그런 언술의 길인가보다. 나는 다시 내 엉킨 몸을 풀어 그대 발 아래 삼겹 사겹의 길을…… 그 누구도 아닌 그대들에게, 이 도시 미궁에 또 길 하나 보태느라 분주한 그대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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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05
    Jun 2018
    05:09

    [문학] 『미덕의 불운』 : '사회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들 중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열두 살이나 열세 살이 된 아이의 신경에 고통을 가하는 순간, 즉각 그 아이의 몸을 가르고, 아주 조심스럽게 관찰하지 않으면, 절대 그 부분은 해부학적으로 완벽히 밝혀질 수 없어. 쓸데없는 생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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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05
    Jun 2018
    05:05

    [문학] 『미덕의 불운』 : '종교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모든 종교는 거짓된 원칙에서 출발하고 있어요, 쏘피.’ 그가 말하였습니다. “모든 종교는 창조자에 대한 숭배를 필요 조건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이 우주 공간의 무한한 평원에서 다른 천체들 속에 섞여 둥둥 떠다니는 우리의 영원한 지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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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05
    Jun 2018
    04:55

    [문학] 『미덕의 불운』 : '자연'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아가씨의 그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얼마 안 가서 아가씨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말거예요.’ 뒤부와 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였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하늘의 심판이라든지, 천벌, 아가씨가 기다리는 장래의 보상 등, 그 모든 것은 학교의 문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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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03
    Jun 2018
    20:30

    [철학] 『향락의 전이』 : 뭉크와 여성의 비밀

    (…) 1893년 뭉크*는 오슬로(Oslo)의 와인 장사꾼의 아름다운 딸과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매달렸으나 그는 결합을 두려워 해 결국 그녀를 떠났다. 폭풍우 치던 어느 날 밤, 범선이 그를 데리러 왔다. 젊은 여성이 죽음에 임박하여 마지막으로 그에게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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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03
    Jun 2018
    20:20

    [철학] 『향락의 전이』 : 오토 바이닝거,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중들이 철학자가 성교를 한다고 해서 무가치하고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해보자…”(237)*. 이러한 진술은 바이닝거*의 작업에 일종의 좌우명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는 성차와 성관계를 철학의 중심 주제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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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28
    May 2018
    09:15

    [철학] 『향락의 전이』 : 상상적 과잉성장, 상징적 허구 혹은 창조적 허구

    (...) 현대적 매체의 문제는 우리가 허구와 현실을 혼동하도록 유혹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 매체의 초현실적 성격에 있으므로 그것들은 상징적 허구를 위한 공간을 개방하는 공동을 채운다. 상징계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허구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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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03
    May 2018
    09:26

    [철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 왕도정체 · 귀족정체 · 금권정체 · 참주정체 · 혼합정체 · 민주정체

    제10장 정체의 종류 (...) 정체(政體)에는 세 종류가 있고, 그것들이 왜곡된 또는 타락한 형태도 셋이다. 세 종류의 정체란 왕도정체와 귀족정체(aristokratia, 최선자정체), 그리고 세번째로 재산평가에 근거한 정체이다. 세번째 정체는 금권정체*라고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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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03
    May 2018
    08:37

    [철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 분배적 정의(正義, justice)와 조정적 정의, 정치적 정의

    제3장 기하학적 비례에 따른 분배적 정의 (...) 분배에서의 정의는 어떤 가치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누구나 같은 종류의 가치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은 자유민으로 태어난 것이, 과두정체 지지자들은 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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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02
    May 2018
    20:54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도래하는 존재는 임의적 존재이다

    (...) 도래하는 존재는 임의적 존재이다. 스콜라 철학이 열거하는 초범주개념들 가운데 개별 범주 내에서 사유되지 않지만 다른 모든 범주의 의미를 조건 짓는 단어가 바로 형용사 ‘쿼드리벳(quodlibet)*’이다. 이 단어를 통상 “어떤 것이든 무관하다”는 뜻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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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02
    May 2018
    20:52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개별자와 보편자 사이의 모순은 언어에 기원을 둔다

    (...) 개별자와 보편자 사이의 모순은 언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실제로 '나무'란 단어가 모든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지칭할 수 잇는 것도 그 단어가 특이한(singular) 불가언적적 나무들 대신에 그들의 보푠적 의미를 가장하기 때문이다. (...) 보편자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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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02
    May 2018
    20:49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파시즘과 나찌즘은 극복된 것이 아니다

    (...) 만일 우리가 인류의 운명을 다시 한 번 계급의 개념으로 사유하고자 한다면 오늘날에는 더 이상 사회 계급이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모든 사회 계급이 용해되어 있는 단일한 행성적(planertaria) 소시민 계급 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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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02
    May 2018
    20:47

    [철학] 『도래하는 공동체』 : 모든 귀속의 조건을 거부하는 임의적 특이성

    (...) 중국의 5월 시위(천안문 광장의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인산적이었던 점은 그들의 요구 사항에서 확실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자유는 실제 투쟁 대상이 되기에 너무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개념들이었고 유일하게 구체적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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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01
    May 2018
    15:02

    [철학] 플라톤의 「향연」 : 사랑은 결핍이다

    (...) "친애하는 아가톤, 자네는 먼저 에로스가 어떤 분인지 밝힌 다음 그분이 하는 일을 논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이야기를 훌륭하게 시작한 것으로 생각되네. 자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것에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네. 자네는 그분이 어떤 분인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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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26
    Apr 2018
    03:49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의미, 그것은 사용이다.

    오이디푸스와 믿음 (...) 중요한 것은, 오이디푸스는 잘못된 믿음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란 것이 필연적으로 잘못된 어떤 것이요, 실효적 생산을 빗나가게 하고 질식시킨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견자(見者)란 가장 덜 믿는 자이다. 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904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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