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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예술 · 심미주의 · 대중문화

by 이우 posted Jul 03, 2017 Views 1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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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미니마 모랄리아03.jpg


  (...) 예술가들은 승화시키지 않는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 또는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활동, 즉 그들의 창작물로 변형시킨다는 것은 정신분석적 환상이다. 오늘날 정당한 예술작품은 예외 없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예술가들은 강렬하고 자유롭게 넘쳐 흐르며 현실과 충돌하는 노이로제적 본능을 보여준다. 연극 배우나 바이올린 연주자를 신경질 다발과 심금을 울리는 자의 종합으로 보는 속물들의 꿈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행운아가 교향곡과 소설 속에서 충동을 떨쳐버리게 된다는, 앞의 것 못지 않게 속물적인 충동의 경제학보다는 맞는 말이다.

  예술가들의 몫은 생각할 수 있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히스테리컬하게 과장된 자유분방이다. 그것은 편집증적인 경계에까지 나아간 나르시즘이다. 그들은 승화된 것에 대해 이디오진크라지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심미주의자들과는 화해될 수 없으며 잘 가꾸어진 환경에 무관하다. 그들은 그들을 오인하는 심리학자들처럼 감식력 있는 삶의 영위가 영등 성향에 반대하는 열등한 반응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한다. 아우그스부르크의 사촌 동생에게 보낸 모차르트의 편지 때문에 화가 난 보조 지휘자의 조롱투 말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거칠고 어리석고 무례한 것에 유혹된다. 그들은 프로이트 이론에 맞지 않은데, 왜냐하면 프로이트 이론은 꿈과 노이로제의 상징 기능에 대한 온갖 통찰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표현 개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검열되지 않고 표현된 충동을 억압된 것이라 부를 수 없음은, 발견할 수 없는 목표에 더 이상 도달하려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명한 것이다. (...) 표현은 환각이 아니다. 표현은 현실 원칙에 의거해 측정할 경우 '가상'이지만 이 현실 원칙을 우회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주관적인 것은 가상을 통해―증후를 통할 때와 마찬가지로―정신착란적으로 현실을 자신에 의해 대체하려 하지는 않는다. 표현은 실재와 닮지 않은 것을 실재 앞에 내보임으로써 실재를 부정하지만 실재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표현은 분별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증후로 나타나는 갈등을 똑바로 직시한다. (...)

  현대의 대중문화가 역사적 필연성을 갖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삶 전체가 거대 산업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 결과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오늘날 지배적인 된 의식의 표준화와 극단적으로 대치된 것처럼 보이는 '심미적 주관화'의 결과라는 사실 때문이다. 예술가는 내면으로 향할수록 외부 세계의 모방에서 느끼는 유아적 즐거움에 대한 포기를 배워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영혼에 대한 반성 덕분으로 점점 더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한 기술의 진보―그러한 진보는 예술가들에게 더 큰 자유와 함께 타율성으로부터 독립을 가져다주었는데―는 내향성이라는 것 자체를 물화시키고 기술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술가의 자기 표현이 탁월해질수록 그만큼 더 그는 그가 표현한 것과는 다르게 되며, 표현되는 것, 즉 주관성의 내용 자체는 생산 과정의 단순한 기능으로 전락한다. 이런 것을 니체는 이미 눈치챘었는데, 그는 표현의 조련사인 바그너를 사기꾼이라 몰아부쳤던 것이다. (...)

  오늘날 예술의 과제는 질서 속에 카오스를 집어넣는 일이다. 예술적 생산성은 비자의적인 것 속에 있는 자의성의 능력이다. 예술은 진리라는 거짓으로부터 해방된 마술이다. 예술 작품은 직접적인 관조의 대상으로서 순수하게 그 자체로부터 이해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미학자들에게 널리 유포되어 있지만 근거가 박약하다. 이런 믿음의 한계는 단순히 개개 작품의 문화적 전체, 즉 전문가만이 추적할 수 있는 그 '언어'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종류의 어려움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곳에서조차 예술 작품은 사람들이 몰입하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박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사람은 그것이 박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날개 달린 짐승이 아니라 기이한 의상이 문제라는 것을 어머니는 그에게 설명해 주었어야 하고 아이는 '너는 내일 박쥐를 보러 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회상해야 한다. (...)

  위대한 예술 작품에서 나오는 위안은 그것이 무슨 말을 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현존재에 거역하면서 존재하는 데 성공했다는 데 있다. (...)
  
  - <미니마 모랄리아>(테오도르 아도르노 · 길 · 2005년 ·  원제 : Minima Moralia. Reflexionen aus dem bescha"digten Leben, 1951년) p.280~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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