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회]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 바이오 필리아(bio-philia)

by 이우 posted May 20, 2017 Views 1149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사랑의기술.jpg


  (...)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그의 사랑 이론을 상세히 피력했으나, 애니스와 사랑하며 결합되어 있던 27년 동안 이론을 더욱 한층 발전시켰다. 프롬은 1930년대에 프로이트의 충동 이론과 결별을 선언한 이래 인간의 핵심 문제가 충동적 욕구의 만족이 아니라 인간의 현실과의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성공에 결정적인 것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 다른 사람들,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뇌 연구와 젖먹이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능동적으로 자신의 환경과 관련되어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보다 훨씬 이전에 프롬은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닌 나에게 낯선 힘들(사람들, 관계들)로부터의 내적 독립성이 점점 거 키지게금 이러한 능동적 관련성을 형성하려는 인간 내면의 근본적 경향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이러한 종류의 관련성을 ‘생산적(productive)'이라고 일컬었다. (...)

  프롬은 대다수가 더는 핵전쟁의 위험에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망을 느꼈다. 그는 이러한 수동성을 삶에 대한 사랑의 고갈로, 개개의 경우에 많은 자살자들에게도 관찰할 수 있듯이 파괴적이고 생명을 멸하는 역학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는 생을 사랑하지 않게 되면, 사랑의 능력의 일차적인 경향이 대부분 좌절되면 어떻게 될까? 그러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독일계 유대인인 프롬은 알고 있었다. 그는 나치스의 파괴적 체제에서 달아났지만 강대국들이 벌이는 핵전쟁에서 도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프롬은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했다. 사랑의 능력의 집단적 상실에 대한 첫 번째 저항 반응은 투서와 정치 팸플릿, 공개 기사 및 연설, 또한 친한 상원의원과 개인적 접촉을 이용해 자신의 말을 경청하게 만들고, 삶에 대한 사랑의 집단적 위험과 파괴욕의 강화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

  결국 프롬은 앞서 인용한 크랄라 어쿠하트에 보낸 편지에서 암시됐듯이, 인간의 사랑하는 능력을 ‘바이오 필리아(bio-philia)’, 즉 삶을 사랑하고 살아있는 것에 이끌리는 특수한 능력으로 입증하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모든 살아 있는 것의 자체 역동성에 대해 탐구했고, 생명체에게는 생존 추구를 넘어서서 “통합하고 합일하려는 경향”이라는 특징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합일과 통합된 성장이란 모든 생명 과정의 특징이며, 세포뿐만 아니라 감정과 사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967년 미국 잡지 <맥쿨스(McCalls)>에 기고한 <우리가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라는 글에서  프롬은 이렇게 썼다. “삶이 본질상 성장 과정이고 완전해지는 과정이며 통제와 폭력 수단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면 삶에 대한 사랑은 모든 종류의 사랑의 핵심이다. 사랑은 인간, 동물, 식물 안의 생명에 대한 사랑이다. 삶에 대한 사랑은 추상적인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모든 종류의 사랑에 포함되어 있는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핵심이다. 자기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삶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타인을 욕망하고 원하고 집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니다.”(...) 인간의 사랑의 능력은 바이오필리아, 즉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이끌림을 기반으로 했다.

- p.199~204, 라이너 풍크의 <에리히 프롬의 삶과 사랑> 해설 중에서













  1. 18
    Sep 2018
    02:52

    [철학] 자연주의 철학자들 · 2 : 에피쿠로스, 루크레티우스, 그리고 디오게네스

    (...) 객관적 진리에 집착하는 한 지식은 모조리 헛소리일 뿐이다. "진리를 묻기 전에 누가 진리를 묻는지를 물어라.' 이런 니체의 반지식적 입장은 이미 2천년 전에 배태된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신은 죽었다"는 말도 니체가 원조는 아니다.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66907 file
    Read More
  2. 18
    Sep 2018
    02:37

    [철학] 자연주의 철학자들 · 1 : 탈레스에서 데모크리토스까지

    (...) 메소포타미아의 고대인들이 불멸의 것에 큰 가치를 둔 이유는 현세 이외에 어딘가 내세가 있으리라는 종교적 믿음 때문이다. 같은 시기의 이집트인들이 죽은 사람의 무덤에 내세의 길잡이인 <사자의 서>를 넣은 것과 같은 이유다. 고대인들에게는 그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7200 file
    Read More
  3. 07
    Sep 2018
    12:29

    [철학] 힐링(Healing)과 쇼펜하우어. 현대인은 '쇼펜하우어'이거나 '키에르케고르'일 지 모른다

    (...) 헤겔이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시절에 헤겔과 같은 강의 시간에 자신의 강의를 배정할 만큼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세를 보였던―수강생의 수에서는 심하게 밀렸지만―쇼펜하우어(Althur Schopenhauser, 1788~1860)는 헤겔과 정반대인 비관주의적 입장에...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5019 file
    Read More
  4. 24
    Aug 2018
    13:22

    [철학] 『말과 사물』 : 유사(類似)와 상사(相似), 그리고 기호(記號)

    1. 네 가지 유사성 (...) 16세기 말엽까지 서양 문화에서 닮음의 역할은 지식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텍스트에 대한 주석과 해석을 대부분 이끈 것은 바로 닮음이다. 닮음에 의해 상징 작용이 체계화되었고 가시적이거나 비가시적 사물의 인식이 가능하게 되었...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445 file
    Read More
  5. 21
    Aug 2018
    18:07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생물정치의 전개(규율권력 · 생물권력 · 인종주의)

    (...) 생물정치는 규율적 메커니즘과 전혀 다른 메커니즘들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생물정치에 의해 작동된 메커니즘은 우선 예측과 통계, 그리고 전체적인 측정 다음에 그런 특정 현상이나 개별적인 개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반적이고 글로벌한 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2838 file
    Read More
  6. 21
    Aug 2018
    16:17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미개인과 야만인, 그리고 교환

    (...) 역사 안에서 올바르고 진실된 구성의 시점을 찾으면서 불랭빌리에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는 구성의 시점을 법 안에서 찾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 안에서 찾기도 거부하였다. 그것은 반법률주의이고 동시에 반자연주의였다. 불랭...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556 file
    Read More
  7. 21
    Aug 2018
    15:22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봉건제의 발생 · 절대왕정제의 탄생

    (...) 로마인 문제 다음으로 내가 불랭빌리에의 분석 예로서 들고 싶은 것은, 그가 프랑크족에 관해 제기한 문제이다. 골에 들어온 프랑크인은 과연 누구인가? 내가 방금 여러분에게 했던 질문, 즉 비교적 적은 숫자로 골에 침입하여 그때까지 강했던 제국을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657 file
    Read More
  8. 19
    Aug 2018
    02:41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주권의 문제 · 홉스의 리바이어던

    (...) 오늘은 16세기말과 17세기초에 어떻게 전쟁이 권력관계의 분석틀로 나타나기 시작했는지를 살펴보겠다. 물론 여기서 우리가 곧장 만나는 하나의 이름이 있다. 홉스의 이름이 그것이다. 그는 일견 전쟁관계를 권력관계의 원칙과 기초로 삼은 사람인 것처...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140 file
    Read More
  9. 18
    Aug 2018
    06:49

    [철학] 『미셸 푸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계보학 · 인종주의적 담론의 역사

    (...) 내 생각에는 중세의 전통적인 세 축 안에서 역사적 담론의 이 두 기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계보학적 축은 왕권의 유구함을 말해주고, 위대한 선조들을 일깨워주며, 제국이나 왕국의 개국 영웅들의 위엄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이런 식의 계보학...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9337 file
    Read More
  10. 05
    Aug 2018
    12:45

    [철학] 『담론의 질서』 : 나눔의 문제, 분절(articulation)

    (...) 나눔의 문제는 학문의 세계에서나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의 철학적 사유가 처음으로 개화할 때 우리는 존재의 문제에 부딪힌다. '왜 존재할까?'라는 물음은 해결할 수 없는 궁극적인 물음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503 file
    Read More
  11. 02
    Aug 2018
    17:49

    [철학] 『담론의 질서』 : 배제(exclusion)의 과정(금기, 분할과 배척, 진위의 대립)

    (...) 어떤 사회든 담론의 생산을 통제하고, 선별하고, 조직화하고 나아가 재분배하는 일련의 과정들―그의 힘들과 위험들을 추방하고, 그의 우연한 사건을 지배하고, 그의 무거운, 위험한 물질성을 피해 가는 역할을 하는 과정들―이 존재한다. 유럽과 같은 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950 file
    Read More
  12. 01
    Aug 2018
    22:57

    [사회] 『아케이드 프로젝트』 : 보헤미안 · 여행 · 산책자 · 구경꾼

    (...) "내가 이해하기로 보헤미안들이란 사는 것이 문제이고,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신화이며, 재산은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는 개인들의 계층을 가리킨다. 그들은 도대체 정해진 거처도, 공인된 안식처도 없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지만 어디에서든 만날 수...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9931 file
    Read More
  13. 30
    Jul 2018
    23:39

    [문학] 『아케이드 프로젝트』 : 보들레르

    (...) 나다르는 1843년~1845년에 보들레르가 살던 피모당 호텔 근처에서 그를 만났을 때의 복장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반작반짝 윤이 나는 장화 위에 바짓가락을 바짝 댄 검은 바지, 농민과 서민들이 입던 조잡하고 헐렁한 옷, 인부들이 주로 입는 청색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47624 file
    Read More
  14. 28
    Jul 2018
    14:24

    [사회] 『아케이드 프로젝트』 : 도시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휴가 강박증

    (...) 나플레옹 3세 치하에서 파리의 근본적인 개조는 무엇보다 콩코르드 광장과 시청을 연결하는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아마 70년전쟁(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은 파리의 건축상의 경관을 위해서는 하늘의 축복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플레옹 3세는 모든 도...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9288 file
    Read More
  15. 25
    Jul 2018
    12:25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양태(modus) · 변용(affections) · 감정(affectus, affects)

    (1) 변용들은 양태들 그 자체다. 양태들은 실체 혹은 그 속성들의 변용들이다(<윤리학>, 1부, 명제25, 보충 : 1부, 명제 30, 증명). 이 변용들은 필연적으로 능동적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적합한 원인으로서의 신의 본성에 희해서 설명되는데, 신은 수동적...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7807 file
    Read More
  16. 25
    Jul 2018
    11:09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추상(abstractions, abstractions)

    (...) 핵심은 스피노자가 <윤리학>에서 확립하고 있는 추상 개념과 공통 개념 사이의 본성의 차이이다(2부, 명제 40, 주석1). 공통 개념은 서로 적합한 신체들, 다시 말해 법칙들에 따라 자신들의 각 관계를 결합하고 이 내적인 적합 혹은 결합에 상응하여 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81727 file
    Read More
  17. 24
    Jul 2018
    16:5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슬픔과 기쁨, 나쁨과 좋음, 그리고 윤리(Ethics)

    (...) 슬픔에는 부정적이지도 외적이지도 않은 환원불가능한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은 체험된 실제적인 이행, 지속이다. <나쁨>의 궁극적인 환원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은 행위 능력 혹은 변용 능력의 감소로서의 슬픔이다. 이 슬픔은 악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310 file
    Read More
  18. 19
    Jul 2018
    09:27

    [철학] 『에티카』 : 신(神)에 대하여③

    (...) 일어난 모든 것이 자신들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킨 다음, 사람들은 모든 사물들 안에서 그들에게 가장 유용했던 것을 특별한 것으로 판단해야 했고, 또한 그들에게 가장 큰 이익을 주었던 것을 가장 탁월한 것으로 평가해야 했다.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38013 file
    Read More
  19. 19
    Jul 2018
    08:31

    [철학] 『에티카』 : 신(神)에 대하여②

    (...) 이제는 자연이 자신 앞에 설정한 어떠한 목적도 없고 모든 목적인은 인간이 꾸며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논의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며 정리161)과 정리 32의 따름정리2)들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이 편견이 그 기원을 어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3125 file
    Read More
  20. 19
    Jul 2018
    06:56

    [철학] 『에티카』 : 신(神)에 대하여①

    (...) 그들은 신이 모든 것을 인간 때문에 만들었으며 또한 신이 자신을 공경하기 위해 인간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내가 고찰할 첫번째 논점은 우선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편견에 만족해 하며 또한 모든 이들이 왜 같은 편견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987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