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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선(Good)과 악(evil), 좋음(Good)과 나쁨(Bad)

by 이우 posted Mar 13, 2018 Views 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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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피노자의 철학.jpg


  (...) 브레이은베르흐와의 서신은 모두 8통의 편지가 전해오고 있는데, 각각 4통씩 1664년 12월에서 1665년 6월 사이에 씌어졌다. (...) 곡물중개상이었던 블레이은베르흐는 스피노자에게 편지를 통해 악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처음에 스피노자는 자신의 서신자가 진리에 대한 탐구에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곧 블레리은베르흐가 오히려 논쟁 취미와 틀리고 싶지 않은 욕망, 그리고 심한 편집증을 갖고 잇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말해 철학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칼뱅주의를 신봉하는 얼뜨기 신학자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 블레리은베르흐는 데카르트주의자들에게나 제기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어떻게 신이 <나쁜 의지>, 예를 들면 금단의 과일을 먹으려는 아담의 의지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 (...)

  신은 아무 것도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신은, 그 열매는, 그 구성 때문에 아담의 신체를 해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아담에게 인식시킨다. 열매는 비소(砒素)처럼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스피노자의 핵심적인 논제를 발견하게 된다. 나쁜 것은 중독, 소화불량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논제가 그것이다. 심지어 그것은, 개별적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배척이나 알레르기로 이해될 수 있다.

  블레이은베르흐는 이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악덕(vices)이라고 부르는 것을 당신이 삼가는 것은, 그것은 악덕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당신의 단일한 본성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음식물을 자신의 본성이 그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삼가는 것처럼, 당신은 악덕을 삼갑니다.> (...) 어떤 사물이 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오로지 경험을 통해서이다. 그렇다면 악은 단지 경험으로부터, 즉 후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일 뿐인가? 그렇다면 <계시>나 <인식>은 무엇을 말하는가?(편지 20)

  (...) 사정은 아주 복잡하다. 왜냐하면 결합된 신체는 상이한 질서에 속하는 부분들을 갖는데, 이 부분들은 다양한 관계들을 맺기 때문이다. 이 다양한 관계들은 서로 결합하여 이러저러한 차원에서 문제의 한 개체를 특징짓고 지배하는 관계를 구성한다. 따라서 각 신체에서의 관계들의 끼워맞추기, 한 신체의 다른 신체로부터 끼워맞추기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형식(forme)>을 구성한다.

  예를 들면, 스피노자가 올덴베르크에게 보낸 편지(편지 32)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유미(乳靡)와 림프는 각각의 관계 속에 있는 두 신체이지만, 제3의 지배적인 관계 아래서는 혈액을 구성한다. 그러나 혈액은 이번에는 또 다른 특징적인 혹은 지배적인 관계 아래서는 동물 혹은 인간 신체의 부분이 된다. 관계가 동질적인 두 신체, 예를 들면 정확하게 동질적인 혈액을 갖는 두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독의 경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혹은 알레르기의 경우에는? 이 경우들에게서는, 그 신체를 구성하는 관계들 가운데 하나가 파괴되거나 해체하게 될 것이다. 그 신체를 특정 짓는 혹은 지배하는 관계 자체가 파괴되기에 이른다면 죽음이 발생한다. <그 부분들 사이에 상이한 운동과 정지의 관계가 성립하도록 그 부분들이 배치될 때 나는 그 신체가 죽었다고 이해한다.>(윤리학 4부, 명제 39) (...)  스피노자는 악은 어떤 무엇도 아니라는 고전적인 논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것은, 온갖 방식을 통해서 서로 결합되는 관계들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혈액의 부분들이 맺게 되는 새로운 관계들과 독 사이에 나타나는 관계).

  자연의 질서에 따라 서로 결합하는 관계들은, 해체될 수 있는, 즉 실행이 중지될 수 있는 그러한 관계의 보존과 필연적으로 조응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나쁜 것이 존재한다. <인간 신체의 부분들 사이에 존재하는 운동과 정지의 관계가 보존되도록 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반대로 인간 신체의 부분들이 다른 운동과 정지의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윤리학, 4부 명제 39) 나의 관계와 결합되는 관계를 갖는 모든 대상은 졸은 것이라 일컬어질 것이다(적합). 나의 관계를 해체하는 관계를 갖는 모든 대상은, 다른 관계들과 결합되긴 하지만, 나쁜 것이라고 일컬어 질 것이다(부적합). (...)

  물론 구체적인 경우에는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한편으로 우리는 많은 구성 관계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대상이 어떤 관계 아래서는 우리에 적합하지만 다른 관계 아래서는 부적합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관계들의 각각은 일정 정도의 광범위한 변화의 폭을 가지고 있어서, 유아기에서 노년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게 변화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질병이나 어떤 상황들은, 존속하고 있는 것이 동일한 개체인가 하고 의문시할 정도로 이 관계들을 변형시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신체가 시체로 전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있는 죽음이 있다. 마지막으로, 변형된 우리 자신의 일부분이 나머지 부분들을 해체하거나 해롭게 하는 독처럼 작용하도록 하는 변형도 있을 수 있다(어떤 질병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자살). 

  중독의 모델은 이 모든 경우와 그것의 복잡성 모두에 해당된다. 그것은 우리가 겪은 악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악에 대해서도 해당된다. 우리는 단지 중독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시키기도 하며, 독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

- <스피노자의 철학>(질 들뢰즈 · 민음사 · 2001년 · 원제 : Spinoza.: Philosophie pratique) p.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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