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회] 모두스 비벤디 : 이동하는 인류, 난민 혹은 잉여인간.

by 이우 posted Jul 07, 2017 Views 1824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모두스_비벤디02.JPG

 (...) 1백년전,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발전을 발판으로 비자본주의적 사회조직들을 필요로 하지만," "자체의 존립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조건을 동화시킴으로써 발전한다." 비자본주의적인 사회조직들은 자본주의가 자랄 비옥한 대지를 제공하고 자본은 그런 조직들의 잔해를 먹고 살아간다. 그리고 자본축적을 위해서는 이런 비자본주의적 배경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본축적은 이런 배지(培地)를 대가로, 즉 그 배지를 먹어치우면서 진행된다.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된 역설은, 자본주의는 자기 꼬리를 잘라 먹고 살아가는 뱀과 같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본주의의 운명이기도 하다. 최근 일이십년은 꼬리와 위장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어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차이가 점점 더 불분명해진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로자 룩셈부르크는 몰랐던 용어를 사용해 다시 말하자면, 자본주의는 자산 탈취(asset stripping, 재정 위기에 처한 회사를 헐값에 사서 그 회사의 자산을 수익이 되는 대로 팔아치우는 것)를 통해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자산 탈취는 '적대적 인수 합병' 같은 일반적인 행태를 통해 최근에 드러난 관행이며, 새롭게 탈취할 자산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관행이 전지구적으로 실행되기 시작하면 조만간에 공급자가 고갈되거나, 관행 자체가 유지되기에 필요한 수준 이하로 공급자가 줄어든다. 탈취되는 자산은 다른 생산자들의 노동이 낳은 결과다. (...) 
 
 다시 말해, 로자 룩셈부르크는 어느 한 유형의 자본주의가 식량 고갈로 사멸하는 모습, 즉 자신이 뜯어먹던 '타자성(otherness)'의 마지막 풀밭까지 먹어치우고는 굶어죽는 모습을 예견했다. 그러나 1백년이 지난 후 근대성이 지구를 정복하면서 나타난 치명적인,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인간쓰레기(human waste)를 처리하는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 상황인 것 같다. 자본주의 시장이 정복한 새로운 전진기지마다 땅과 일터, 공동체적 안전망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무리에 수많은 사람이 새로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시브룩은 오늘날 자기 땅에서 추방당해, 가장 가까운 거대도시에서 빠르게 팽창 중인 빈민촌에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전지구적 빈민의 곤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지구적으로 빈민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부자들이 그들을 쫓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배후지의 자원이 고갈되거나 용도가 변경되어 그곳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들이 경작하던 땅은 비료와 농약에 중독되어 시장에 내다 팔 잉여 농산물을 더 이상 내놓지 못한다. (...) 땅은 해변 휴양시설이나 골프장을 지으려는 정부에 매입되거나, 농산물을 더 많이 수출하려는 구조조정 계획에 압력을 받는다. (...) 사람들이 언제든 연료를 구하거나 열매를 따거나 집을 수리할 대나무를 구하던 숲은 출입 금지 구역이 되어 사설 경비업체의 제복을 입은 경비들의 감시를 받는다." 
 
 (...) 금융과 상품 및 노동시장, 자본에 의한 근대화, 그리고 근대적 생활 양식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이 지구가 새로운 포화 상태를 맞게 되면서 두 가지 직접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 이미 근대화되었거나 현재 근대화되고 있는 비교적 소수의 잉여인간(human surplus)-근대적 삶의 방식이 확산되면서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는, 쓸모없이 남아도는 여분의 인구이며, 노동시장이 거부하고 시장 중심 체제가 배제한, 재활용 장치의 처리 용량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과잉인구- 밀집지역들을 정기적으로 제때에 비우고 깨끗이 청소할 수 있게 해주던 과거의 배출구들이 차단된 것이다. (...) 
 
 클리퍼드 기어츠는 "힘 있는 자들의 가치에 복종시키려고 힘을 사용하는 것"과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고 아무 것도 바꾸려 하지 않는 공허한 관용"이라는 두 대안 사이에서 현재 어떤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했다. 즉, 복종을 강요하는 권력뿐만 아니라, 지위가 높고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당혹감은 물론, 그들의 선심 쓰는 척하는 하는 태도에 모욕감을 느낀 자들의 분노를 달래는 데 사용한 '관용'이라는 제스처 역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 
 
 일단 잉여인간을 배출할 통로가 막히면 모든 것이 변한다. '불필요한' 인구가 내부에 남아서 '유용하고' '적법한' 나머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상'과 '비정상', 일시적인 박탈과 궁극적인 '쓰레기' 판정은, 그것이 과거에 인식되던 방식처럼, 상대적으로 소수에만 국한되기보다는 모든 이들의 잠재적인 전망이 된다. (...)  
 
 한번 난민은 영원한 난민이다. (...) 지구는 이제 포화상태다. 이는 특히 질서를 유지하고 경제를 발달시키는 등 전형적인 근대화 과정들이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쓰레기'도 도처에서 만들어지고 또 점점 많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모두스 비벤디-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 후마니타스 · 2010년 · 원제 : Liquid Times: Living in an Age of Uncertainty, 2006년) p.49~90














  1. 18
    Apr 2019
    07:51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숭고미와 전쟁, 그리고 종교

    (...) 사람들은 어떤 대상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그 대상을 두려운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곧 우리가 순전히, 가령 어떤 대상에 저항을 해보려는 경우를 생각하고, 그 경우에 모든 저항이 어림없는 허사가 될 것으로 어떤 대상을 판정한다면 말이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1943 file
    Read More
  2. 15
    Apr 2019
    20:28

    [철학] 칸트의 『실천이성 비판』 : 자유·실천이성의 문제

    (...) 이성이 순수 이성으로서 실제로 실천적이라면, 이성은 자기의 실재성과 자기 개념들의 실재성을 행위를 통하여 증명할 것이고, 그런 가능성에 반대되는 일체의 궤변은 헛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능력(순수 실천 이성 능력)과 더불어 초월적 자유도 바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161 file
    Read More
  3. 12
    Apr 2019
    04:39

    [철학]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 상상력 · 지성 · 자연

    (...) 경험 일반의 가능성 및 경험 대상들에 대한 인식의 가능성이 근거하는 주관적인 세 인식 원천이 있는데, 그것은 감각기능(감각기관, 감관), 상상력, 그리고 통각이다. 이것들 중 어느 것이라도 경험적으로, 말하자면 주어진 현상들에 대한 적용에서 고...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896 file
    Read More
  4. 11
    Apr 2019
    15:06

    [철학]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 선험적 인식 · 자연의 합목적성

    (...) 모든 지각들이 일관되고 합법칙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표상되는 오직 하나의 경험만이 있다. 그것은 거기에 현상들의 모든 형식과 존재 · 비존재의 모든 관계가 생기는 오직 하나의 공간 · 시간만이 있는 이치와 같다*. 우리가 서로 다른 경험들을 이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766 file
    Read More
  5. 11
    Apr 2019
    01:48

    [철학]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 칸트의 기획

    (...) 모든 경험들은 그것을 통해 무엇인가가 주어지는 감관의 직관 외에 또한 직관에 주어지는, 다시 말해 현상하는 대상에 대한 개념을 함유한다. 그러므로 대상들 일반에 대한 개념들은 선험적인 조건으로서 모든 경험인식의 기초에 놓여 있을 것이다. 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641 file
    Read More
  6. 07
    Apr 2019
    01:34

    [철학]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 초월적 논리학 · 진리의 문제

    (...) 일반 논리학은 인식의 모든 내용, 다시 말해서 인식의 대상과의 모든 관계 맺음을 도외시하고, 인식들 상호간의 관계에서의 논리적 형식, 다시 말해 사고 일반의 형식만을 고찰한다. 그런데 초월적 감성학이 밝혀주듯이 순수한 직관 뿐만 아니라 경험적...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164 file
    Read More
  7. 04
    Apr 2019
    07:21

    [철학]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 초월적 감성학

    (...)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수단에 의해 언제나 인식이 대상들과 관계를 맺든지 간에, 그로써 인식이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그리고 모든 사고가 수단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직관이다. 그런데 직관은 오로지 우리에게 대상이 주어지는 한에서만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917 file
    Read More
  8. 30
    Mar 2019
    23:41

    [철학]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 인식 · 순수 지성

    (...) 모든 인식은 재료(내용, Materie)와 이 재료를 정리 정돈하는 형식(틀, Form)을 요소로 해서 이루어지거니와, 인식이 사고의 산물인 한에서 인식의 형식은 사고의 형식이며, 이 사고의 형식은 이미 지성에 "예비되어 놓여 있다"(A66=B91). 그러므로 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781 file
    Read More
  9. 25
    Mar 2019
    19:34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감성세계-판단력-초감성세계

    (...) 지성은 감관의 객관인 자연에 대해서 선험적으로 법칙수립적이며, 가능한 경험에서 자연의 이론적 인식을 위한 것이다. 이성은 주관에서의 초감성적인 것인 자유 및 자유의 고유한 원인성에 대해서 선험적으로 법칙수립적이며, 무조건적으로 실천적인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341 file
    Read More
  10. 19
    Mar 2019
    14:58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판단력

    (...) 선험적 개념들이 적용되는데까지가, 원리에 따른 우리 인식 능력의 사용이 닿는 범위이며, 그와 함께 철학이 미치는 범위이다. 그러나 가능한 그 대상들에 대한 인식을 성취하기 위해 저 개념들이 관계 맺는 모든 대상의 총괄은 우리의 능력이 이 의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5278 file
    Read More
  11. 13
    Mar 2019
    18:04

    [철학]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 결론

    (...) 다수가 비천함과 가난 속에서 살 때 소수의 권력자와 부자가 권세와 부의 절정을 누리는 것은, 후자의 인간들이 자신이 누리는 것을 전자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며, 만일 민중이 비참하지 않게 되면 상황...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9687 file
    Read More
  12. 12
    Mar 2019
    04:15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순수 이성 · 실천 이성 · 판단력

    (...) 우리는 선험적 원리들에 의한 인식의 능력을 순수 이성이라 부르고, 이 순수 이성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연구를 순수 이성 비판이라 부를 수 있다. 우리가 저런 명칭을 가진 첫번째 저작(순수 이성 비판)에서 그렇게 했듯이, 이 능력을 실천 이성으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094 file
    Read More
  13. 17
    Feb 2019
    00:38

    [철학] 『인간이란 무엇인가-오성·정념·도덕 본성론』 : 이 책의 결론, '공감(sympathy)'

    (...) 인간 정신의 주요 원천 또는 인간의 마음을 들끓게 하는 주요 원인은 쾌락과 고통이다. 이런 감각적인 감정이 우리의 사유나 감정에서 사라지면 우리는 대개 정서도 느낄 수 없고 행동할 수도 없으며, 욕구나 의욕 역시 보나마나 불가능해질 것이다. 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998 file
    Read More
  14. 14
    Feb 2019
    06:43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목적론 · 신학 · 교화와 훈육 · 도덕

    (...) 칸트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유기적 존재자들이 목적인의 "실마리"에 따라 판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B319~V389) (중략) '자연의 기술'이라는 개념은 곧 자연목적을 설명할 수 없음을 근거로 해서 "교조적"($74)으로 취급될 수는 없다.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932 file
    Read More
  15. 14
    Feb 2019
    05:07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자연목적론 · 목적론적 판단력

    (...) 과연 자연 안에 객관적 합목적성이 나타나는가? (중략) 자연은 목적의 표상에 따라 행위하는 지적 존재자가 아니므로, 자연 안에서 발생되는 합목적성은 특수한 것임에 틀림없다. 구성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모든 대상들은 어쨌든 작용 연결(nexus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706 file
    Read More
  16. 13
    Feb 2019
    18:12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예술 · 예술가 · 변증성 · 판단력

    (...) 미감적 판단은 보편적 동의를 요구하지만, 독창적 예술가만이 미적인 것을 산출할 수 있다. 예술 작품들은 자유에 의해 산출된다($43) 실천적 '할 수 있음'이 이론적 앎과 구별되듯이, 숙련의 기예는 학문과 구별된다. 그리고 예술은 언제나 자유로운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108 file
    Read More
  17. 13
    Feb 2019
    05:50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미의 감정(우아미)과 숭고의 감정(숭고미)

    (...) 미의 감정과는 달리 숭고의 감정은 질의 면에서 상상력과 이성의 부조화에 의거한다.($27) "미적인 것의 판정에 있어서 상상력과 지성이 그들의 일치에 의해 그렇게 하듯이, 이 경우에는 상상력과 이성이 그들의 상충에 의해 마음의 능력들의 주관적 합...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9221 file
    Read More
  18. 07
    Feb 2019
    00:21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자연과 인간의 합목적적 관계·역사

    (...) 마지막 질문은 이런 것이다. 어떻게 궁극 목적은 또한 자연의 최종 목적인가? 다시 말해, 오로지 초감성적 존재로서, 또 가상체로서만 궁극 목적인 인간이 어떻게 감성적 자연의 최종 목적일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초감성계가 감성계와 통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9614 file
    Read More
  19. 06
    Feb 2019
    21:59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 자연목적론·합목적성·도덕목적론·신학

    (...) 세 개의 비판은 진정한 전환의 체계를 보여준다. 첫째, 능력들은 표상 일반(인식함, 욕구함, 느낌)의 관계에 따라 정의된다. 둘째, 능력들은 표상의 원천(상상력, 지성, 이성)으로서 정의된다. 첫번째 의미의 능력들 각각마다 반드시 두 번째 의미의 능...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486 file
    Read More
  20. 05
    Feb 2019
    20:16

    [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 실천이성비판 · 도덕법칙 · 자유의지 · 입법

    (...) 욕구 능력이 감정적이거나 지성적인 대상의 표상을 통해 규정되지 않고, 또 의지에다 이런 종류의 표상을 연결 짓는 즐거움이나 고통의 느낌을 통해 규정되지 않고, 순수의 표상을 통해 규정될 경우 욕구 능력은 상위 형식을 이룰 수 있다. 이 순수 형...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9150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