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자연은 스스로 무한(無限)을 정립한다.

by 이우 posted Aug 19, 2017 Views 2384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사물의 본성에 관하여_900.jpg


  (...) 자연은 사물들의 총체가 스스로 자신에게 한계를 놓을 수 없도록 한다.
  그것은 물체의 빈 공간에 의해서,
  그리고 빈 공간인 것은 다시금 물체에 의해 한정되도록 강제한다.
  이렇게 번갈음으로 해서 전체를 무한하게 만들면서,
  혹은 최소한 이들 중 어느 한 쪽은, 혹시 다른 쪽이 한계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섞임 없는 본성으로 한정 없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만일 빈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질료의 동요된 알갱이들을 담을 수 없을 것이고,
  반면에 만일 빈 공간은 측량할 바 없는데 질료가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바다도 땅도 하늘의 빛나는 구역도,
  필멸의 인간 종족도, 신들의 신성한 몸들도,
  짧은 시간 간격 만큼도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풍성한 질료들이 그것의 모임으로부터 흩어져
  광대한 허공 속으로 녹아들어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것은 결코 모여서 어떤 사물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흩어져 버려서 함께 모아질 수 없을테니 말이다.

  왜냐하면 확실히 사물의 기원들 각각이 현명한 정신에 의해
  계획을 따라 자신들을 그 질서 속에 놓은 것도 아니고,
  각각이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 협의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만은 것들이 무한한 시간으로부터 타격에 동요되어
  온 세상에 걸쳐 수많은 방식으로 변형되어서 요동하고 있으며,
  온갖 종류의 운동과 모임을 시험한 끝에
  마침내 사물들의 총체가 자라나서
  유지되도록 하는 그러한 배열에 당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 총체는
  일단 조화로운 운동 속으로 진입하게 되자,
  그 배열에 의해 수많은 장대한 햇수가 지나도록 지속되면서,
  탐욕스런 바다를 강들이 그 흐름의 거대한 물길로 채워 넣고,
  땅은 태양의 열기에 데워져서 그 자손들을 새롭게 하고,
  생명 있는 것들의 종족은 위로 솟아 꽃 피어나,
  하늘의 불들은 미끄러지며 활기를 띠도록 만든다.
  그런데 만일 질료들이 무한으로부터 풍성하게 생겨나 보충해 줄 수 없다면,
  이들은 이런 일을 어떤 조건 속에서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이 풍성함으로부터 상실된 종류의 것들을 제 시간에 다시 채우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치 동물들의 본성이 양식을 얻지 못하면 살이 빠지고 스러져 버리듯
  모든 것은 질료들이 어떤 방식으로 길을 벗어나 보급해 주기를 실패하면
  곧장 해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부의 온 방향에서 가해진 타격조차도
  그 어떤 세계든 원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세계를 전체로서 유지할 길이 없다.
  왜냐하면 다른 타격들이 당도하고 전체가 보충 받을 수 있는 동안에만
  그것들이 반복해서 때릴 수 있고 부분들을 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타격들은 때때로 튕겨질 수밖에 없고
  동시에 사물들의 시초에게 집합으로부터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망칠 시간과 공간을 넓혀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거듭거듭 많은 물체들이 솟아나야만 한다.
  타결들 자체도 계속 보급을 해줄 수 있으려면
  사방에 질료의 무한한 힘이 있어야 한다.

  멤미우스여! 이 일들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것 믿기를 피하라. 
  즉 모든 것이, 그들이 총체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거기로 향하고 있으며,
  그래서 세계의 본성이 어떤 외부적 타격 없이도 튼튼히 서 있고,
  꼭대기든 밑바닥이든 어느 방향으로도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중심에 기대어 버티고 있어서 그렇다는 말이다.
  만일 그대가 무엇이든 자체로 자신 안에 서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땅 밑의 모든 무게들은 위로 기대어
  땅 속에서 거꾸로 놓인 채 쉬고 있다는 것이다. (...)
  공허한 오류가 어리석은 자들에게 이런 거짓들을 천거하였도다.
  이들이 뒤집어진 논리로 된 것을 껴안아 가졌으므로.

  왜냐하면 세계는 무한하게 되어 있어 한가운데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한가운데가 있다해도 무엇이든간에 그 사실 때문에 거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빈 곳이라고 부르는 모든 장소 또는 공간은
  한가운데를 통해서건 한가운데 아닌 것을 통해서건
  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든 간에
  항상 무게를 지닌 것들에게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물체가 그리로 오게 되면, 그 무게의 힘을 잃고
  허공 속에 가만이 있을 수 있는 그런 장소는 결코 없다. (...)

   -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루크레티우스 · 아카넷 · 2012년 · 원제 : De Rerum Natura) p.99~105













  1. 12
    Oct 2019
    02:53

    [철학]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 제7판 서론* : 정신과 물질 사이의 교차점, 기억

    (...) 이 책은 정신(esprit)과 물질(matiers)의 실재성을 주장하고, 전자와 후자와의 관계를 하나의 정확한 예증, 즉 기억이라는 예증 위에서 규정하려고 시도한다. 따라서 이 책은 분명히 이원론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 책은 물체(corps)와 정신을, 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189 file
    Read More
  2. 09
    Aug 2019
    02:22

    [철학] 니체의 「아침놀」 : 철학자

    468. 아름다움의 나라는 더 크다―우리는 모든 것에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즉 그 아름다움을 현장에서 붙잡기 위해 자연 속을 교활하면서도 유쾌하게 돌아다닌다. 또한 우리는 어떤 때는 햇볕 아래서, 어떤 때는 폭풍우가 올 것 같은 하늘 아래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5627 file
    Read More
  3. 31
    Jul 2019
    08:43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사르트르와 카뮈가 본 미국 사회

    (...) 1945년 초부터 1946년 여름 사이에 사르트르는 미국을 두 번 방문했다. 합쳐서 거의 6개월을 보냈고 뉴욕에 여자 친구도 있었고, 전국을 돌며 최고 명문대학 여러 곳에서 강연했다. (중략) 사르트르는 미국에 심취했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 문학, 영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4281 file
    Read More
  4. 31
    Jul 2019
    06:15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보부아르가 본 미국 사회

    (...) 리처드 라이트는 미국 순회강연의 첫 행선지인 뉴욕에 오는 시몬 드 보부아르를 환영하고 그녀와 정치를 논할 일을 고대했다. 그녀는 미국 여행을 위해 열을 내며 짐을 쌌다. 생애 처음으로 그녀는 경솔하게 행동했고 그 때문에 자신이 미웠다. 미국 여...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5117 file
    Read More
  5. 30
    Jul 2019
    23:19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사회민주주의·초현실주의, 혹은 추상미술

    (...) 1945년 10월 총선에서 프랑스 여성들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알베르 카뮈는 <<콩바>> 독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이 없으므로 비공산 계열 사회주의자들에게 투표하기를 촉구했다. 그는 샤를 드골을 존경했지만 평화의 시기에 군 장성이 정치에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555 file
    Read More
  6. 25
    Jul 2019
    11:17

    [철학] 니체의 「아침놀」 : 노동과 자본

    203. 나쁜 식사법에 대한 반대―호텔에서든 사회의 상류층이 사는 어느 곳에서든 현재 사람들이 하는 식사는 엉망이다! 크게 존경받을만한 학자들이 모일 경우에조차 그들의 식탁은 은행가의 식탁과 동일하게 가득 채워진다. 다량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이것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504 file
    Read More
  7. 21
    Jul 2019
    19:54

    [사회]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 수집가

    (...) 이러한 아케이드의 내부 공간은 종종 시대에 뒤쳐져가는 업종들의 피신처가 되는데,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장사도 그러한 공간에서 왠지 낡고 허름한 분위기를 띠게 될 것이다. 이곳은 기업 상담소와 흥신소의 소굴로, 이들은 2층의 갤러리에서 내리비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8061 file
    Read More
  8. 18
    Jul 2019
    21:17

    [철학] 니체의 「아침놀」 : 사회·국가·경제·정치·노동·법·예술, 그리고 고독

    171. 근대인의 음식물―근대인은 많은 것을, 아니 거의 모든 것을 소화할 줄 안다. 이것이 야심의 근대적인 형태다. 그러나 그가 거의 모든 것을 소화할 줄 모른다면 그는 좀더 고차적일 것이다. 모든 것을 먹는 인간(Homo pamphagus)은 가장 세련된 종이 아니...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958 file
    Read More
  9. 13
    Jul 2019
    15:05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1940년~50년 파리의 풍경

    (...) 『파리 좌안 1940-50』은 1905년~30년 사이에 태어나 1940~50년 사이에 파리에서 살고, 사랑하고, 싸우고, 놀고, 활약했으며 그때 내놓은 지적, 예술적 산출물로 지금까지 계속 우리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심지어 옷 입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866 file
    Read More
  10. 06
    Jul 2019
    23:07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철학

    (...) 철학적 체계들은 오직 그 창설자에게만 전적으로 참이다. 훗날의 모든 철학자에게 그것은 으레 위대한 오류이고, 우둔한 사람들에게는 오류와 진리의 합계이다. (중략) 많은 사람들은 어떤 철학자라고 할지라도 비난하는데, 그것은 자신들의 목표가 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3781 file
    Read More
  11. 04
    Jul 2019
    16:37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경쟁 · 시기 · 질투 , 그리고 국가

    (...) 우리가 인간성에 관해 말할 때는 그것이 이미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시켜 특정짓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분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적 특성들과 본래 인간적인 것으로 불리는 것들은 떼어놓을 수 없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55619 file
    Read More
  12. 03
    Jul 2019
    02:14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노동존엄성과 노동, 폭력과 국가, 그리고 전쟁의 비밀스러운 상관관계

    (...) 신세대들인 우리는 그리스인들보다 두 가지 개념을 더 가지고 있는데, 이 개념들은 말하자면 완전히 노예처럼 행동하면서도 '노예'라는 낱말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세계를 위로하는 수단으로 주어져 있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존엄'에 관해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328 file
    Read More
  13. 25
    Jun 2019
    02:51

    [철학] 니체의 「아침놀」 : 서문 · 당신은 왜 고독한가?

    1. 이 책에서 사람들은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뚫고 들어가며, 파내며, 밑을 파고들어 뒤집어엎는 사람이다. 그렇게 깊은 곳에서 향해지는 일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얼마나 서서히, 신중하게, 부드럽지만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54527 file
    Read More
  14. 22
    Jun 2019
    02:33

    [문학] 시인 김수영, 「詩여, 침을 뱉어라-힘으로서의 詩의 존재」

    (...)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시를 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이 물음이 포괄하고 있는 원주가 바로 우리들 오늘의 세미나*의 주제인, 시에 있어서의 형식과 내용의 문제와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8579 file
    Read More
  15. 29
    May 2019
    18:32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비극의 탄생 · 비극적 사유의 탄생

    (...) 자신들의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런 이론을 자신들의 신들을 통해 동시에 숨겼던 그리스인들은 예술의 이중적 원천으로 두 신,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를 내세웠다. 예술의 영역에서 이 이름들은 대립되는 양식들을 대변한다. 이 양식들은 상호투쟁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115 file
    Read More
  16. 29
    May 2019
    08:05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예술의 탄생·디오니소스적 세계관

    (...) 자신들의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런 이론을 자신들의 신을 통해 말하고 동시에 숨겼던 그리스인들은 예술의 이중적 원천으로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두 신을 내세웠다. 예술의 영역에서 이 이름들은 대립되는 양식들을 대변한다. 이 양식들은 상호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484 file
    Read More
  17. 17
    May 2019
    00:56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자연의 최종 목적

    (...) 우리는 앞 조항에서, 우리가 인간을 모든 유기적 존재자들들과 같이 한낱 자연목적으로뿐만 아니라, 이성의 원칙들에 따르면, 여기 지상에서는 그것과 관계해서 여타 모든 자연사물들이 목적들의 체계를 이루는, 자연의 최종목적으로, 비록 규정적 판단...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321 file
    Read More
  18. 16
    May 2019
    04:43

    [철학] 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 유기체와 지층

    (...) 우리는 한 지층에서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무엇이 한 지층에 통일성과 다양성을 부여하는가? 질료, 고른판(또는 안고른판)이라는 순수 질료는 지층들 바깥에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한 지층 안에서 분자들은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809 file
    Read More
  19. 05
    May 2019
    01:05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자연의 외적 합목적성과 내적 합목적성

    (...) 한 사물이 오직 목적으로서 가능하다는 것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그 사물의 기원의 원인성을 자연의 기계성이 아니라 그 작용능력이 개념들에 의해 규정되는 어떤 원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실이 요구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007 file
    Read More
  20. 25
    Apr 2019
    21:48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예술의 구분과 가치 비교

    $51. 미적기예(예술)들의 구분에 대하여 (...)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미를 자연미가 됐든 예술미가 됐든 미감적 이념들의 표현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다만, 예술에서는 이 이념이 객관에 대한 하나의 개념에 의해 유발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아름다운 자연에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242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