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회]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직업 개념

by 이우 posted Mar 05, 2017 Views 1353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_s.jpg

  

  (...) 이미 독일어의 '직업(Beruf)'이라는 단어에, 그리고 아마 좀 더 분명하게 영어의 'calling'이라는 단어에 종교적인 내용―즉 신으로부터 받은 임무―이 적어도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며, 이 말은 구체적인 경우에 강조하면 할수록 훨씬 분명하게 감지된다. 그리고 이 말을 역사적으로 여러 분명 언어들과 비교하여 추적해보면ㅡ 우선 드러나는 사실은 우리가 '직업(사회적 위치, 일정한 노동 분야라는 의미)'이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한 색조의 표현을 카톨릭적인 민족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으며 고전적 고대에서도 마찬가지인 반면에 주로 프로테스탄트적 모든 민족에게 그러한 표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러한 현상의 원인이 해당 언어의 어떤 인종적 특성, 예를 들어 '게르만의 민족정신' 같은 표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의미에서의 그 말은 성경 번역에서 유래한 것임이 드러난다. 그 단어는 <시락서>에 대한 루터*의 번역 중 한 구절(XI장 20, 21)에서 현재의 의미로서 처음 사용된 것 같다. 그 이후로 곧 그 말은 모든 프로테스탄트적 민족의 일상어에서 현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중략)


  단어의 의미가 그러하듯 (중략) 분명히 새로운 사실 하나는 세속적 직업에서의 의무 이행을 도덕적 자기 증명이 가질 수 있는 최고 내용으로 평가한 점이다. 이것 때문에 세속적인 일상적 노동이 종교적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이 발생했고 그러한 의미의 직업 개념이 최초로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직업' 개념에는 모든 프로테스탄트 교파의 중심 교리가 표현되어 있다. 이 교리는 도덕적 계율을 '명령'과 '권고'로 나누는 가톨릭적 태도를 거부하고, 신을 기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도승적 금욕주의를 통해 현세적 도덕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세적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라 보았다. (...)


  루터에 있어 이러한 사상은 그의 종교개혁 활동 첫 10년 동안에서 발전되었다. 처음에 그는 예컨대 토마스 아퀴나스가 주장했듯이 현저히 중세적인 전통적 생각에서, 세속적 노동은 아무리 신에 의해 의욕된 것이라 해도 피조물에 속하는 것이라 보았고 마치 먹고 마시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무관한 신앙생활의 불가결한 자연적 토대라고 보았다. (중략)


  그의 종교개혁 활동 초기에 직업을 본질적으로 피조물의 것이라 평가했기 때문에 현세적 활동 방식에 관해 루터를 지배한 관점은 <고린도전서> 7장에 표현된 바울의 종말론적 무관심과 내면적으로 유사한 것이었다. 즉 사람은 모든 신분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으며 삶의 짧은 순례길에서 직업의 종류에 연연해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필요를 넘어서는 물질적 이익의 추구는 은총을 맏지 못했다는 징후로 여겨졌고, 그것이 더군다나 차인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이유로 직접적인 비난을 받았다. (중략)


  그러나 그와 동시에 루터에게 있어 각 개인의 구체적인 직업은 그 개인에게 신의 섭리가 지정한 구체적 위치를 충족시키라는 신의 특별한 명령이 되었다. 그리고 광신자와 농민 폭동에 대항해 싸우고 난 뒤 루터에게는 각자가 신으로부터 지정 받은 객관적인 역사적 질서가 점점 신의 뜻이 현시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삶의 사소한 일에서마저 섭리를 강조함으로써 점차 '운명' 사상에 대응하는 전통주의적 색채를 강화시켰다. 각자는 근본적으로 신이 일단 정해준 그 직업과 신분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며, 지상의 노력은 주어진 삶의 지위가 정해준 한계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제적 전통주의가 처음에 바울적인 무관심의 산물이었다면, 나중에는 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주어진 처지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과 동일시하는 점차 강화되던 섭리 신앙의 결과였다. (...) 


 -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동서문화사 세계사상전집 38 · 막스 베버 · 동서문화동판 · 2016년) p.67~73





  ..................

  *마르틴 루터, 또는 말틴 루터(Martin Luther 또는 Luder, 1483년~1546년) : 독일의 전직 가톨릭 수사이자 사제, 신학 교수였으며, 훗날 종교개혁을 일으킨 주요 인물이다. 본래 아우구스티노회 수사였던 루터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여러 가르침과 전통을 거부하였다. 대사의 오용과 남용을 강하게 성토한 그는 1517년 95개 논제를 게시함으로써 도미니코회 수사이자 대사령 설교 담당자인 요한 테첼에 맞섰다. 1520년 그는 교황 레오 10세로부터 자신의 모든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거부하였다. 1521년 보름스 회의에서 마찬가지로 신성 로마 제국의 카를 5세 황제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았으나 거부함으로써 결국 교황에게 파문을 선고받았다. 또한 황제로부터 삭권 박탈당했다.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강제적인 면죄부 판매는 루터의 신앙 양심을 근본적으로 흔들게 되었다.‘돈으로 구원을 살 수 있다’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순응할 수 없었고, 나아가 침묵할 수도 없었다. 루터는 자신이 가르치고 돌보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목회적 양심과 책임에 따라 설교에서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기 시작하였고, 전혀 개선됨이 없자 드디어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의 만인 성자 교회의 문 앞에 ‘95개 논제’를 내 걸음으로써 기존 교회와의 본격적인 논쟁에 들어가게 되며, 이것이 종교 개혁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1. 12
    Oct 2019
    02:53

    [철학]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 제7판 서론* : 정신과 물질 사이의 교차점, 기억

    (...) 이 책은 정신(esprit)과 물질(matiers)의 실재성을 주장하고, 전자와 후자와의 관계를 하나의 정확한 예증, 즉 기억이라는 예증 위에서 규정하려고 시도한다. 따라서 이 책은 분명히 이원론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 책은 물체(corps)와 정신을, 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189 file
    Read More
  2. 09
    Aug 2019
    02:22

    [철학] 니체의 「아침놀」 : 철학자

    468. 아름다움의 나라는 더 크다―우리는 모든 것에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즉 그 아름다움을 현장에서 붙잡기 위해 자연 속을 교활하면서도 유쾌하게 돌아다닌다. 또한 우리는 어떤 때는 햇볕 아래서, 어떤 때는 폭풍우가 올 것 같은 하늘 아래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5627 file
    Read More
  3. 31
    Jul 2019
    08:43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사르트르와 카뮈가 본 미국 사회

    (...) 1945년 초부터 1946년 여름 사이에 사르트르는 미국을 두 번 방문했다. 합쳐서 거의 6개월을 보냈고 뉴욕에 여자 친구도 있었고, 전국을 돌며 최고 명문대학 여러 곳에서 강연했다. (중략) 사르트르는 미국에 심취했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 문학, 영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4281 file
    Read More
  4. 31
    Jul 2019
    06:15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보부아르가 본 미국 사회

    (...) 리처드 라이트는 미국 순회강연의 첫 행선지인 뉴욕에 오는 시몬 드 보부아르를 환영하고 그녀와 정치를 논할 일을 고대했다. 그녀는 미국 여행을 위해 열을 내며 짐을 쌌다. 생애 처음으로 그녀는 경솔하게 행동했고 그 때문에 자신이 미웠다. 미국 여...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5117 file
    Read More
  5. 30
    Jul 2019
    23:19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사회민주주의·초현실주의, 혹은 추상미술

    (...) 1945년 10월 총선에서 프랑스 여성들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알베르 카뮈는 <<콩바>> 독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이 없으므로 비공산 계열 사회주의자들에게 투표하기를 촉구했다. 그는 샤를 드골을 존경했지만 평화의 시기에 군 장성이 정치에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555 file
    Read More
  6. 25
    Jul 2019
    11:17

    [철학] 니체의 「아침놀」 : 노동과 자본

    203. 나쁜 식사법에 대한 반대―호텔에서든 사회의 상류층이 사는 어느 곳에서든 현재 사람들이 하는 식사는 엉망이다! 크게 존경받을만한 학자들이 모일 경우에조차 그들의 식탁은 은행가의 식탁과 동일하게 가득 채워진다. 다량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이것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504 file
    Read More
  7. 21
    Jul 2019
    19:54

    [사회]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 수집가

    (...) 이러한 아케이드의 내부 공간은 종종 시대에 뒤쳐져가는 업종들의 피신처가 되는데,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장사도 그러한 공간에서 왠지 낡고 허름한 분위기를 띠게 될 것이다. 이곳은 기업 상담소와 흥신소의 소굴로, 이들은 2층의 갤러리에서 내리비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8061 file
    Read More
  8. 18
    Jul 2019
    21:17

    [철학] 니체의 「아침놀」 : 사회·국가·경제·정치·노동·법·예술, 그리고 고독

    171. 근대인의 음식물―근대인은 많은 것을, 아니 거의 모든 것을 소화할 줄 안다. 이것이 야심의 근대적인 형태다. 그러나 그가 거의 모든 것을 소화할 줄 모른다면 그는 좀더 고차적일 것이다. 모든 것을 먹는 인간(Homo pamphagus)은 가장 세련된 종이 아니...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958 file
    Read More
  9. 13
    Jul 2019
    15:05

    [사회]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 : 1940년~50년 파리의 풍경

    (...) 『파리 좌안 1940-50』은 1905년~30년 사이에 태어나 1940~50년 사이에 파리에서 살고, 사랑하고, 싸우고, 놀고, 활약했으며 그때 내놓은 지적, 예술적 산출물로 지금까지 계속 우리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심지어 옷 입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866 file
    Read More
  10. 06
    Jul 2019
    23:07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철학

    (...) 철학적 체계들은 오직 그 창설자에게만 전적으로 참이다. 훗날의 모든 철학자에게 그것은 으레 위대한 오류이고, 우둔한 사람들에게는 오류와 진리의 합계이다. (중략) 많은 사람들은 어떤 철학자라고 할지라도 비난하는데, 그것은 자신들의 목표가 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3782 file
    Read More
  11. 04
    Jul 2019
    16:37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경쟁 · 시기 · 질투 , 그리고 국가

    (...) 우리가 인간성에 관해 말할 때는 그것이 이미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시켜 특정짓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분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적 특성들과 본래 인간적인 것으로 불리는 것들은 떼어놓을 수 없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55620 file
    Read More
  12. 03
    Jul 2019
    02:14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노동존엄성과 노동, 폭력과 국가, 그리고 전쟁의 비밀스러운 상관관계

    (...) 신세대들인 우리는 그리스인들보다 두 가지 개념을 더 가지고 있는데, 이 개념들은 말하자면 완전히 노예처럼 행동하면서도 '노예'라는 낱말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세계를 위로하는 수단으로 주어져 있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존엄'에 관해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328 file
    Read More
  13. 25
    Jun 2019
    02:51

    [철학] 니체의 「아침놀」 : 서문 · 당신은 왜 고독한가?

    1. 이 책에서 사람들은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뚫고 들어가며, 파내며, 밑을 파고들어 뒤집어엎는 사람이다. 그렇게 깊은 곳에서 향해지는 일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얼마나 서서히, 신중하게, 부드럽지만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54529 file
    Read More
  14. 22
    Jun 2019
    02:33

    [문학] 시인 김수영, 「詩여, 침을 뱉어라-힘으로서의 詩의 존재」

    (...)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시를 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이 물음이 포괄하고 있는 원주가 바로 우리들 오늘의 세미나*의 주제인, 시에 있어서의 형식과 내용의 문제와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8579 file
    Read More
  15. 29
    May 2019
    18:32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비극의 탄생 · 비극적 사유의 탄생

    (...) 자신들의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런 이론을 자신들의 신들을 통해 동시에 숨겼던 그리스인들은 예술의 이중적 원천으로 두 신,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를 내세웠다. 예술의 영역에서 이 이름들은 대립되는 양식들을 대변한다. 이 양식들은 상호투쟁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115 file
    Read More
  16. 29
    May 2019
    08:05

    [철학] 니체의 『유고 (1870년-1873년)』 : 예술의 탄생·디오니소스적 세계관

    (...) 자신들의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런 이론을 자신들의 신을 통해 말하고 동시에 숨겼던 그리스인들은 예술의 이중적 원천으로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두 신을 내세웠다. 예술의 영역에서 이 이름들은 대립되는 양식들을 대변한다. 이 양식들은 상호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484 file
    Read More
  17. 17
    May 2019
    00:56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자연의 최종 목적

    (...) 우리는 앞 조항에서, 우리가 인간을 모든 유기적 존재자들들과 같이 한낱 자연목적으로뿐만 아니라, 이성의 원칙들에 따르면, 여기 지상에서는 그것과 관계해서 여타 모든 자연사물들이 목적들의 체계를 이루는, 자연의 최종목적으로, 비록 규정적 판단...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321 file
    Read More
  18. 16
    May 2019
    04:43

    [철학] 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 유기체와 지층

    (...) 우리는 한 지층에서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무엇이 한 지층에 통일성과 다양성을 부여하는가? 질료, 고른판(또는 안고른판)이라는 순수 질료는 지층들 바깥에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한 지층 안에서 분자들은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809 file
    Read More
  19. 05
    May 2019
    01:05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자연의 외적 합목적성과 내적 합목적성

    (...) 한 사물이 오직 목적으로서 가능하다는 것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그 사물의 기원의 원인성을 자연의 기계성이 아니라 그 작용능력이 개념들에 의해 규정되는 어떤 원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실이 요구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7007 file
    Read More
  20. 25
    Apr 2019
    21:48

    [철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 : 예술의 구분과 가치 비교

    $51. 미적기예(예술)들의 구분에 대하여 (...)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미를 자연미가 됐든 예술미가 됐든 미감적 이념들의 표현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다만, 예술에서는 이 이념이 객관에 대한 하나의 개념에 의해 유발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아름다운 자연에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242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