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 왕도정체 · 귀족정체 · 금권정체 · 참주정체 · 혼합정체 · 민주정체

by 이우 posted May 03, 2018 Views 5954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니코마코스윤리학_900.jpg


  제10장 정체의 종류

   (...) 정체(政體)에는 세 종류가 있고, 그것들이 왜곡된 또는 타락한 형태도 셋이다. 세 종류의 정체란 왕도정체귀족정체(aristokratia, 최선자정체), 그리고 세번째로 재산평가에 근거한 정체이다. 세번째 정체는 금권정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혼합정체**라고 부르곤 한다. 이들 가운데 최선은 왕도정체이고, 최악은 금권정체이다.

  왕도정체가 왜곡된 것이 참주정체***이다. 둘 다 1인 지배 정체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참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왕은 피치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자족적이며 모든 좋음에서 우월하지 않은 통치자는 어느 누구도 왕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을 것이며, 따라서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피치자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지 못한 왕은 이름만 왕일 것이다. 참주정체는 이런 종류의 정체와 정반대인데, 참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참주정체가 세 가지 왜곡된 정체 가운데 최악임은 더 분명하다. 그리고 최악은 최선의 반대이다. 참주정체는 왕도정체에서 생겨난다. 참주정체는 왕도정체가 타락한 것으로, 사악한 왕이 참주가 되는 것이다.

  과두정체는 치자들의 악덕으로 빚어져 귀족정체에서 생겨나는데, 치자들은 공적을 무시하고 국가의 재원을 자신들에게 배분하여. 좋은 것은 모두 아니면 대부분 자기들이 보유하며 언제나 같은 사람들만 관직에 임명한다. 그들은 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선자들 대신에 소수의 사악한 자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민주정체는 금권정체에서 생겨나는데, 이 둘은 서로 이웃하기 때문이다. 금권정체도 다수자의 지배를 목표로 하는데, 재산평가를 충족하는 자는 누구나 동등하기 때문이다. 민주정체는 '혼합정체'에서 조금밖에 벗어나지 않아, 세 가지 왜곡된 정체 가운데 가장 덜 나쁘다. 이상이 가장 흔한 정체 변화이다. 약간의 변화만 생겨도 그러한 이행은 아주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정체들과 유사한 것, 또는 이런 정체들의 본보기는 가정에서도 볼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들의 공동체는 왕도정체 형태를 취한다. 아버지가 자식을 돌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메로스는 제우스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왕도정체의 이상은 아버지의 지배이니까. 그러나 페르시아인들 사이에서 아버지 지배는 참주정체적이다. 아버지들이 아들을 노예로 부리기 때문이다.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는 것 역시 참주정체적이다. 거기서 주인의 이익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지배는 옳다고 생각되지만, 페르시아식 지배는 잘못된 것 같다. 피지배지가 다르면 거기에 맞춰 지배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부부간의 공동체는 분명 귀족정체적이다. 남편은 마당히 남편이 지배해야 할 영역에서 공적에 따라 지배하지만 아내에게 할당한 것은 아내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남편이 모든 것을 통제하면 그의 지배는 과두정치로 바뀌는데, 남편은 우월하지도 않으면서 공적을 무시하고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가 상속인이어서 아내가 지배할 때도 있다. 그럴 경우 아내의 지배는 과두정체에서처럼 공적이 아니라 부와 권력에 근거한다.

  형제들의 공동체는 금권정체와 비슷하다. 형제들은 나이 차이만 있을 뿐 동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형제들의 우애는 더 이상 형제다운 것이 못 된다. 민주정체는 주로  가장 없는 가정들과(그곳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대등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우두머리가 약해 저마다 메멋대로 하는 가정들에서 발견된다. (...)

  ................
  * 금권정체 : timokratia, 이것은 플라톤에 따르면 최선자가 통치하는 '최선자정체' 또는 귀족정체와 소수의 부자들이 통치하는 과두정치의 중간에 있는 정체이다. 『국가』 545b 참조.
  ** 혼합정체 : politeia. 대개는 '정체'라고 옮기지만 여기서는 아리스토넬레스 『정치학』에서처럼 '혼합정체'로 옮겼다. 참고로 '공화제', '제헌정'으로 옮기는 이들도 있다. 아리스토넬레스의 politeia는 최하층민의 공민권이 배제된 중산층 민주정체를 의미하는 것 같다.
   *** 참주정체 : 일종의 군사독재 정권.

  -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 도서출판 숲 · 2013년 · 원제 : Ethica Nicomacheia) p.317~320










  1. 10
    Apr 2020
    00:23

    [철학]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베르그손에 있어서의 차이의 개념·엘랑비탈(elan-vital, 생의 약동)

    (...) 지속, 즉 나눌 수 없는 것은 정확히 말해서 스스로를 나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스스로를 나누면서 본성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본성을 바꾸는 것이 곧 잠재적인 것 또는 주체적인 것을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점에 대해서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1595 file
    Read More
  2. 09
    Apr 2020
    17:51

    [철학] 『마르크스 평전』 : 포이어바흐·생시몽·시스몽디·푸리에·프루동·엥겔스·바우어·루게·예니·헤스를 만나다

    (...) 젊은 헤겔학파들의 운동을 지칭하기 위한 것으로서 마르크스 그륀(에른스트 폰 히이데의 가명)에 의해 '진정한 사회주의'라는 이상한 표현이 생겨났다. 젊은 헤겔학파들의 운동은 당시 <사회의 겨울>이나 <트리어지> 같은 잡지들을 통해 주로 표현되었...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764 file
    Read More
  3. 31
    Mar 2020
    03:29

    [철학] 푸코의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 : 형벌과 사회구조 · 권력과 지식②

    (...) 신체형이 없는 징벌의 이러한 필요성은 우선 심정적 외침으로, 혹은 분노하는 인간 본성의 외침으로 나타났다. 즉, 아무리 흉악한 살인자의 경우에도 글르 처벌할 때에는 하나의 사실을 존중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성'이다. 19세기에 들어와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244 file
    Read More
  4. 21
    Mar 2020
    16:10

    [철학] 푸코의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 : 형벌과 사회구조 · 권력과 지식①

    (...) 루쉐와 키르히하이머 공저의 대작1)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중요한 기준을 포착할 수 있다. 우선 형벌제도가 무엇보다도 먼저 위법행위를 응징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하고, 또 그 역할에서 형벌제도가 사회 형태나 정치제도, 혹은 신앙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2241 file
    Read More
  5. 19
    Mar 2020
    03:37

    [철학] 푸코의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 : 신체 권력·지식권력(규율권력)

    (...) 1757년 3월 2일, 다미엥1)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손에 2파운드 무게의 뜨거운 밀랍으로 만든 횃불을 들고, 속옷 차림으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정문 앞에 사형수 호송차로 실려 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할 것. (중략) 상기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855 file
    Read More
  6. 14
    Mar 2020
    02:14

    [문학]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 백조

    백조 LE CYGNE 빅토르 위고에게 I. 앙드레마크1), 나는 그대를 생각하오! 그 작은 강물은 그대의 끝없이 장엄한 과부의 괴로움을 일찌기 비추던 가엾고 서글픈 거울, 그대의 눈물로 불어난 그 가짜의 시모이 강2)은, 내가 새로 생겨난 카루젤 광장3)을 지나고...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2908 file
    Read More
  7. 12
    Mar 2020
    22:34

    [문학]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 빨간 머리 거지 계집애에게

    빨간 머리 거지 계집애에게 A UNE MENDIANTE ROUSE 빨간 머리, 흰 살결의 계집애여 네 헤어진 옷 구멍으로 가난과 아름다움이 내비친다. 보잘 것 없는 시인 나에게는 주근깨투성이인 네 허약한 젊은 몸이 사랑스럽다. 넌 소설 속의 여왕이 빌로도 반장화를 신...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6397 file
    Read More
  8. 09
    Mar 2020
    07:00

    [철학]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 : 타자와의 관계, 여성성

    (...) 문명화된 삶 가운데는 이러한 타자와의 관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우리는 이것이 원래 어떤 형식으로 주어졌는가 하는 것을 탐구해 보아야 한다. 타자성이 순수한 상태로 나타나는 그러한 상황이 존재하는가? 타자성이 타자에게 자신의 동일성의 다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8977 file
    Read More
  9. 09
    Mar 2020
    05:05

    [철학]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 : 타자와의 관계, 비상호성·비대칭성

    (...) 시간에 대해 좀더 기술해 보자. 죽음의 미래, 그것의 낯설음은 주체에게 어떠한 주도권도 허용하지 않는다. 현재와 죽음, 자아와 신비의 타자성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심연이 가로 놓여 있다. 죽음은 존재에 종말을 가져온다는 사실, 죽음은 끝이고 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302 file
    Read More
  10. 08
    Mar 2020
    04:24

    [철학]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 : 주체의 철학 VS 타자의 철학

    (...) 일상적 삶 속에서, 세계 안에서, 주체가 지닌 물질적 구조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아(le moi)와 자기(le soi) 사이에 사이(intrevalle)가 나타난다. 동일한 주체는 즉시 자신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허이데거 이후, 우리는 세계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9433 file
    Read More
  11. 06
    Mar 2020
    03:15

    [철학] 마르크스·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자연의 신비화, 사회주의(독일 사회철학)

    (...) 다음의 논문*에서는 독자에게 우선 하나의 순수문학적인 서시를 통해 '진정 사회주의자'**의 더욱 무거운 진리가 마련된다. 서시는 그리하여 행복을 지난 수천 년간 기울여온 '모든 노력의, 모든 운동의, 무겁고 지칠 줄 모르는 노고의 궁극 목적'으로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971 file
    Read More
  12. 04
    Mar 2020
    23:20

    [철학] 마르크스·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공동체

    (...) 교류 형태에 대한 생산력의 관계는 개인들의 활동 또는 실행에 대한 교류 형태의 관계와 같다. 이 활동의 기초 형태는 당연히 물질적이며, 다른 모든 정신적·정치적·종교적인 것등으로부터 독립된 것이다. 물론 물질적인 생활의 상이한 형태들은 이미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370 file
    Read More
  13. 04
    Mar 2020
    18:03

    [철학] 마르크스·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생산도구와 소유 형태

    (...) 개인들은 주어진 생산도구와 마찬가지로 생산도구로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자연발생적 생산도구와 문명에 의해 창조된 생산도구 사이의 차이점이 나타난다. 경작지(물 따위)는 자연발생적인 생산도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토지 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2730 file
    Read More
  14. 02
    Mar 2020
    02:06

    [철학] 마르크스·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소유에 대한 국가와 법의 관계

    (...) 고대 세계 및 중세에서 최초의 소유 형태는 부족 소유였는데, 로마인의 경우에는 주로 전쟁이, 게르만인의 경우에는 주로 목축이 그 조건이 되었다. 고대 민족들은 몇몇 부족들끼리 한 도시에 함께 살았기 때문에, 부족 소유가 국가 소유로 나타났고,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468 file
    Read More
  15. 28
    Feb 2020
    21:21

    [사회] 『하멜표류기』 : 기독교와 제국주의 · 식민정책

    1653년. 타이완의 항구로 가라는 인도 총독 각하와 평의회 의원들의 지시를 받고 우리는 바타비아*를 떠났다. 코넬리스 케자르 총독 각하는 우리와 함께 승선했다. 총독 각하는 그곳에 주재 중인 니콜라스 베르버그 총독 대행의 후임으로 포르모사**외 그 속...
    Category역사 By이우 Views18194 file
    Read More
  16. 25
    Feb 2020
    19:59

    [철학] 마르크스·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유물론적 역사관

    (...)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각 개인들은 자신의 활동이 세계사적 활동으로 확대됨에 따라 점점 자신들에게 낯선 힘(그들이 이른바 세계정신 따위의 잔꾀 정도로 생각해 왔던 하나의 힘) 아래 굴복하게 된다는 것, 이것은 확실히 하나의 경험적 사실이나 다름...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1500 file
    Read More
  17. 25
    Feb 2020
    02:10

    [철학] 마르크스·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맑스 철학의 시작

    (...) 독일의 이데올로그들은 그들의 말대로, 독일은 최근 수년 동안에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변혁을 겪었다. 슈트라우스로부터 시작된 헤겔 체계의 분해 과정은 일대 세계적인 소요로까지 발전했고, 과거의 강자들이 모두 이 와중에 휩...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445 file
    Read More
  18. 23
    Feb 2020
    05:25

    [철학] 마르크스·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카를 마르크스 1. 이제까지의 모든 유물론(포이어바흐의 것을 포함하여)의 주된 결함은 대상, 현실, 감성이 단지 객체 또는 직관의 형식하에서만 파악되고, 감성적인 인간의 활동, 즉 실천으로서, 주체로서 파악되지 못한 점이다. 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1568 file
    Read More
  19. 17
    Feb 2020
    07:26

    [철학] 알튀세르 『철학과 맑스주의』 : 독특한 유물론적 전통, 스피노자

    (...) 스피노자의 논의에서 나를 또한 매혹한 것은 그의 철학적 전략이었다. 자크 데리다는 철학상의 전략에 대해 많이 말했는데, 그는 전적으로 옳다. 왜냐하면 모든 철학은 적이 장악하여 진지를 구축한 이론적 지역을 포위하기 위해 그 전략적 목표와 전략...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332 file
    Read More
  20. 17
    Feb 2020
    04:48

    [철학] 알튀세르 『철학과 맑스주의』 : 이데올로기(idelogie)

    (...) 정치의 중심과 정치의 전략을 파악하고 식별하고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치는 어디에나 있다. 공장 안에도 있고, 가족 안에도, 일 안에도 있으며, 멍청이 타조와 같은 우리의 자유주의자들의 투덜거림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쇠퇴하고 국가 안에도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826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