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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_ 아드르노 Vs 아렌트 Vs 시몬 베유

by 이우 posted Oct 11, 2011 Views 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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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on EOS D60 / Canon EF 50mm / photo by 이우

 

 

 

 

 

   … 국가사회주의, 즉 나찌즘은 히틀러라는 고유명사로 기억되고 있다. 서양의 대의 민주주의 이념의 핵심적인 가정 가운데 하나는, 각 개인들의 의지가 선거를 통해서 보편적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투표에 의해 뽑힌 대표자는 그가 대통령이든 혹은 국회의원이든 간에 공정하고 선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지금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이 이념의 이런 가정은 히틀러의 통선 당선으로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라이히’가 지적한 것처럼 당시 히틀러 통치하의 국민들은 총통의 결정이 곧 자신들의 결정인 것처럼 믿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피통치자가 자신이 수탈의 대상이라는 것을 오히려 망각하고, 그 수탈을 외적인 결정과 의지로부터가 아니라 내적인 자기 의지와 결정으로서 수용하는 것처럼 느낄 때 나찌즘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드르노

 

  … 젊은 시절부터 아드르노는 탁월한 예술적 재능을 보였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에게 아우슈비츠는 벗어나기 힘든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말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는 아우슈비츠라는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그는 끈덕지게 전체주의의 문제를 숙고해야만 했다. 그 결과 그는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가 보기에 아우슈비츠를 낳은 것은 광기나 비정상이 아니었다. 그 참혹한 학살을 일으켰던 주범은 오히려 지금까지 서양철학이 그토록 자랑하던 ‘이성;’ 혹은 ‘합리성’이었던 것이다.

 

  “대량학살이란 절대적 통합이다. 이런 통합은 사람들이 획일화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사람들이 완전한 무가치성의 개념으로부터 벗어날 경우 문자 그대로 말살 될 때까지 -군대에서 말하듯이-마모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등장한다.” (<부정변증법>

 

   플라톤 철학 이후 서양철학은 인간의 이성이 복잡하고 다양한 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순수한 동일성 혹은 본질을 추구하고 추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게 출현한 것이 바로 존재, 동물, 생물, 여성, 남성, 백인, 흑인, 독일인, 유태인 등과 같이 다양한 개체들을 분류하고 규정하는 개념(Concept)들이다. 개념으로부터 무엇인가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이성은 개체들이 지닌 복잡성과 차이를 제거하고 획일화해야만 한다. 이처럼 이성이 지향하는 내적인 논리는 개념으로 개체들을 포획하기 위해서 개념의 동일성을 편집증적으로 지향한다는 데 있다. 동일성을 추구하는 이성의 욕망에서 아드르노는 마침내 전체주의의 기원을 발견하게 된다.

 

 

 

Vs

 

 

 


아렌트


  아드르노와 마찬가지로 아렌트의 평생 화두도 나치즘으로 상징되는 전체주의를 철학적으로 해명하는 것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1961년 12월, 예루살렘에서 열렸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책이다. 유태인 학살 과정의 총책임자 아이히만은 1960년 5월 아르헨티나에서 이스라엘 비밀경찰 모사드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로 예루살렘으로 이송되어 전범재판을 받는다. <뉴요커>의 특파원 자격으로 재판을 참관했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란 인물, 그리고 재판과정을 면밀히 기록하며 전체주의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기록하며 전체주의에 대한 관점을 더욱 심도 있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 각별히 근면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는 어떤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이 아니다. …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중의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철저한 무사유였다. 이처럼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Vs

 

 


시몬 베유
 

  … 전체주의를 막기 위한 아드르노나 아렌트의 노력은 절박한 것이다. 그, 혹은 그녀가 “쓸모 없는 실존”으로 간주되던 것에 대해 숙고하려는 아도르노의 노력, 혹은 사유를 의무로 삼으라고 하는 아렌트의 충고는 다소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든다. 세계화되어 가는 자본의 운동 속에서 사회는 갈수록 분업화, 전문화, 그리고 체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대한 체계에 포획된 인간은 그만큼 왜소해지기 마련이다. 아드르노나 아렌트의 충고를 귀담아 듣는다 해도 작은 개인 한 사람이 어떻게 전체 체계에 맞설 수 있단 말인가? 전체주의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 주체의 시선이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전체주의 비극을 조장하는 사회 구조 혹은 체계를 새롭게 변형시키려는 작업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회의 체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우리는 시몬 베유로부터 하나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자유와 사회적 억압의 원인들에 대한 고찰>에서 그녀는 ‘가장 인간적인 문명은 육체노동을 최고 가치로 삼는 문명’이라고 이야기 했던 적이 있다. 사회 분업화와 체계화의 핵심에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이분법이 존재하고 있고, 육체노동에 비해 정신노동을 중시하는 가치 평가가 내재되어 있다. 베유는 바로 이 구조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어떤 상급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유사한 육체적 노동에 종사하게 되면, 그 사회는 결코 비대해질 수 없다. 따라서 베유가 제안했던 인간적인 문명이 실현된다면, 인간 개체 한 명 한 명을 작은 수단으로 간주해온 국가 같은 거대 체계들은 더 이상 발 붙일 수가 없을 것이다.

 

 


-  강신주의 <철학 대 철학>(그린비, 2010)에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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