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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 빨간 머리 거지 계집애에게

by 이우 posted Mar 12, 2020 Views 6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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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_악의꽃.JPG



  빨간 머리 거지 계집애에게
  A UNE MENDIANTE ROUSE


  빨간 머리, 흰 살결의 계집애여
  네 헤어진 옷 구멍으로
  가난과 아름다움이
                   내비친다.
 
  보잘 것 없는 시인 나에게는
  주근깨투성이인
  네 허약한 젊은 몸이
                   사랑스럽다.
 
  넌 소설 속의 여왕이
  빌로도 반장화를 신은 것보다
  더 멋있게 무거운 나막신을
                   신고 있구나.
 
  너무 짧은 누더기 대신
  길게 주름잡은 화사한 궁정복의
  옷자락을 네 발꿈치까지
                   질질 끌고 있었으면;
 
  구멍 난 긴 양말 대신
  난봉꾼의 눈요기 위해
  네 다리 위에 황금의 칼이
                   번뜩이고 있었으면;
 
  옷고름 헐거워
  두 눈처럼 황홀하게 빛나는
  네 아름다운 젖가슴이 우리네 죄인에게도
                   드러나 보였으면;
 
  옷을 벗을 때에는
  네 팔이 삼가해 망설이고,
  장난꾸러기 손가락일랑 고집 세게
                   뿌리쳐버렸으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진주,
  벨로를 흉내 낸 사랑의 소네트가
  네게 반한 사내들로부터
                   끊임없이 네게 바쳐지고,

  시 나부랭이나 읊는 자의 종이 되어
  갓 나온 시집을 네게 바치고,
  계단 아래서 네 신을
                   우러러보고,
 
  요행을 기대하는 숱한 시동들
  영주와 롱사르 같은 무리들은
  산뜻한 네 규방 엿보며
                   즐거워하리!
 
  너는 침대에서 백합보다
  더 많은 입맞춤을 받고,
  한둘 아닌 발루아의 왕들을 네 율법 아래
                   꿇게 하리라!
 
  ―그러나 지금의 넌
  네거리의 어느 음식점 문전에서
  버려진 오래된 쓰레기를
                   구걸하는 신세;
 
  이십구 수짜리 싸구려 보석을
  곁눈질하며 가지만,
  오! 미안! 나는 그것마저
                   네게 선물할 수 없구나.
 
  그러니 가거라, 야윈 알몸밖에는
  향수도 진주도 금강석도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오 아름다운 계집애여!


   - 『악의 꽃』(대산세계문학총서 18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 원제 : Les Fleurs du Mal, 1857년), <파리풍경>, p.2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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