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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향락의 전이』 : 상상적 과잉성장, 상징적 허구 혹은 창조적 허구

by 이우 posted May 28, 2018 Views 16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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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적 매체의 문제는 우리가 허구와 현실을 혼동하도록 유혹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 매체의 초현실적 성격에 있으므로 그것들은 상징적 허구를 위한 공간을 개방하는 공동을 채운다. 상징계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허구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미미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만 기능화된다.

  우리의 말이 그 자체를 '문자'로 실현할 때 일어나는 불안을 생각해 보자. 히치코크의 <로프(Rope)>에서 카델 교수는 두 학생들이 초인의 살인권리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문자 그대로 강탈'하고 그것을 실현할 때 기분 나쁘게 놀란다. 이러한 놀람은 카델의 정상성을 증언한다. 그러므로 그것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상징계는 '문자 그대로' 강탈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웨이터가 초대의 말로 "오늘, 어떻습니까"라고 하면서 나를 대할 때, 놀람을 일으키는 최선의 방법은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답하는 방법이다.

  '광경사회'에서 상상적인 '현실표상'의 과잉성장은 이러한 상징적 허구를 위한 공간을 조금이라도 열어놓지 않는다. 장난감에서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매체 현실주의와 어우러져 상실된 것은 "보다 적은 것이 보다 많은 것이다"라는 경험이다. CD로 오페라를 들을 때, "당신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당신이 그러한 공동을 창조적 허구로 채우는 것을 가능케 한다. 반대로 비디오로 오페라를 보는 것은 "당신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천박한 그 무엇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상적 과잉성장이 상징적 허구를 위한 공간을 충족시킬 때 무엇이 발생하는가? 창조적인 상징적 허구에 의해 채워진 공동은 타대상, 욕망의 대상원인, 그리고 욕망의 분절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텅 빈 틀이다. 이러한 공동이 채워질 때 타대상(a)과 현실을 분리시키는 거리는 사라진다. 따라서 타대상은 현실이 된다. 그러나 현실 그 자체는 타대상의 퇴거에서 구성된다.

  우리는 정상적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향락이 그것으로부터 방사되고 욕망의 대상원인이 그것으로부터 상실되는 한 그렇다. 타대상이 현실에 지나치게 접근하는 불가피한 결과는 상징적 허구의 활동을 질식시키므로, 따라서 현실 그 자체의 탈현실화이다. 현실은 더 이상 상징적 허구에 의해 구성되지 않고, 상상적 과잉성장을 조절하는 환상들은 직접적으로 현실을 장악한다. 여기서 폭력은 정신병적인 행위로의 이동을 가장하여 실현된다. (...)

  - 『향락의 전이』(개역판 · 슬라보예 지젝 · 인간사랑 · 2002년  · 원제: The Metastase of Enjoyment : Six Essays on Woman and Causality, 1994년)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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