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on EOS D60 / Tamron 17-35mm / photo by 이우
… ‘물병’은 ‘존재(存在, being)’한다. 이 물병은 이 모양으로 존재하기 이전에 어떤 제작자에 의하여 디자인되었을 것이다. 물을 담을 의도로 구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물병은 특정 용도를 위해 제작되었고, 특정 모형 틀에 따라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존재를 가지기 이전에는 하나의 ‘본질(本質, 물을 담으려는 용도와 기능, essence)’로 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는 인간은 그저 단순히 우선 ‘존재’할 뿐이다. 나의 인격은 전에 미리 계획된 모델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정해진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나는 늘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또 그럼으로써 나의 ‘실존(實存, existence)’은 늘 열려 있고 나의 본질(용도와 기능)은 고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인간의 경우 다른 사물과는 달리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 그리고 이것이 사물과 차별되는 인간만의 존재 양식, 즉 ‘실존’이다. 사물은 존재하지만 인간은 ‘실존(實存)’한다.… ‘본질’은 고정불변이지만 ‘실존’은 고정되지 않고 하나의 가능성 상태로 늘 열려 있다. 그래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의 ‘본질’을 논할 수 없다. 내가 죽으면 그때서야 나의 ‘본질’이 무엇이었다고 규정할 수 있을 뿐이다. 살아 있는 동안 나는 ‘실존’하는 것이다. …
-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