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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Vs 닉네임

by 이우 posted Sep 25, 2011 Views 1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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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슈빌리’가 누굴까?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소련의 정상 자리에 오른 ‘스탈린(Stalin)’의 본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탈린’은 사실 그의 이름이 아니라 <강철의 사나이>라는 뜻으로, 러시아혁명 운동 중에 붙여진 그의 닉네임(Nickname)이다. 기원전 51년,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인들에게 ‘나일강의 마녀’라는 닉네임으로 불렸고 클레오파트라에게 남편 안토니우스를 빼앗긴 옥타비아 로마인들이 ‘로마의 정녀’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이처럼 용모·행동·습관에서 그 사람의 특징을 따 다른 사람들이 붙여주는 이름을 닉네임(nickname, 별명)이라고 한다. 닉네임의 머리글자 ‘Nick’이 칼과 같이 날카로운 것으로 흠집을 내는 것을 의미하듯, 닉네임은 ‘주가슈빌리’처럼 애칭인 경우도 있지만 비웃는 이름이 많다. 그래서 닉네임은 대부분 본인이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닉네임이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나타내는 ID(Identifier)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면서 다른 사람이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작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스스로 ‘칼집’을 내는 것이라 우스운 모양새다.

 

  스스로 이름을 붙여 사용한다면 그것은 ‘호(號)’에 가깝다. 아호(雅號) 혹은 별호(別號)라 불리는 ‘호’는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본명을 부르는 것을 꺼려할까 싶어 스스로 붙이는 이름이다. 대부분 성년이 되면 스스로 호를 지어 다른 사람이 스스럼 없이 자신을 부르게 했던 배려의 산물이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거주 지역이나 집의 이름을 딴 ‘택호(宅號)’를 부르기도 했으며 이 전통은 얼마 전까지도 내려와 ‘아산댁’, ‘풍산댁’ 등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정겨운 소리였다.

 

    닉네임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편하게 부르게 하기 위한 호칭이라면, 닉네임은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친근함의 표시로 불러주는 이름이다. 웹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은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직접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을 숨기려는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호’와 같이 남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러나 우리는 남을 배려하는 '호'를 부르지 않고 스스로 Nick(칼집)을 내는 '닉네임'을 부르고 있다. '호'라고 하면 고답적으로 생각하고 '닉네임'이라고 하면 세련되고 모던하다고 느낀다.

 

4대미인.jpg

 

 

   사실 이런 느낌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 바라보면, 라캉의 말처럼 '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의지로 이 곳에 이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주어주는 환경 속에 놓여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속한 '환경'이 달라졌으므로 '나'는 달라졌을 뿐이다. 얼마전만 해도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미인은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같은 U자형의  미인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V자형의 서구적 미인들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게 의지대로 되는 일이던가.

 

  사회 차원으로 보면,  자문화  비하 현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급격한 경제개발과산업화, 특히 내부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지면자문화 비하 현상을 낳는다. 호지의 책 <오래된 미래>는 경제개방과 산업화가 라다크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고 있는 지 잘 설명하고 있다.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던 라다크 사람들은 경제개발이 이루어지고 외래 산업이 들어오면서 행복의 척도를 '돈'이라는 경제가치로 단일화하고, 과거 자신이 가졌던 전통 문화를 하찮게 여기게 된다.  '내'가 우리의 문화를 '비하'하겠다고 마음 먹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것을 행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고 있으므로. 철학에서 보면, 호와 닉네임은  동양 철학(관계론)과 서양 철학(존재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event) 하나라도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의 신념과 가치 체계, 그 구성원이 모인 사회의 지향 가치, 그리고 그 사회의 여러가지 시스템들(질서 체계, 관념과 관습 등)이 맞물려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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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백 2011.09.26 13:25
    제게도 호가 몇 있습니다. 한동안 썼던 호가 일훼(一卉)입니다. '한 포기 풀'이란 뜻인데 민음사에서 나온 김수영 시인의 전집을 읽다 지었습니다. 3-40대에 애용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호는 진백(眞白)입니다. '진짜 백수'란 말인데 지난 1년 6개월의 낭인 생활에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하며 홀로 좋아합니다. 늘 염원하는 백수광부의 도하(渡河)를 떠올리는 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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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 2011.09.27 12:09

      18세기 사회가 혼란할 때, 우리나라에 진백과 같은 호를 사용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바보, 멍청이를 자처해서  '설치(雪癡)', '치재(癡齋'), '매치(梅癡)', '간서치(看書癡)', '석치(石癡)' 등 바보 멍청이라는  ‘치’를 넣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능숙은 자기의 문집 표제를 <<후오지가(後吾知可)>라 했습니다. ‘훗날의 내가 알아주면 그뿐’이란 뜻이고요, 남이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고에는 아예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박지원이 서문을 써준 역관 이홍재의 문집명은 <<자소집(自笑集)>>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고자 쓴 것이 아니라 그저 혼자 보고 웃자고 쓴 글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신의측은 ‘나에게로 돌아가겠다’고 자를 ‘환아(還我)’라고 지었고,  이용휴의 자는 ‘하사(何事)’였습니다. 말 그대로 풀면 ‘뭔 일’쯤 됩니다.   스스로 아는 것이 없을 줄을 안다 해서 별호를 ‘자지자불지선생(自知自不知先生)’이라 짓는가 하면, 깔깔대며 웃는 사람이란 뜻의 ‘가가생(呵呵生)’이나, 멍청이란 의미의 ‘우부(愚夫)’, 들판에서 굶주리는 사람이라 하여 ‘야뇌(野?)’니 하는 이상한 이름을 즐겨 지었습니다.  신분이 천했던 시인 이단전의 호가 ‘필재(疋齋)였습니다. 단전(亶佃)은 ’진짜 종놈‘이란 뜻입니다. 스스로 '나는 진짜 종놈, 하인에 불과하다'고  이름으로 세상을 조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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