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비 스트로스의 <보로로족의 마을 배치도>
들뢰즈가 말하는 <유연헌 원형적 절편성>은 아래의 글에 나오는 ㅡ브로로족>의 절편성이다. 반면에, 살레지오 선교사들은 그들의 신을 중심으로 공명하는 <견고한 원형적 절편>이다.
... 레비 스트로스에 의하면 가운데 있는 것은 '남자들의 집'이고 원을 그리며 배열된 것은 여성들이 소유한 기혼자들의 집이다. 보로로족은 반족들로 나뉘어 지는데, 가령 수평으로 보이는 선을 따라 위쪽은 투가레, 아래쪽은 세라족이고 4와 17번 집을 잇는 선을 따라 왼쪽은 강의 상류에 사는 족, 오른쪽은 하류에 사는 족이다. 투가레족의 남자는 세라족의 여자와 결혼하며, 낳은 아이는 어머니를 따라 세라족이 된다. 투가레족이 죽으면 세라족이 장례식을 해주는데, 부락민의 반이 죽은 자의 역할을 하고 나머지 반이 산 자의 역할을 한다. ... 이런 식으로 그들은 "어느 한쪽이 상대편의 도움에 의해 즐기고, 다른 한편은 상대편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만 하는" 관계를 만들었고, 여기서 주거지의 배치는 결혼이나 사회생활은 물론 우주론과 종교까지 모두 하나로 엮이는 지반이 되고 있었다. 이 지역에 들어온 살레지오회 선교사들은 이를 깨달았고 그래서 그들의 주거 배치를 바꾸어버리도록 했다. 왜냐하면 "보로로족을 개종시키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그것은 사실 그들 삶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빼앗는 것이다. 선교사들은 식민주의자들의 배를 타고 다니며 그들의 만행을 신의 이름으로 축복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이처럼 선교와 개종을 위해 원주민들의 삶 자체를 직접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_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