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범천(梵天)(우주의 근본 원리인 동시에 창조주)이 인류를 만든 후 최초로 10만장의 방대한 교전(敎典)을 만들어 설했다고 한다. <다르마(正法, 戒律)>, <아루타(實利, 財寶)>, <카마(性愛)>이 세 가지다. 그 후 범천의 아들 마누(인류의 조상)가 <정법>을, 브리하스타티(창조신)는 <실리와 원리를 얻는 방법>을, 시바(힌두의 신)의 시자(侍者) 난디는 <성애>에 관한 철학을 각각 다시 설하였다. 이를 최초 기원전 6세기 바라문의 성현과 학자들이 산 속 깊이 은거하여 경전을 만들었고, 3~4세기경 이를 다시 12명의 학자들이 집대성한 것이 <카마수트라>다. ‘카마(Kama)‘라는 말은 남녀간의 정사(情事), 즉 키스, 포옹과 더불어 행해지는 정교(情交)의 쾌락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 행복의 근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카마수트라(Kamasutra)>는 총론, 정교, 연애, 부도, 타처, 창녀, 비결의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론에서는 <다르마(正法, 戒律)>, <아루타(實利, 財寶)>, <카마(性愛)> 이 세 가지의 지혜를 얻기 위해 습득하고 쌓아야 할 교양과 덕목을 64가지의 학문으로 세분했다. 음식, 재봉, 뜨개, 패션, 인테리어, 원예, 노래, 춤, 악기, 그림, 예술, 문학, 철학 등을 다루고 있으며, 정교(情交) 편에선 포옹과 입맞춤, 정교의 모습과 여러 가지 체위, 다양한 기교, 심지어 사랑 싸움에서부터 아내를 선택하는 방법, 여자에게 신뢰 얻는 방법, 여러 가지 결혼 양식, 아내의 의무, 남의 부인과의 교접, 여자의 마음, 창녀가 바라는 남성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에 관련된 문제는 물론 정력과 미모를 보존하는 비결, 색깔이 다른 인종과의 관계,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결합할 때 등 성 관련 내용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고대 인도의 3, 4세기는 굽타 왕조의 학문과 학예가 가장 발달한 시기로 미술, 문학적으로 인도 문화가 확립된 시대였다. <카마수트라(Kamasutra)>는 지체 높은 귀족 사회의 교양서로서 이 세 가지 지혜를 습득하지 않으면 귀족으로서의 자격상실을 의미했다.
카주라호에는 85개 사원이 있었지만 이슬람 세력에 의해 모두 파괴되고 현재 22개만 남아 있다. 이 유적들은 천년 전 찬델라왕조(Chandela Dynasty)에 의해 건설되어 종교와 성의 기묘한 접합과 조각상의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오늘날 전세계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서부 사원군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바라하사원>, <락쉬마나사원>, <칸다리야 마하데브사원> 등이며 사원 내부에 226개, 외부에 646개의 조각상이 있다.
인도의 카쥬라호, 네팔의 카트만두 힌두사원에 새겨진 조각들은 너무도 리얼하다. 뜯어볼수록 상상을 초월한 체위의 남녀 미투나(교합)상들이었다. 남녀 둘만의 교접은 물론, 동성애자, 혼숙, 그 장면을 훔쳐보며 자위하는 시녀들, 이른바 더블(Double), 심지어 동물이 동원된 모습도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성행위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로 자손을 낳고 세대가 이어졌다. 사실 성에 대한 것은 드러낼 수 없는 수치로 알았고 정보를 접하는 것조차 터부시하는 생활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당시 인도에서의 성애는 늘 성성(聖性)이며 그 쾌락은 신들의 사랑으로 찬미되었고 환영받아야 할 행위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생긴 이래 인간이 바라고 추구하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카마수트라>는 단순히 쾌락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성욕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철학서다. 삶이란 정적이고 영구한 것이 아니라 태어나 자라나고 쇠잔하는 쉼 없는 흐름이며 그 중심에는 ‘카마(Kama)’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