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The Good Samaritan Law)

by 이우 posted Dec 31, 2012 Views 995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IMG_9891_s.jpg

 

( Canon EOD5D / Tamron 17-35mm / 양평 걸리버 파크 / Photo by 이우 )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더라.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또 이와 같이 한 레위인도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되 어떤 사마리아인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고 이튿날에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막 주인에게 주며 가로되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 갚으리라 하였으니 네 의견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가로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성서, 누가복음 10장)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신약성서 누가복음 10장 30절-33절에 나오는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가던 행인이 강도를 만나 옷을 빼앗기고 상처를 입었다. 강도들은 거의 다 죽게 된 그 사람을 버려두고 갔고, 마침 지나가던 제사장도 그를 발견하고는 그냥 피해 갔다. 그러나 한 사마리아인이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의 상처를 싸매주고 자기의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보살펴 주었다. 다음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 여관 주인에게 주며 ‘이 사람을 돌봐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오는 길에 갚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특별한 부담이 없는데도,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다. 프랑스 형법에는 ‘위험에 처해 있는 자를 구조해 주어도 자기가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구조치 않는 자는 처벌한다’라는 규정이 있는데, 이러한 법규를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의 대표적이 사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제사장과 레위인과 같은 행위를 ‘구조거부죄’ 또는 ‘불구조죄’로 처벌한다.

 

  프랑스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고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구조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5년 이하의 구금 및 50만 프랑의 벌금에 처한다(신형법 223-6조 2항). 폴란드에서는 본인 또는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을 노출시키지 않고 구조할 수 있는데도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금고나 징역에 처한다(247조). 이밖에 독일·포르투갈·스위스·네덜란드·이탈리아·노르웨이·덴마크·벨기에·러시아·루마니아·헝가리·중국도 구조거부행위를 처벌한다. 예를 들면, 물에 빠진 사람을 충분히 구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해 주지 않으면 처벌된다. 노인이나 영아, 직계존속, 질병 등의 사유로 부조(扶助)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가 그들을 유기한 때에는 유기죄로 처벌받는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도덕적인 위반 사항을 도덕적·사회적 비난에 맡기지 않고 법률상의 강제처벌과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본분을 저버린 자에 대해 도덕적으로만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현대사회가 점차 냉혹하며 흉포해지고 있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도덕이 무력할 때 법의 강제를 통해 비인간화된 사회와 규범에 대하여 새로운 도덕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을 타율적으로라도 갖게 하려는 것에서 제정되었지만,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도덕적 영역을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시민들의 생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고, 칼 야스퍼스는“도덕을 법제화하면 억압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덕'에 속해야 할 것을 법에 맡기는 것이 일이 과연 타당하며 바람직할까?

 

 

 

 

 

 

 


  1. 22
    Aug 2016
    15:05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ka)』 : 과두정과 민주정 · 국가의 목적

    ... 정체(政體)를 구별할 때는 국가의 최고 권력의 종류와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 정체란, 여러 공직, 특히 모든 일에 최고결정권을 가진 기구에 관한 국가의 편제(編制, taxis)다. 어느 국가에서나 정부(politeuma)가 최고 권력...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7424 file
    Read More
  2. 19
    Aug 2016
    17:41

    [철학] 기표작용(signifying)

    기표작용(signifying)은 문자나 소리 등의 기호가 표기되어 의미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의미 작용). 언어학에서 의미 작용은 기표(記標, signifiant, 시니피앙, 기의를 지시하는 기호)와 기의(記意, signifie, 시니피에, 기표가 지시하는 대상)가 결합해 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122 file
    Read More
  3. 19
    Aug 2016
    12:25

    [철학] 『도덕의 계보』 : 망각과 기억, 그리고 책임

    ... 망각이란 천박한 사람들이 믿고 있듯이 그렇게 단순한 타성력(vis inertiae)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일종의 능동적인, 엄밀한 의미에서의 적극적인 저지 능력이며, 이 능력으로 인해 단지 우리가 체험하고 경험하며 우리 앞에 받아들인 것이 소화되는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0145 file
    Read More
  4. 17
    Aug 2016
    23:58

    [철학] 『선악의 저편』 마지막 296절 : 아,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아,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들 내가 기록하고 그려낸 사상이여! 그대들이 여전히 그렇게 다채롭고 젊고 악의적이고 가시가 가득 돋아 있고 은밀한 향냄새를 내어, 내가 재채기가 나게 하고 웃게 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그런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9549 file
    Read More
  5. 17
    Aug 2016
    23:52

    [철학] 위버멘쉬(?bermensch)

    ... "나는 이것이 마음에 든다. 나는 이것을 내 것으로 하고 이것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에게서 지키고자 한다"고 말하는 사람, 일을 이끌고, 결단을 수행하고, 하나의 사상에 충실하고, 한 여성에 매달리고, 무모한 사람을 벌주며 진압할 수 있는 사람, 자신...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1043 file
    Read More
  6. 17
    Aug 2016
    21:35

    [철학] 니체의 『선악의 저편』 후곡(後曲) : 높은 산에서

    높은 산에서 후곡(後曲) 니체 오 생명의 정오여! 장엄한 시간이여! 오 여름의 정원이여! 기다릴 때의 불안한 행복 : -- 이미 밤낮으로, 나는 친구들을 기다리네. 그대 친구들이여 어디에 있는가? 어서 오라! 때가 왔다! 때가 온 것이다! 잿빛 빙하가 오늘 장...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505 file
    Read More
  7. 17
    Aug 2016
    21:23

    [철학] 니체의 『선악의 저편』 : 철학자

    ... 우리는 '자유사상가'와는 다른 존재이며, 스스로 이러한 현대적 이념의 용감한 대변인으로 불리기 좋아하는 그러한 존재와는 다른 존재이다. 우리는 정신의 여러 나라에서 기거한 적이 있었으며 적어도 손님으로 머문 적도 있었다. 편애와 증오, 젊음, 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335 file
    Read More
  8. 17
    Aug 2016
    21:12

    [철학]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

    ... 부패란 본능의 내부가 무정부 상태로 위협 받으며, '생명'이라 불리는 정동(情動)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 침해, 폭력, 착취를 서로 억제하고 자신의 의지를 다른사람의 의지와 동일시하는 것 : 이것은 만일 그 조건이 주어진다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9956 file
    Read More
  9. 03
    Jan 2016
    17:30

    [철학] 전체주의 국가

    Canon EOS D60 / Canon EF 50mm / Computer Aid ... 하나의 국가가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것은, 국가가 자기 자신의 한계 내에서 덧코드화의 세계적 기계를 실행하는 대신 "자족적 체계"의 조건을 창출해내고 진공의 책략 속에서 "닫힌 꽃병 상태(vase clos)"...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683 file
    Read More
  10. 28
    Feb 2015
    21:29

    [철학] 사유의 세 형식 : 철학·과학·예술

    ... 먼저, 사유로서의 철학이 있다. (...) 철학자는 사유되기 이전의 덩어리 상태인 내재성, 즉 덩어리 상태로 있는 줄들의 총체를 대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철학자에게 있어서 곧 개념-줄을 말한다. 마치 줄이 화가에게는 시각과 관련된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0790 file
    Read More
  11. 12
    Feb 2015
    03:33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7장~제16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10281 file
    Read More
  12. 12
    Feb 2015
    03:25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5장~제6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9594 file
    Read More
  13. 12
    Feb 2015
    03:21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9333 file
    Read More
  14. 12
    Feb 2015
    03:10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9371 file
    Read More
  15. 17
    Jan 2015
    15:28

    [역사] 담배의 역사

    담배는 오랜 과거로부터 존재했다. 서기 7세기경 마야 신전의 벽에 이미 제사장이 담배를 피우는 그림이 묘사되어 있다. 멕시코 원주민들의 전설에 따르면 너무나 못생겨서 남자들이 다 피하는 것에 비관 자살한 여자가 죽기 직전 '세상의 모든 남자들과 키스...
    Category역사 By이우 Views10476 file
    Read More
  16. 17
    Jan 2015
    15:00

    [철학] 정치(政治, politics)에 관한 세 가지 사유

    ‘정치(政治)’는 ‘정(政)’과 ‘치(治)’자가 합쳐진 말이다. ‘정’(政)은 ‘바르다’의 뜻을 가진 ‘正(정)’과 ‘글’이라 의미인 ‘文(둥글월 문)이 합쳐진 말로 ‘글을 바르게 한다'는 것을 뜻하며, 치(治)는 물(水)과 건축물(台)이 합하여 이루어진 말로 물(水)의 넘...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0179 file
    Read More
  17. 04
    Aug 2014
    01:48

    [철학사36]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장폴 사르트르(프랑스어: Jean-Paul Charles Aymard Sartre, 1905년 6월 21일~1980년 4월 15일)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대표적인 실존주의 사상가이며 작가이다. 1905년 해군 장교의 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지 15개월만에 아버지는 인도...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2489 file
    Read More
  18. 04
    Aug 2014
    01:38

    [철학사35]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마르틴 하이데거(독일어: Martin Heidegger, 1889년 9월 26일 ~ 1976년 5월 26일)는 메스키르히에서 출생한 독일의 철학자이다. 흔히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으나 정작 하이데거 자신은 그러한 칭호를 거부하였다. 1923년 마르부르크 대학, 1928년 프라...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1425 file
    Read More
  19. 04
    Aug 2014
    01:33

    [철학사31] 실존주의(Existentialisme)

    실존주의(實存主義, 프랑스어: Existentialisme)는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적, 문학적 흐름이다. 실존주의에 따르면 각자는 유일하며, 자신의 행동과 운명의 주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에...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6183 file
    Read More
  20. 04
    Aug 2014
    00:44

    [철학사16]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년 6월 28일 ~ 1778년 7월 2일)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사회계약론자이자 직접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 계몽주의 철학자이다. 루소는 1712년 당시 시공화국인 제네바의 그랑 뤼 40번지(Grand'rue 40)에...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1129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