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on EOS D60 / Canon EF 50mm / 경북 구미 / Photo by 이우 )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그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신(神)의 부름을 받은 비둘기'를 뜻했으나 그의 행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비둘기'가 아니라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였고, 유럽인들에게는 '위대한 탐험가'였지만 인디오에겐 '땅과 양심(良心)의 약탈자'였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였다. 그가 이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수천만 명을 헤아리던 인디오들은 불과 150년만에 3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콜럼버스는 마르코 폴로가 말한 '지판구(일본)'와 '카타이(중국)'의 황금 궁전을 찾아 3척의 배에 120명의 선원을 싣고 1492년 8월 3일 파로스항을 떠났다. 그가 탄 산타마리아호의 돛은 황금에 대한 탐욕이었다. 그는 항해일지를 두 가지로 썼다. 하나는 진짜요, 다른 하나는 항해거리를 훨씬 줄여 선원들에게 보여주었다. 언젠가 배가 추락할지 모른다는 선원들의 불안을 달래주고, 진짜 항로를 혼자만 알겠다는 연막이었다. 그해 10월 12일 마침내 바하마제도의 와틀링 섬에 도착했다. 미국인들이 축제로 기리는 이 '콜럼버스의 날'은 중남미인들에겐 '수난의 날'이자 '원주민 저항의 날'이다.
콜럼버스에게 이곳은 '검은 진주(노예)'의 보고(寶庫)였다. 그는 황금 채취가 여의치 않자 대신 원주민들을 본국으로 실어 날랐다. 그는 점점 잔학해져 갔다. 말을 듣지 않는 인디오들의 코와 귀를 잘랐다. 1500년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이 그의 발목을 족쇄로 채워 본국으로 송환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55세로 죽을 때까지 그곳이 인도의 일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정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처음 발견하기는 한 것일까. 그가 항해를 떠날 때 이미 아메리카 대륙이 표시된 지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지도는 콜럼버스에 훨씬 앞서 신대륙에 닿았던 중국 명대의 '항해왕' 정화(鄭和)가 만든 것이었다. 유럽인들이 말하는 신대륙은 저 아득한 빙하기 시절부터 아시아인들이 건너와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오래된 땅'이었다. 유럽인들은 콜럼버스를 영웅으로 만들며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역사를 발명했던 것이다. 그리고 '죄스러운 미성숙의 땅***'으로 오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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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 : 미국의 국조(國鳥). 2005년까지 우리나라 경찰의 심벌마크는 미국의 국조(國鳥) 흰머리 독수리였다. 경찰청은 2005년 10월 21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심벌마크를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참수리가 날개로 무궁화를 감싼 모습으로 바꾸었다. 참수리 목 부분의 천칭은 정의와 형평을 의미한다고 한다.
**제노사이드(genocide) : 그리스어로 민족, 종족, 인종을 뜻하는 Geno와 살인을 뜻하는 Cide를 합친 말이다. 고의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나 일부를 파괴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집단을 절멸할 목적으로 그 집단 구성원들의 생활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토대들을 파괴하기 위해 기도되는 다양한 행위들도 포함된다. 집단의 정치 제도와 사회 제도, 문화, 언어, 민족 감정, 종교, 경제적 생존 기반을 해체하고 개인적인 안전·자유·건강·존엄성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 집단에 속한 개인들의 생명까지 파괴한다.
***죄스러운 미성숙의 땅 : 칸트의 개념. 칸트는 1784년 11월 독일의 잡지 Berlinische Monatschrift는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을 게재했다. 답변자는 칸트였다. 칸트가 말하는 '계몽'은 '미숙함'의 상태로부터의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미숙함'으로 벗어난다는 것은 이성의 사용이 요구되는 영역들에서 우리를 이끌 다른 사람의 권위를 받아들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칸트는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①책이 우리의 이해를 대신하는 것 ②정신적인 지도자가 우리의 양심을 대신하는 것 ③의사가 우리의 섭생을 결정하는 것. 어떻든, 계몽은 의지, 권위, 이성의 사용을 연결하는 기존의 관계를 변경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관계의 변경은 스스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이러한 계몽주의 개념은 열강들이 세계 식민지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유럽인들에게 있어 신대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은 그저 '죄스러운 미성숙의 땅'으로 생각되었으며, 계몽의 대상이었다. 권위를 받아들여야 계몽이 가능한데, 권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럼, 제노사이드(genocide)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