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데올로기는 개인들을 주체로 호명한다 : 알튀세르

by 이우 posted Jan 04, 2012 Views 102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164397907.jpg

 

▲ Canon EOS 5D / Tokina 80-200mm /  서울 남대문로 / Photo by 이우

 

 

 

 

 

  … 나는 모든 이데올로기는 구체적인 개인들을 주체로 호명(呼名, interpellation)한다고 말하고자 한다. (중략) 우리는 경찰의 일상적인 호명과 같은 유형 속에서 그것을 표상할 수 있다. “헤이, 거기 당신!” 이렇게 호명된다면 호명된 개체는 뒤돌아볼 것이다. 이 단순한 180도 물리적 선회에 의하여 그는 주체가 된다. 왜냐하면 호명이 바로 ‘그’에게 행해졌으며, ‘호명된 자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

 

( 알 튀세르의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 중에서 )

 


   사람이 태어났을 때, 그는 벌거벗은 한 개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그를 부를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김이라는 성을 쓰는 가정의 한 성원, 남자, 한국인, 노동자 계층이라는 사회구조 속에 던져지는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에 익숙해 있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이제 하나 둘씩 순차적으로 정해진 내용들을 가지고 그를 부르기 시작한다. “얘야”라고 부르는 순간,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대답하는 순간, 구체적 개인은 점차 특정한 주체로 구성되기 시작한다. 결국 호명이란 행위를 통해서 사회 구조의 어떤 한 가지 배역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알튀세르에 따르면 이렇게 주체로 호명된 뒤, 구체적인 개인이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생각이나 행동들에 이데올로기가 표상 체계로 작동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에 호명된 어떤 주체 형식이 구체적인 개인에게 삶의 행복을 가능하게 해주는가의 문제이다. 사실 알튀세르는 주체가 설정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형식이든 특정한 이데올로기가 먼저 전제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논의에 따르면 애당초 인간에게 온전한 ‘나의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알튀세르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말년에 알튀세르는 <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이라는 제목을 단 창문의 논문을 통해서 스피노자(Spinoza)적이면서도 니체(Nietzsce)적인, 그리고 에피쿠로스(Epicurus)적인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코나투스(conatus)1)를 타고난, 다시 말해 자신의 존재를 집요하게 유지하려는 ‘힘에의 의지’ 2) , 그리고 자신들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 앞을 비워두려는 힘과 의지를 타고난 개인들이 서로 마주치면서 새로운 의미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클리나멘, clinamen)3). 자신이 속한 구조가 슬픔을 준다면 인간이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라도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는 온전한 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기존의 의미 체계와는 다른 의미 체계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과거의 의미 체계에 의해 규정된 주체 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주체 형식으로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수수한 결단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친 타자의 타자성이다. 기존의 의미를 뒤흔드는 타자와의 마주침을 통해서만 주체는 의미를 새롭게 생산할 수 있다.

 

 

 

 

 

 

각주)-----------------


 1) 코나투스(conatus) : 스피노자의 개념. 모든 사물들의 현질적인 본질은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키려는 힘. 자신의 코나투스를 확인하려면 개체는 타자와 마주쳐야 한다. 어떤 타자와 마주쳤을 때 기쁘면 개체의 코나투스가 증가하고, 슬프면 코나투스가 감소된다.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는 고정된 힘이 아니라 증가하고 감소하는 역동적인 힘이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conatus)가 정신에 관계될 때에는 ‘의지’, 정신과 신체에 동시에 관계될 때는 ‘충동’이라 생각했다.


2 ) 힘에의 의지 : 스피노자의 정신이 니체에게로 이어져 나온 개념. 니체에게 있어 자신의 힘을 긍정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 내적 동력이 ‘힘에의 의지’이다.


 3) 클리나멘(clinamen) : 에피쿠로스의 우발성 철학에서 나온 개념. ‘최대 한도로 작은 편차, 혹은 기울어짐을 의미한다. 에피쿠로스학파에 따르면 세계가 탄생하기 전에 원자들은 비처럼 평행으로 내리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무수한 원자들 중의 하나가 평행궤도에서 벗어나 옆에서 운동하던 원자와 마주치고, 이렇게 마주친 원자가 옆의 다른 원자와 연쇄적으로 마주치면서 세계가 탄생했다. 원자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았다면, 세계는 탄생할 수 없었다.

 


 


  1. 22
    Aug 2016
    15:05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ka)』 : 과두정과 민주정 · 국가의 목적

    ... 정체(政體)를 구별할 때는 국가의 최고 권력의 종류와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 정체란, 여러 공직, 특히 모든 일에 최고결정권을 가진 기구에 관한 국가의 편제(編制, taxis)다. 어느 국가에서나 정부(politeuma)가 최고 권력...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7320 file
    Read More
  2. 19
    Aug 2016
    17:41

    [철학] 기표작용(signifying)

    기표작용(signifying)은 문자나 소리 등의 기호가 표기되어 의미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의미 작용). 언어학에서 의미 작용은 기표(記標, signifiant, 시니피앙, 기의를 지시하는 기호)와 기의(記意, signifie, 시니피에, 기표가 지시하는 대상)가 결합해 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105 file
    Read More
  3. 19
    Aug 2016
    12:25

    [철학] 『도덕의 계보』 : 망각과 기억, 그리고 책임

    ... 망각이란 천박한 사람들이 믿고 있듯이 그렇게 단순한 타성력(vis inertiae)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일종의 능동적인, 엄밀한 의미에서의 적극적인 저지 능력이며, 이 능력으로 인해 단지 우리가 체험하고 경험하며 우리 앞에 받아들인 것이 소화되는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0143 file
    Read More
  4. 17
    Aug 2016
    23:58

    [철학] 『선악의 저편』 마지막 296절 : 아,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아,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들 내가 기록하고 그려낸 사상이여! 그대들이 여전히 그렇게 다채롭고 젊고 악의적이고 가시가 가득 돋아 있고 은밀한 향냄새를 내어, 내가 재채기가 나게 하고 웃게 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그런데...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9547 file
    Read More
  5. 17
    Aug 2016
    23:52

    [철학] 위버멘쉬(?bermensch)

    ... "나는 이것이 마음에 든다. 나는 이것을 내 것으로 하고 이것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에게서 지키고자 한다"고 말하는 사람, 일을 이끌고, 결단을 수행하고, 하나의 사상에 충실하고, 한 여성에 매달리고, 무모한 사람을 벌주며 진압할 수 있는 사람, 자신...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1041 file
    Read More
  6. 17
    Aug 2016
    21:35

    [철학] 니체의 『선악의 저편』 후곡(後曲) : 높은 산에서

    높은 산에서 후곡(後曲) 니체 오 생명의 정오여! 장엄한 시간이여! 오 여름의 정원이여! 기다릴 때의 불안한 행복 : -- 이미 밤낮으로, 나는 친구들을 기다리네. 그대 친구들이여 어디에 있는가? 어서 오라! 때가 왔다! 때가 온 것이다! 잿빛 빙하가 오늘 장...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499 file
    Read More
  7. 17
    Aug 2016
    21:23

    [철학] 니체의 『선악의 저편』 : 철학자

    ... 우리는 '자유사상가'와는 다른 존재이며, 스스로 이러한 현대적 이념의 용감한 대변인으로 불리기 좋아하는 그러한 존재와는 다른 존재이다. 우리는 정신의 여러 나라에서 기거한 적이 있었으며 적어도 손님으로 머문 적도 있었다. 편애와 증오, 젊음, 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3332 file
    Read More
  8. 17
    Aug 2016
    21:12

    [철학]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

    ... 부패란 본능의 내부가 무정부 상태로 위협 받으며, '생명'이라 불리는 정동(情動)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 침해, 폭력, 착취를 서로 억제하고 자신의 의지를 다른사람의 의지와 동일시하는 것 : 이것은 만일 그 조건이 주어진다면...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9951 file
    Read More
  9. 03
    Jan 2016
    17:30

    [철학] 전체주의 국가

    Canon EOS D60 / Canon EF 50mm / Computer Aid ... 하나의 국가가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것은, 국가가 자기 자신의 한계 내에서 덧코드화의 세계적 기계를 실행하는 대신 "자족적 체계"의 조건을 창출해내고 진공의 책략 속에서 "닫힌 꽃병 상태(vase clos)"...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634 file
    Read More
  10. 28
    Feb 2015
    21:29

    [철학] 사유의 세 형식 : 철학·과학·예술

    ... 먼저, 사유로서의 철학이 있다. (...) 철학자는 사유되기 이전의 덩어리 상태인 내재성, 즉 덩어리 상태로 있는 줄들의 총체를 대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철학자에게 있어서 곧 개념-줄을 말한다. 마치 줄이 화가에게는 시각과 관련된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0789 file
    Read More
  11. 12
    Feb 2015
    03:33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7장~제16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10279 file
    Read More
  12. 12
    Feb 2015
    03:25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5장~제6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9592 file
    Read More
  13. 12
    Feb 2015
    03:21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9331 file
    Read More
  14. 12
    Feb 2015
    03:10

    [미학]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감각의 논리>(질 들뢰즈 | 민음사 | 2008년 | 원제 :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1981년)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1장~제2장 ( http://www.epicurus.kr/Humanitas/389075 ) · 『감각의 논리』 그림 자료 : 제3장~제4장 ( http://www...
    Category예술 By이우 Views9370 file
    Read More
  15. 17
    Jan 2015
    15:28

    [역사] 담배의 역사

    담배는 오랜 과거로부터 존재했다. 서기 7세기경 마야 신전의 벽에 이미 제사장이 담배를 피우는 그림이 묘사되어 있다. 멕시코 원주민들의 전설에 따르면 너무나 못생겨서 남자들이 다 피하는 것에 비관 자살한 여자가 죽기 직전 '세상의 모든 남자들과 키스...
    Category역사 By이우 Views10473 file
    Read More
  16. 17
    Jan 2015
    15:00

    [철학] 정치(政治, politics)에 관한 세 가지 사유

    ‘정치(政治)’는 ‘정(政)’과 ‘치(治)’자가 합쳐진 말이다. ‘정’(政)은 ‘바르다’의 뜻을 가진 ‘正(정)’과 ‘글’이라 의미인 ‘文(둥글월 문)이 합쳐진 말로 ‘글을 바르게 한다'는 것을 뜻하며, 치(治)는 물(水)과 건축물(台)이 합하여 이루어진 말로 물(水)의 넘...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0174 file
    Read More
  17. 04
    Aug 2014
    01:48

    [철학사36]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장폴 사르트르(프랑스어: Jean-Paul Charles Aymard Sartre, 1905년 6월 21일~1980년 4월 15일)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대표적인 실존주의 사상가이며 작가이다. 1905년 해군 장교의 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지 15개월만에 아버지는 인도...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2487 file
    Read More
  18. 04
    Aug 2014
    01:38

    [철학사35]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마르틴 하이데거(독일어: Martin Heidegger, 1889년 9월 26일 ~ 1976년 5월 26일)는 메스키르히에서 출생한 독일의 철학자이다. 흔히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으나 정작 하이데거 자신은 그러한 칭호를 거부하였다. 1923년 마르부르크 대학, 1928년 프라...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1423 file
    Read More
  19. 04
    Aug 2014
    01:33

    [철학사31] 실존주의(Existentialisme)

    실존주의(實存主義, 프랑스어: Existentialisme)는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적, 문학적 흐름이다. 실존주의에 따르면 각자는 유일하며, 자신의 행동과 운명의 주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에...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6145 file
    Read More
  20. 04
    Aug 2014
    00:44

    [철학사16]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년 6월 28일 ~ 1778년 7월 2일)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사회계약론자이자 직접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 계몽주의 철학자이다. 루소는 1712년 당시 시공화국인 제네바의 그랑 뤼 40번지(Grand'rue 40)에...
    Category철학사 By이우 Views11115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