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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22]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Hegel)

by 이우 posted Feb 13, 2013 Views 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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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gel.jpg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년 8월 27일~1831년 11월 14일)은 관념철학을 대표하는 독일의 철학자이다. 칸트의 이념과 현실의 이원론을 극복하여 일원화하고, 정신이 변증법적 과정을 경유해서 자연·역사·사회·국가 등의 현실이 되어 자기 발전을 해가는 체계를 종합 정리했다.

 

  177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으며, 1778년부터 1792년까지 튀빙겐 신학교에서 수학했다. 그 후 1793년부터 1800년까지 스위스의 베른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정교사 생활을 했는데, 이때 청년기 헤겔의 사상을 보여주는 종교와 정치에 관한 여러 미출간 단편들을 남겼다. 첫 저술 <피히테와 셸링의 철학 체계의 차이>가 발표된 1801년부터 주저 <정신현상학>이 발표된 1807년 직전까지 예나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그 뒤 잠시 동안 밤베르크 시에서 신문 편집 일을 했으며, 1808년부터 1816년까지 뉘른베르크의 한 김나지움에서 교장직을 맡았다. 그리고 2년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교수직을 역임한 후, 1818년 베를린 대학의 정교수로 취임했다. 주요 저서로 <정신현상학>, <논리학>, <엔치클로페디>, <법철학 강요>, <미학 강의>, <역사철학 강의> 등이 있다. 1831년 콜레라로 사망했으며, 자신의 희망대로 피히테 옆에 안장되었다.

 

  다음은 헤겔이 손수 쓴 자신의 이력서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이 이력서는 1804년까지의 약력을 담고 있다.


    ... 나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1770년 8월 27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출생. 나의 부모, 아버지 게오르크 루트비히 헤겔, 운송회계사 고문 그리고 어머니 크리스티네 루이제 프롬은 개인교수뿐만 아니라 고대어 및 현대어 그리고 학문의 기초를 가르치는 슈투트가르트의 공립 김나지움에서 수업을 받게함으로써 나를 학문적으로 교육시키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나는 18세에 튀빙겐의 신학원에 입학하였다. 나는 2년 동안 고전문헌학을 전공으로 하는 슈뉘러(Schn?rer), 철학과 수학을 전공으로 하는 플라트(Flatt), 벡(Beckh) 밑에서 공부를 한 후,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잇달아서 3년 동안 르 브레(Le Bret), 울란드(Uhland), 스토르(Storr) 그리고 플라트의 지도하에서 신학과 관련된 학문을 공부한 끝에 슈투트가르트의 신교 총무원에서 실시한 신학과 입학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과 지원생으로 등록되었다. 나는 부모님의 희망에 따라 설교사직을 선택하였으며 신학이 가진 고전문학 그리고 철학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신학 공부에 충실하였다. 신학과 졸업 후, 나는 신학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들 가운데 실제 설교사직에 별로 구속되지 않는 직업, 이를테면 고전문학과 철학 연구에 필요한 여유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외국에서 상이한 조건 밑에 생활하면서도 짬을 낼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직업으로서 가정교사직을 나는 베른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찾았으며, 여기에서 내가 결정한 삶의 과제인 학문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얻었다. 6년간 이 두 도시에서 시간을 보낸 후, 아버지가 사망하자 나는 철학에 마음과 몸을 바치기로 결심하였다. 예나대학의 명성은 내 장래를 위해 보다 훌륭히 공부할 수 있고 그리고 교수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곳이었다. 나는 피히테와 셸링 철학체계의 차이점, 전자의 불충분한 점에 관한 논문을 써 그 곳에 지원하였으며, 얼마 후 나의 박사학위논문, 행성들의 궤도에 관하여 (De orbitis planetarum)의 공개 변론을 통한 심사에서 그 곳 심사위원회로부터 교수 허가를 받았다. 나는 셸링 교수와 함께 "철학비판잡지"(Das kritische Jurnal der Philosophie) 두 권을 간행하였으며, 이 가운데 나의 논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서문
  어떻게 상식이 철학을 취급하는가
  고대와 근대의 회의주의에 관하여
  칸트, 야코비 그리고 피히테의 철학
  자연법에 관한 여태까지의 개정

 

  3년 전부터 철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나는 여러 강의를 하였으며, 작년 겨울에는 수많은 학생이 강의를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지난 해 공작 관할의 광물학 협회의 제2 부의장으로 선출되었으며 그리고 최근에는 자연 연구 협회에 정회원으로 가입되었다. 수많은 연구 가운데 철학이 나의 천직으로 굳어졌기에 나는 친애하는 관계 당국으로부터 정교수로 채용되기를 갈망할 따름이다...

 

?E. Moldenhauer와 M. Michel 이 편집한 헤겔 전집 I (1982년, 프랑크푸르트), 582쪽.

 

 

  이 이력서를 쓴 지 1년 후 1805년 헤겔은 예나 대학의 원외 교수 철학자로 채용된다. 1807년에는 헤겔 관념론의 핵을 이루는 <정신현상학>이 출판된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사생활 면에서 헤겔은 살고 있던 셋방의 주인이 사망한 후 그의 아내 샬로테와 정을 맺어 그녀로부터 아들 루트비히 피셔를 얻지만, 1811년 22살된 처녀인 마리 폰 투허(Marie von Tucher)와 결혼을 한다. 이 사이에 1808년 뉘른베르크 김나지움의 교장직을 받아 들인다. 1812년 논리학이 빛을 보게되며, 1816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교수 자리를 옮긴 후 다음 해에 철학적 학문의 백과사전(엔치클로패디)을 출판한다. 1816년 드디어 베를린 대학의 피히테의 후임 교수로서 초빙되어 여기서 사망할 때까지 연구활동을 하면서 명성을 날리게 된다.

 

  헤겔 철학에 대한 일반적 평가는 독일 관념론의 거성인 칸트 철학에서 출발하여 이를 마무리 지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칸트 철학의 근간은 인식론이며 이를 기초로 하여 칸트는 소위 '심리 철학', 윤리학 그리고 우주론과 신학에 접근하였다. 칸트의 인식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인식의 주체인 '자아'인데, 이 개념은 이미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에 의해서 철학적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 나는 생각한다)의 문제는 칸트에게 물론 지대한 관심을 끌었지만 그는 결코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서 '자아'의 문제를 별도로 다루지 않는다.

 

헤겔_절대정신.jpg

 

 

  자아의 문제와 관련하여 헤겔은 칸트 철학의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헤겔은 '개념'의 문제, 다시 말해 인간 사유의 산물 자체를 독자적인 그 무엇으로 간주한 것에서 칸트의 인식론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 인식론에 접근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개념'은 헤겔 철학에서 일종의 '논리적 범주'로서 스스로 운동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헤겔은 ‘변증법’이란 이름이 살아 있는 한 그 이름을 잊기는 어려울 정도로 변증법적인 사고를 체계화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특히 헤겔의 제자인 맑스를 통해서, 그리고 맑스주의 내의 유수한 철학자를 통해서 헤겔은 헤겔철학의 영역 밖으로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했다. 20세기의 중반기까지, 그리고 일부 지역에선 지금까지도 헤겔은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다. 헤겔은 칸트의 비판철학을 비판함으로써,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피헤테와 셸링을 섭취함으로써 자기 고유의 문제 설정을 세운다.

 

  헤겔 역시 사물 자체와 주체를 분리시키지 않기 위해선 근원적인 통일을 처음부터 설정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피히테는 이 근원적인 통일을 ‘자아’를 통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헤겔이 주목하는 건 오히려 친구였던 셸링의 방법이었다. 셸링 역시 주체와 객체의 동일성을 ‘절대자’라고 생각하며, 그런 절대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히테의 생각처럼 자아가 비아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비아가 자아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피히테와는 달리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아를 근거로 자연을 도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주체-객체의 동일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연을 주체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자연이 곧 주체요 정신이라고 보는 것이다. 셸링이 보기에 자연은 정신이자 동시에 자연 안에 정신 자체의 산물인 물질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자연은 자신을 객체로 정립하는 주체다. 자연은 곧 무한한 활동이다.

 

  헤겔이 주체와 객체의 동일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이러한 셸링의 발상법에 기대어 있다. 즉 그 자체가 객체이기도 한 주체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헤겔도 ‘절대자’, ‘절대 정신’이라고 한다. 헤겔에게 절대자는 무엇보다도 우선 ‘정신’이다. 헤겔은 그의 책 <법철학 강요>에서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며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현실적인 것’이 눈 앞에 펼쳐진 문명 세계를 의미한다면 ‘이성적인 것’은 인간의 정신을 의미한다. 정신은 스스로를 외화(소외)하여 자연, 사회, 역사 등의 객체(대상)가 된다. 사회나 역사로 전환된 절대정신은 역사의 발전과정을 통해,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 발전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에 도달한다. 정신에서 대상으로, 그리고 다시 정신으로 돌아가는 이 원환운동, 그러나 끝날 때는 좀더 높은 단계로 고양되는 이 원환운동을 흔히 ‘주장의 부정’이란 말로 요약된다. 이것은 정신과 대상의 변증법, 절대자의 변증법을 집약하고 있는 것이며, 헤겔의 체계 전체를 특정 짓고 있는 ‘법칙’이다.

 

 

헤겔_진리.jpg

 

 

  헤겔은 대상을 정립하는 게 곧 진리가 아니며, 따라서 지식이 진리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지식이 진리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헤겔에 따르면 지식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의식(시대의식)에 의해서만 마련될 수 있다고 한다. 이로써 헤겔은 지식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역사적 의식 속에서 진리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지구의 운동에 대한 물리학자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는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까? 헤겔이 살던 19세기라면 당연히 뉴턴의 고전물리학이 그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반면 중세 초기였다면 천동설이란 지식이 그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진리의 기준은 이미 성립한 하나의 지식이 제공하는 것이다. 그때그때 이미 옳다고 간주되는 지식이다.

 

  그러나 지식은 진리와 동일시될 수 없다. 적어도 중세에는 천동설이 진리였고 19세기에는 고전물리학이 진리였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악순환에 접하게 된다. 지식의 평가는 진리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 기준은 지식이 제공한다는 악순환이다. 결국 진리란 이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기준 자체를 돌이켜 검사하고 정정해 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헤겔은 진리란 ‘절대정신의 자기의식’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절대정신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진리의 기준을 계속 정정해 가는 과정이란 뜻이다.

 

    이로써, 근대적 문제설정 안에 있었던 헤겔로선 또 다른 딜레마를만나게 된다. 진리란 스스로 돌아보며 자기가 갖고 있던 기준을 계속 정정해 가는 과정이라는 헤겔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헤겔이 생각해낸 이 진리의 기준 역시 정정되고 폐기될 수 있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증법

 

  헤겔은 정반합(正反合)의 개념으로 변증법을 정형화하였다. 헤겔의 이러한 변증법은 후 일 헤겔 좌파 철학자들을 거쳐 카를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주었다. 변증법은 만물이 본질적으로 끊임 없는 변화 과정에 있음을 주창하면서 그 변화의 원인을 내부적인 자기부정, 즉 모순에 있다고 보았다. 원래의 상태를 정(正)이라 하면 모순에 의한 자기부정은 반(反)이다. 만물은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운동하며 그 결과 새로운 합(合)의 상태로 변화한다. 이 변화의 결과물은 또다른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이러한 변화는 최고의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헤겔은 정반합(正反合)이라는 개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의 변증법을 설명하기 위해 하인리히 샬리베우스(Heinrich Moritz Chalybaus, 1796~1862)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헤겔은 정반합이라는 표현 대신, '즉자-대자-즉자대자', 혹은 '긍정-부정-부정의 부정' 이라는 표현을 썼다.

 

 

절대이성

 

  헤겔에게 절대 이성은 변증법에 의해 도달되는 최고의 지점, 즉 더 이상 변화될 필요 없는 최고의 위치를 뜻한다. 얼핏 보면 헤겔의 변증법적 운동과 고정화된 절대 정신은 상충되는 맥락이 있지만, 이러한 헤겔 철학의 전제에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종말

 

  헤겔은 세계사를 절대정신(이성)이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헤겔은 인간의 역사 역시 변증법적 발전을 겪는다고 파악하였으며 그 결과 이성이 최고의 발전 단계에 이르러 더 이상의 변화가 필요 없는 상태를 역사의 종말이라 명명하였다. 헤겔은 당대 독일이 역사의 종말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하였다가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법철학

 

  법은 객관적 정신의 즉자적(卽自的 : an sich) 현실화인 저차원(低次元)의 단계의 것(그 속에는 소유·계약·불법의 부정의 변증법적 삼발전 단계가 있다)으로서, 참다운(보편적) 자유를 목표로 하여 도덕의 단계, 다시 도의태(道義態)의 단계로 변증법적인 발전을 하여 간다. 이 도의태의 단계에서 정신은 사랑(愛)의 공동체인 가족으로부터 그것의 부정인 개인주의적 이익 공동체로서의 시민사회로 전진하고, 다시 시민사회의 부정을 매개로 하여 국가라는 최고의 단계에 변증법적으로 발전하여 간다. 이 국가라는 완성 단계에서 정신은 완전한 자기실현(보편적 자유)을 얻는다. 국가를 이념과 현실의 완전한 합치, 최고 최종의 것으로 보는 헤겔의 사상은 국가 절대주의에 빠지고 당연히 국제법 질서까지도 부정한다.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헤겔 철학의 절대지성을 종종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 개념과 연관을 짓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헤겔은 루터교 신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헤겔은 자신의 <역사철학강요>에서 중세 철학에 대한 설명을 건너뛴다. 헤겔 연구가인 클라우스 뒤징(Klaus D?sing)은 헤겔은 철학이 그 자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신학에 기대었던 중세 시대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본다. 헤겔은 신학과 철학을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 국가와 민족

 

  헤겔은 <역사철학 강의>를 통하여 현실에서 '정신의 완전한 실현형태'로서 국가를 제시한다. 이때 국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공동생활로서, 공동의지 자체로 법, 도덕과 함께 존재한다. 국가는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의지와 주관적인 의지의 통일체이고 이 안에서 공동정신이 성립하는 토대가 되는데, 헤겔에게는 이 공동체의 법칙은 우연한 존재(들)이 아니라 '이성' 그 자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에 따르면, 국가의 목적은 이러한 공동정신이 인간의 현실적 생활이나 심정 안에서 생생히 존재하고 존속하게끔 하는 것이다. 나아가 헤겔은 '국가야말로 절대 궁극 목적인 자유를 실현한 자주독립의 존재'이고, '인간이 지니는 모든 가치와 정신의 현실성은 국가를 통해 주어지'며, '국가는 신의 이념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민족개념 역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헤겔은 국가를 논의하면서, '세계사에서는 국가를 형성한 민족만을 문제로 삼'으며, '한 민족의 정치체제는 그 종교나 예술, 철학, 또는 적어도 그 겉모습이나 사상, 교양일반과 연관되어 하나의 실체, 하나의 정신을 형성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민족의 일반적인 정체성의 기저를 구성하는 민족정신은 국가로 주어진 공동체와 국가기구 하에서 국가정신과 통일되는데, 이를 통해 개인은 '민족의 자식임과 동시에 국가가 발전하는 한, 시대의 자식'이 된다. 이 민족정신 개념은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본질적인 모습이 신으로 형상화되어 숭배받아,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면 그것이 종교이고, 상(像)으로서 직관적으로 표현되면 그것이 예술이며, 인식의 대상이 되어 개념화되면 그것은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종교, 예술, 철학은 국가정신과 불가분의 통일을 이룬 민족정신에 의해 태어난 것이므로, 이것들의 현재 형태와 가장 적합한 것은 바로 현재의 이 국가형태가 된다.

 

  그러나, 보편적인 문제의식에 관해서는 한 민족에 한정되는 민족정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족이 단지 존속해 있을 뿐일 때는 이러한 보편적인 문제의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 민족정신이 어떤 새로운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인데, 헤겔은 이러한 현행 원리를 넘어설 수 있는 원리로서 정신을 제시한다. 헤겔은 보편적 정신이 여러 민족들의 자연사를 거치며 습관화된 생활을 넘어서 자기의 작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기를 사고하기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동양 세계와 서양

 

  헤겔은 동양 세계의 원리가 공동정신이 권위로 등장한다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서 개인의 돌출행동이 권위에 의해 억제되고, 법률은 민의에 관계없이 오직 외부로부터의 힘에 의해 구성된 강제법이 된다. 즉, 명령을 내리는 의사는 존재하지만 내면의 명령에 따라 의무를 실행할 만한 의사는 존재하지 않고, 정신이 내면성을 획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신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만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이 헤겔은 동양세계를 내면과 외면, 법률과 이해력이 미분화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종교와 국가 역시 미분화의 상태에 놓이게 되어서, 동양의 국가들은 전체적으로 신정 정치의 형태를 띤다고 주장된다. 동양 세계는 지역적으로 중국, 인도, 페르시아, 이집트의 네 부분으로 나뉜다.

 

   반면에 헤겔은 그리스 세계를 세계사의 청년기에 비유하며, 이 그리스 세계에서 정신은 비로소 스스로를 의지와 지식의 내용으로 삼는 데까지 성숙하고, 국가, 가족, 법, 종교가 동시에 개인의 목적이 되며, 개인은 그것들과 관계함으로써 개인으로서 인정을 받는 관계가 성립한다고 말한다.

 

 

영향

 

  그의 사상은 국가, 종교, 철학을 통일하는 하나의 원리를 지향한다. 그래서 헤겔은 프로이센이라는 국가와 프로이센의 개신교 교리를 자신의 철학과 조화시키고자 했다. 헤겔의 철학은 국가를 절대정신이 구현된 완전한 전체로 보는 것은 물론, 프로이센이야말로 그러한 이상이 잘 실현된 보편국가라고 주장하였다. 국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헤겔의 철학은 프로이센 정부의 입맛에 매우 맞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프로이센 정부는 헤겔 철학을 권장하고 활용하였다. 이러한 헤겔 철학을 비판한 마르크스를 비롯한 청년헤겔학파들이 프로이센 정부의 탄압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 철학적 역사가 말하는 개인이란 세계정신이다. 철학이 역사를 다룰 때 대상으로 제시하는 것은 구체적 형태로, 그리고 필연적인 진화를 통해 포착되는 구체적인 대상이다. 철학이 다루는 최초의 사실은 인민의 운명, 에너지, 열정이 아니며, 나아가 사건들의 무형적인 웅성거림도 아니다. 철학이 다루는 최초의 사실은 사건들의 정신 자체, 그 사건들을 생산해 낸 정신이다. ...

 

- 헤겔의 <역사철학 강의>(Vorlesungen ?ber die Philosophie der Weltgeschichte, VPW)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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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이란 무엇인가. 니체는 우선 여성 자체를 남성적 '계몽'과 대비한다. '계몽'이란 한 마디로 여성을 남성화하려는 시도이다. 계몽된 여성, 학문적 여성은 여성으로서 퇴화한 여성이다. 여성에게 학문(과학)은 본성상 맞지 않다. 학문의 권태로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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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
    May 2017
    11:44

    [사회]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 바이오 필리아(bio-philia)

    (...)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그의 사랑 이론을 상세히 피력했으나, 애니스와 사랑하며 결합되어 있던 27년 동안 이론을 더욱 한층 발전시켰다. 프롬은 1930년대에 프로이트의 충동 이론과 결별을 선언한 이래 인간의 핵심 문제가 충동적 욕구의 만족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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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01
    May 2017
    04:56

    [사회] 『젠더 트러블』: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허무는 일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_시몬드 보부아르 엄밀히 말해 '여성들'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_쥴리아 크리스테바 여성은 하나의 성을 갖지 않는다_뤼스 이리가레 섹슈얼리티의 전개는 오늘의 성관념을 만들어 냈다_미셀 푸코 성의 범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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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01
    May 2017
    02:08

    [사회] 『젠더 트러블』: 젠더(gender)는 없다. 우리 모두가 퀴어(queer)일 수 있다.

    (...) 결국 버틀러는 모든 정체성은 문화와 사회가 반복적으로 주입한 허구적 구성물이라고 주장하며, 그런 의미에서 섹스나 섹슈얼리티도 젠더라고 말한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젠더는 없다." 물론 이때의 젠더는 선험적, 근본적, 원래 주어진 젠더를 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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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30
    Apr 2017
    17:36

    [사회] 『젠더 트러블』: 우울증적 정체성-내 안의 그대, 그대 안의 나

    (...) 우울증의 구조로서 젠더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버틀러는 동일시가 성립되는 방법으로서의 '합체(incorporation)'를 논의한다. 즉 젠더 정체성은 상실한 대상이 있을 때 그 상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랑했던 대상을 자신의 내부로 합체하는 것이다. 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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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30
    Apr 2017
    17:06

    [사회] 『젠더 트러블』: 법 앞에 반복 복종하는 정체성-법의 무의식 때문에 저항은 내부로부터 가능하다

    (...) 알튀세에게 주체는 이데올로기가 호명할 때 그에 응답함로써 탄생하는 것이라면, 버틀러의 주체는 그 호명에 완전히 복종하지 않고 잉여 부분을 남김으로써 완전한 복종도, 완전한 저항도 아닌 복종을 하는 것이다. 즉 승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주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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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30
    Apr 2017
    16:41

    [사회] 『젠더 트러블』: 수행적 정체성-행위 뒤에 행위자는 없다

    (...) 젠더 특성은 재현적인 것이 아니라 수행적인 것이다. 젠더 특성, 행위, 그리고 몸이 그 문화적 의미를 보여주고 생산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수행적이라면 행위나 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선재하는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진위도, 진정하거나 왜곡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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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30
    Apr 2017
    16:02

    [사회] 『젠더 트러블』: 패러디적 정체성-원본은 모방본보다 우월하지 않다

    (...) 버틀러에게 젠더는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성욕성은 욕망의 문제와 연결된다. 패러디적 정체성이란 위장, 가장, 가면무도회처럼 우너본에 대한 모사가 아니라 모사에 대한 모사로서, 기원 없는 모방이란 의미에서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젠더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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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24
    Apr 2017
    16:55

    [미학] 『현대미학 강의』: 보드리야르 '역사의 종언', '예술의 종언'

    (...) 비록 마르크스주의와 정치적으로 거리를 두지만, 보드리야르의 사유의 바탕에는 아직 정치경제학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가령 그의 '시뮬라시옹' 개념은 은은하게 마르크스의 '상품 물신성' 개념을 배음으로 깔고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상품경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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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23
    Apr 2017
    03:40

    [사회]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 마조히즘 · 사디즘 · 사랑

    (...) 대인간적 융합에 대한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갈망이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열정이고 인류를, 집단을, 가족을, 사회를 결합시키는 힘이다. 이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발광 또는 파괴―자기 파괴 또는 타인 파괴―가 일어난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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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20
    Apr 2017
    19:47

    [사회] 무관심의 절정 : 현실과 이성의 해방 · 무관심

    (...) 장 보드리야르 : (...) 사상이 도전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실험적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오히려 다른 게임의 법칙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영역을 탐험하려고 애쓰는 사상의 경험입니다. 니힐리즘이 더 이상의 가치도, 현실도, 기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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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20
    Apr 2017
    18:47

    [사회] 무관심의 절정 : '초과 상태의 세계'에서 '글쓰기'와 '존재한다'는 것

    (...) 필리프 프티 : 당신은 매번 글쓰기가 현실의 시간에 대항하는 형태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장 보드리야르 : (...)글을 쓴다는 것은 화면과 텍스트, 이미지와 텍스트의 직접적인 분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거기에는 하나의 시선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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