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문학과 예술

by 이우 posted Oct 03, 2016 Views 1858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안티-오이디푸스.jpg

   (...) 기이한 영미문학이 있다. 토머스하디에서, 로렌스에서 라우리까지, 밀러에서 긴즈버그와 게루악에 이르는 이들은 출발하는 법을, 코드들을 뒤섞고, 흐름들을 흐르게 하고, 기관 없는 몸의 사막을 가로지르는 법을 알고 있다. 그들은 극한을 뛰어넘으며, 벽 즉 자본주의의 장벽을 부순다. 물론 그들은 과정을 완성하는 데 실패하며, 끊임없이 실패한다. 신경증의 막다른 골목이 다시 닫힌다. 


  오이디푸스화의 아빠-엄마,미국, 모국으로서의 귀환. 또는 이국적인 영토성들의 변태 그리고 마약, 술, 나쁘게는 오래된 파시즘의 꿈, 망상이 한쪽 극에서 다른 쪽 극으로 이만큼 잘 왕복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들과 삼각형들을 가로질러, 분열적 흐름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른다. 정액, 강, 배수구, 코드화되게 내버러두지 않는 말들의 임질 내지 물결, 너무도 유동적이면서 너무도 끈끈한 리비도가. 그것은 통사론에 대한 폭력, 기표에 대한 협의된 파괴, 흐름으로 건립된 무의미, 모든 관계들에 거듭 출몰하는 다성성(多聲性)이다.


  문학이 지닌 이데올로기나 사회질서가 행하는 문학의 회유에서 출발한다면,문학의 문제는 얼마나 잘못 제기된 것인가. 사람들은 회유되지만 작품들은 회유되지 않는다. 언제나 작품들은 잠든 새 젊은이들을 찾아내어 그의 잠을 깨울 것이요, 또 작품들의불을 끊임없이 더 멀리 가져가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관해 말하자면, 그것은 가장 화란스러운 개념이다. 왜냐하면 이데올로기는 문학 기계와 생산의 장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또 발신된 기호가 기표의 질서 속에서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려는 <내용형식>을 돌파하는 순간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래 전에 앵엘스는 이미 발자크와 관련해서 위대한 작가란 어떤 작가인지 밝혔다. 위대한 작가는 작기 작품의 정통적 · 전제군주적 기표를 갈라지게 하며 지평선에 있는 혁명기계를 필연적으로 부양하는 흐름을 그려내고 흐르게 하기를 마지않는 자이다. 이것이 문체요, 또는 차라리 문체의 부재, 즉 탈통사론, 탈문법성이다. 바로 이 순간 언어 활동은 그것이 말하는 것에 의해서는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언어 활동은 언어를 흐르게 하고 유통시키고 폭발시키는 것, 즉 욕망에 의해 규정된다. 왜냐하면 문학은 전적으로 분열증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과정이지 목적이 아니요, 생산이지 표현이 아니다.


  문학을 기성 질서에 순응하면서 아무에게도 해를 끼칠 수 없는 소비 대상으로 환원하는 데서도 역시 오이디푸스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작가와 그 독자들의 개인적 오이디푸스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작품 자체를 지배적 사회 코드들을 따라 이데올로기를 분비하는 소소한 표현 활동이 되도록 복속시키려 시도하는 오이디푸스 형식이다. 그래서 예술 작품은 오이디푸스의 두 극, 즉 문제와 해결, 신경증과 승화, 욕망과 진실 사이에 기입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하나는 어린 시절의 해결되지 않은 갈등들을 혼합하고 재분배하는 퇴행적 극이요, 다른 하나는 거기서 예술 작품이 인간의 장래에 관한 새로운 해결의 길들을 발명하는 전망적 극이다. 


  내면이 작품으로 전환되면 작품이 <문화 대상>으로 구성된다고들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신분석을 예술 작품에 적용할 여지조차 없다. 왜냐하면 예술 작품 자체가 성공한 정신분석을, 즉 모범적인 집단적 잠재성을 지닌 숭고한 <전이>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 문법과 통사론을 돌파해서 언어 활동 전체를 욕망으로 만들 줄 알았던 위대한 목소리들이, 정신병의 바닥에서 말하지는 않았고 또 현저하게 정신병적인 혁명적 도주점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기성 문학을 오이디푸스적 정신분석과 대면하게 하는 일은 옳은 일이다. 기성 문학은 기록되지 않은 초자아보다 더 해로운, 자기 고유의 초자아 형식을 전개하니 말이다. (...)


  예술 기계, 분석 기계, 혁명 기계는 억압-탄압 체계의 약해진 틀 속에서 이것들을 작동시키는 외래적 관계들 속에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이것들이 욕망 기계를 배양하는 흐름 속에서 서로 부품이 되고 톱니바퀴가 되고 또 일반화된 폭발을 위해 참을성 있게 점화된 그 수만큼의 국지적인 불이 되거나 이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분열증이지, 기표가 아니다. (...)



 - 『안티 오이디푸스』(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 민음사 · 2014년  · 원제 : L’Anti-Edipe: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1972년) <9장 과정> p.236~242









  1. 04
    Dec 2017
    16:21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역사, 자본, 그리고 우발의 개입·탈영토화·탈코드화

    #역사 (...) 탈코드화된 욕망들, 탈코드화의 욕망들은 늘 있었고, 역사는 이것들로 충만하다. 하지만 탈코드화된 흐름들이 하나의 욕망을, 사회적인 동시에 기술적인 욕망기계를 꿈꾸거나 결핍하는 대신 그런 기계를 생산하는 욕망을 형성하는 것은, 한 장소...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2775 file
    Read More
  2. 22
    Nov 2017
    18:16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사목권력의 특징, 복종 · 예속 · 배려 · 봉사

    (...) 고대세계가 끝나갈 무렵 근대 세계가 탄생할 무렵까지 그리스도교 사회보다 더 사목적인 문명이나 사회는 결코 존재했던 적이 없습니다. 이런 사목, 이런 사목권력은 인간을 법이나 주권자에게 예속시키기 위해 사용된 절차와 동일시되거나 혼동되어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337 file
    Read More
  3. 22
    Nov 2017
    04:52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인간에 대한 통치, 사목권력의 출현

    (...) 목자의 은유는 희귀합니다. 하지만 명맥한 예외, 플라톤이라는 중대하고 주된 예외가 있습니다. 훌륭한 행정관, 이상적인 행정관이 목자로 간주되고 있는 텍스트가 플라톤에게는 많이 있습니다. 훌륭한 목자라는 것은 훌륭할 뿐만 아니라 단적으로 참된...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8048 file
    Read More
  4. 21
    Nov 2017
    19:53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인간에 대한 통치'의 탄생, 사목권력

    (...) 인간에 대한 통치는 두 형태로 나타납니다. 사목적 유형의 권력이라는 관념과 조직형태가 그 중 하나이고, 양심지도나 영혼지도라는 형태가 나머지 하나입니다. 첫번째 형태로 사목권력의 관념과 조직을 살펴보죠. 왕 · 신 · 수장이 인간과 관련해 목자...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356 file
    Read More
  5. 21
    Nov 2017
    16:26

    [철학] 안전, 영토, 인구 : 통치란 사람들을 적절한 목적으로 이끌기 위해 사물을 배치하는 일이다

    (...) 16세기에 '경제'라는 말은 통치의 한 형식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18세기가 되면 '경제'는 우리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련의 복잡한 절차를 통해 통치가 개입하는 현실의 한 수준, 어떤 영역을 지칭하게 됩니다. 지금까지가 통치한다는 것은 무엇...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3639 file
    Read More
  6. 13
    Nov 2017
    01:53

    [문학]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나를 보내지 마』

    (...) "어째서 헤일셤이 필요했을까? (중략) 너는 작품이 사람을 드러낸다고 했지. 사람의 내면을 말이야. 네가 말한 게 바로 그거지? 그렇다면 그 문제를 제대로 짚은 셈이다. 우리가 너희 작품을 거어온 건 거기에 너희의 영혼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기 때...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5393 file
    Read More
  7. 11
    Oct 2017
    22:59

    [문학] 마광수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초판 서문

    (...) '장미여관'은 내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여관이다. 장미여관은 내게 있어 두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나그네의 여정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여관이다. 우리는 잡다한 현실을 떠나 어디론가 홀가분하게 탈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9581 file
    Read More
  8. 18
    Sep 2017
    03:58

    [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주인이 되는 노예만이 자유를 얻는다

    (...)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를 자유가 아니라 예속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것은 과도한 사회적 · 정치적 개입이며, 공동체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껏해야 생활이 어려운 몇 명의 창조적...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702 file
    Read More
  9. 18
    Sep 2017
    02:44

    [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누가 이 모든 것을 지불하는가 · 권력의 분배

    (...) 누가 이 모든 것을 지불하는가? 이 질문은 잘못된 질문 가운데에서도 가장 잘못된 질문이다.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은 지불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과 관련해서 본다면 이것은 일종의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제도...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2214 file
    Read More
  10. 17
    Sep 2017
    04:45

    [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기본소득은 우리를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 자신이 주권자임을 스스로 인식하여 살아갈 수 있게 한다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위로부터 오지 않는다. 국가권력에 의해 생겨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본권이다. 기본권은 시민들이 국가권력에 맞서 싸워서 획득하는 것이다. 기본권에 대한 공권력의 인정은 그것이 획득된 뒤...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7818 file
    Read More
  11. 16
    Sep 2017
    05:31

    [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의미 있는 반대 논리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다. 그것은 사회적 가치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근본적으로 대립된다.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를 유지하는 데 기여해야 비로소 존속할 수 있다. (...) 자신의 생계를 ...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25039 file
    Read More
  12. 14
    Sep 2017
    10:32

    [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이어준다. 조건이 없으므로 자유주의이고, 모두에게 주어지므로 사회주의이다.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사회주의적 자유주의'라고도 할 수 있고, 사회주의와는 다른 '자유주의적 사회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2565 file
    Read More
  13. 14
    Sep 2017
    08:16

    [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모두가 당신을 위해 일한다면...

    (...) 우리는 일을 한다. 지금껏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노동을 정의하거나 조직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 과거의 자급자족 경제에서는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서 노동을 했다. 하지...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1931 file
    Read More
  14. 20
    Aug 2017
    15:45

    [철학]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세계는 차이로 존재한다.

    (...) 얼마나 많은 종류의 형상으로써 다양하게 되어 있는지 알라. 이것은 몇몇 것들만 비슷한 형상을 부여받아서가 아니라, 모두가 모두와 같지 않아서이다. 이런 상황은 놀라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양이 그토록 많아서 한도도 없고, 내가 이미 가...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0185 file
    Read More
  15. 19
    Aug 2017
    23:50

    [철학]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생성하는 몸체는 머물지 않는다.

    (...) 즐겁도다., 광대한 바다에서 바람이 물들을 흔들 때, 육지에서 다른 이의 큰 노역을 바라보는 것은, 누군가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 달콤한 쾌락이어서가 아니라, 그대 자신이 어떠한 불행을 벗어나 있는지 깨닫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보기에 즐겁도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2843 file
    Read More
  16. 19
    Aug 2017
    03:05

    [철학]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자연은 스스로 무한(無限)을 정립한다.

    (...) 자연은 사물들의 총체가 스스로 자신에게 한계를 놓을 수 없도록 한다. 그것은 물체의 빈 공간에 의해서, 그리고 빈 공간인 것은 다시금 물체에 의해 한정되도록 강제한다. 이렇게 번갈음으로 해서 전체를 무한하게 만들면서, 혹은 최소한 이들 중 어느...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841 file
    Read More
  17. 19
    Aug 2017
    00:33

    [철학]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그 어떤 것도 무에서 생겨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무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무 것도 무(無)에서 생겨나지 않음 (...) 그러므로 정신의 이 두려움과 어둠을, 태양의 빛살과 비치는 창들이 아니라, 자연의 모습과 이치로 떨쳐버려야 한다. 그것의 첫 원리는 다음과 같은 것에서 우리를 위한 시작점을 얻어야 한다 즉 그 어떤 것도 신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9006 file
    Read More
  18. 24
    Jul 2017
    00:04

    [사회] 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가 던진 질문에 답해보라.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 자유주의자들이 자유시장과 민주적 선거를 지지하는 이유는, 모든 개인이 저마다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권력의 궁극적 원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전개될 세 가지 실질적 상황이 이 믿음을 무용지...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6105 file
    Read More
  19. 20
    Jul 2017
    23:04

    [사회] 죽어가는 자의 고독 : 죽음을 배제하는 현대사회의 특수성

    (...) 현대 사회의 특수성에는 첫째, 선진사회에 속한 개인들의 수명이 포함된다. 평균 기대 수명이 75세인 우리 사회에서 20대나 30대에 죽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대 수명이 40세였던 사회라면 사정이 다를 것이다. (...) 모든 생명체가 그...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365 file
    Read More
  20. 20
    Jul 2017
    18:33

    [사회] 죽어가는 자의 고독 : 죽음에 대한 억압의 증후, 죽음의 배제

    (...) 삶을 마치는 것, 사망증명서와 묘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죽어간다. 즉 많은 이들이 병약해지고 노쇠한다. 물론 임종하는 마지막 순간이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이별은 그보다 훨씬 더 일찍 시작된다. 종종 노쇠는...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4623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