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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기호(記號, sign), 그리고 기표(記標, signifiant)

by 이우 posted Dec 05, 2017 Views 1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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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앙띠오이디푸스.jpg


  (...) 눈은 낱말을 본다. 눈은 읽지 않는다. 이 체계에서 낱말은 지시 기능을 갖고 있을 뿐, 자기 혼자 만으로는 기호를 구성하지 않는다. 기호가 되는 것은 오히려 그 몸 위에서 정의되었고, 낱말에 대한 표기 행위가 쓰인 미지의 얼굴을 그 몸이 드러내는 한에서, 사물 또는 사물로서 지시된 몸이다. 눈은 낱말을 읽지 않고 낱말을 본다. 눈은 도약한다.

  순수지시(designnation). 낱말들은 그 자체로 기호인 사물이 아니며, 그것들이 지시하는 사물들 내지 몸들을 기호로 변형한다. 숨겨진 내용으로서 미지의 얼굴을 드러내면서 기호가 된다. 어떤 대상이 기호가 된다는 것은, 바로 그 대상이 그것의 명백한 정체성 속에 숨겨진 내용을 은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것을 본 다른 눈에게는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호가 은닉하고 있는 것은 '권력'이다. 눈은 표기행위의 고통에서 낱말의 가시성을 뽑아내고 특정하면서 낱말의 표기행위로 간다. 이 체계에선 모든 것은 능동적이고 작용 받고 반응하며 모든 것은 사용 중이고 기능 중이다.

  글자가 된 기호, 즉 기표..... 욕망은 더 이상 감히 욕망하지 않으며, 욕망의 욕망이 되었다. 입은 다 이상 말하지 않고 글자를 마신다. 눈은 더 이상 보지 않고 읽는다. 몸은 더 이상 토지처럼 새겨지게 하지 않으며, 토지 밖에 있는 자요 새로운 충만한 몸인 전제군주의 복제 그림들 앞에서 조아린다.

  기표 제국주의는 우리에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라는 물음을 밖으로 나가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물음을 미리 차단하고 모든 답을 기의의 신분으로 되돌려 모든 답을 불충분하게 만드는데 그친다. 그것은 암송, 순수 텍스트성, 우월한 과학성의 이름으로 주해를 거부한다. 너무 급하게 구절의 물을 마시고 이렇게 끊임없이 외치는 궁정의 하룻강아지들 같다. 기표여, 자넨 아직 기표에 이르지 못했어. 자넨 아직 기의들에 머물러 있어! 기표, 단지 이것만이 개들을 기쁘게 한다.

  기의는 바로 기표의 효과이다. 기의는 기표가 재현하는 것도, 기표가 지시하는 것도 아니다.

  - 『안티 오이디푸스』(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 민음사 · 2014년 · 원제 : L’Anti-Edipe: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1972년) p.350~358



  .........................

  *기호(記號, sign) : 어떠한 뜻을 나타내거나 사물을 지시하기 위해 쓰이는 부호나 그림, 문자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기표(記表, signifiant 시니피앙) : 외계에 의해 인지된 의미 표상을 대체하는 형식.
  *기의(記意, signifi? 시니피에) : 언어가 담고 있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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