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회] 생산성의 증대 · 경제성장으로 풍요로와질 수 있을까?

by 이우 posted Apr 07, 2017 Views 182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소비의사회s.jpg

  (...) 살린스에 따르면 수렵채집자들(오스트레일리아, 칼라하리 사막 등에 살고 있는 미개 유목민 부족들)은 절대적인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풍요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미개인들은 어떠한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그것들을 차차 버리면서 좋은 곳으로 이동해 간다. 생산 장치도 '노동'도 없다. 그들은 말하자면 여유가 있을 때 수렵하고 채집하며, 손에 넣은 것은 나누어 가진다. 그들의 낭비는 완전하다. 그들은 경제적 계산도 저장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단번에 소비한다. 수렵채취 생활자는 부르주아가 발명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와는 완전히 무관하며, 경제학 기초도 전혀 모른다. 그들은 항상 인간의 에너지, 자연자원, 그리고 효과적인 절약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한다. 잠을 많이 자며, 자연자원의 풍부함을 믿는다. 이것이 미개인의 경제체제 특징이다. 반면에 우리의 체계는 인간이 쓸 수 있는 수단의 불충분함을 직면한 데서 나오는 절망에 의해, 시장경제와 보편화된 경쟁의 심각한 결과인 근원적이고 파국적인 극도의 불안에 의해, 그것도 기술의 진보와 함께 정점 강하게 특징지어진다.


  미개사회의 특징인 집단전체로서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과 '낭비성'은 진정한 풍요의 표시다. 우리는 풍요의 기호(signes)만 가지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생산기구를 통해, 빈곤과 희소성의 기호를 쫓아낸다. 그러나 살린스도 말한 바와 같이 빈곤은 재화의 양이 적은 데 있지 않으며, 또 단순히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도 있지 않다. 빈곤은 무엇보다 인간들 간의 관계이다. 미개인들의 신뢰를 뒷받침해주고 또 그들이 기아 상태에서도 풍부하게 생활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사회 관계의 투명성과 상호부조다. 그것은 자연, 토지, 도구 또는 노동의 생산물 등에 대한 그 어떠한 독점도 교환을 저지한다든가 희소성을 만들어낸다든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항상 권력의 원천이 되는 축적은 여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증여와 상징적 교환의 경제에서는 적은 양의, 또 항상 유한한 재화만으로도 보편적인 부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그 재화들은 어느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부는 재화 속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구체적인 교환 속에서 생긴다. 따라서 부는 무한하게 존재하는 것이 된다. 제한된 수의 개인들 사이에서도 각 교환의 순환마다 교환된 사물에 가치가 부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의 구체적이고 관계적인 변증법이 문명화되고 산업화된 우리 사회를 측정짓는 경쟁 및 차이화 속에서 결핍과 무한한 욕구의 변증법으로 역전되어 있음을 우리는 볼 수 있다. 미개사회에서의 교환은 각각의 관계가 부를 증가시키는데 비해, 현대의 차별 사회에서는 각각의 사회관계가 개인의 결핍을 증대시킨다. 왜냐하면 소유되는 모든 것은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상대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풍요가 상실되었으며, 그 잃어버린 풍요는 한없는 생산성의 증대에 의해서도, 새로운 생산력의 해방에 의해서도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역설적인 것이 아니다. 풍요와 부의 구조적인 정의(定義)는 사회조직 속에 있기 때문에 사회조직 및 사회관계의 혁명만이 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 <소비의 사회>(장 보드리야르 · 문예출판사 | 1992년 · 원제 : La societe de consommation, 1970년) p.91~94














  1. 13
    Apr 2018
    02:30

    [철학] 권력의지와 영원회귀에 대한 결론

    (...) 신의 죽음 또는 죽은 신이 자아(Moi)로부터 자아의 동일성과 관련하여 지니는 유일한 보증을, 말하자면 통일을 이루는 자아의 실체적인 기반을 빼앗아버린다고 말하였다. 즉 신이 죽었기 때문에 자아는 이제 소멸되거나 증발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637 file
    Read More
  2. 19
    Mar 2018
    12:40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에로스(eros) 혹은 관능(sense)

    (...) 에로틱의 질적인 영역에서 가치전도가 일어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자유주의 아래서 상류사회의 기혼 남성들은 양갓집 규수로 자란 정실부인만으로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연예인이나 집시 여인, 정부나 매춘부로로 부족분을 채우곤 했다. 사회가 합...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32036 file
    Read More
  3. 13
    Mar 2018
    15:45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선(Good)과 악(evil), 좋음(Good)과 나쁨(Bad)

    (...) 브레이은베르흐와의 서신은 모두 8통의 편지가 전해오고 있는데, 각각 4통씩 1664년 12월에서 1665년 6월 사이에 씌어졌다. (...) 곡물중개상이었던 블레이은베르흐는 스피노자에게 편지를 통해 악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처음에 스피노자는 자신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6181 file
    Read More
  4. 04
    Mar 2018
    17:58

    [철학] 『선악의 저편』 : 남성과 여성

    232. 여성은 자립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여성 자체'를 남성들은 계몽시키기 시작한다. 이것은 유럽이 일반적으로 추악해지는 최악의 진보에 속한다. (...) 238. (...) '남성과 여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생각하고, 여기에 있는 헤아일 길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778 file
    Read More
  5. 01
    Mar 2018
    08:21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도덕(Morals)과 윤리(Ethics) · 정념(passion)

    (...) <너는 저 열매를 막지 말라.> 불안에 사로잡힌 무지한 아담은 이 말을 금지의 표현으로 듣는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담이 먹을 경우에 그 아담을 중독시키게 될 과일이다. 그것은 두 신체의 만남,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7435 file
    Read More
  6. 01
    Mar 2018
    06:3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코나투스(conatus) · 욕망과 의지, 감정

    (...) 의식 자체도 원인을 가져야 한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자신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욕구(l' appetit)>로 정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이것은 단지 욕망에 대한 유명론적 정의일 뿐이며, 의식은 욕망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고 정확...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323 file
    Read More
  7. 01
    Mar 2018
    04:46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평행론(parallelism) · 신체와 의식

    (...)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에게 새로운 모델, 즉 신체를 제안한다. 스피노자는 그들에게 신체를 모델로 세울 것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알지 못한다.> 무지에 대한 이 선언은 일종의 도전이다. 우리는 의식에 대해서, 의식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850 file
    Read More
  8. 28
    Feb 2018
    20:58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철학자의 고독

    (...) 니체는, 자기 자신이 체험했기 때문에 한 철학자의 생애를 신비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철학자는 금욕적인 덕목들―겸손, 검소, 순수―를 독점하여, 그것들을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실제로는 거의 금욕적이지 않은 목적들에 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571 file
    Read More
  9. 27
    Feb 2018
    14:28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물 만난 고기떼

    (...) 고도로 집중된 산업이 포괄적인 분배 장치를 갖추게 되면서 유통 부문은 해체되었지만 이 부문은 기이한 사후 생존(Post-Existense)을 시작하게 된다. 거간꾼 직업은 그 경제적 기반을 상실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중개인의 삶이 되며, 심지어 사...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038 file
    Read More
  10. 27
    Feb 2018
    01:01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프루스트를 위하여

    (...) 재능 때문이든 허약한 체질 때문이든 유복한 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이 예술가나 학자 같은 지적인 작업을 갖게 되면 그는 동료라는 역겨운 이름을 가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남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의 독립성을 질투한다거나...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0949 file
    Read More
  11. 02
    Feb 2018
    00:08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입술 · 입맞춤 · 기관

    (...) 나는 키스하기에 앞서 우리가 사귀기 전 그녀가 바닷가에서 지녔다고 생각했던 신비로움으로 다시 그녀를 가득 채워 그녀 안에서 예전에 그녀가 살았던 고장을 되찾고 싶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런 신비로움 대신에, 나는 적어도 우리가 발베크에서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1677 file
    Read More
  12. 01
    Feb 2018
    23:45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죽음, 그리고 일상, 생명 에너지

    (...) 우리는 흔히 죽음의 시간이 불확실하다고 말하지만, 이런 말을 할 때면 그 시간이 뭔가 막연하고도 먼 공간에 위치한 것처럼 상상하는 탓에, 그 시간이 이미 시작된 날과 관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또 죽음이 이렇게 확실한 오후, 모든 시간표가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9104 file
    Read More
  13. 15
    Jan 2018
    08:55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슬픔

    (...) 질베르트의 징긋한 얼굴을 보는 짧은 순간에 비해, 그녀가 우리의 화해를 시도할 것이며, 심지어는 우리 약혼까지 제안하는 모습을 내가 꾸며 내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상상력이 미래를 향해 끌어가는 이 힘은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실 과거로...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30186 file
    Read More
  14. 14
    Jan 2018
    19:19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기억(memorie)과 추억(souvenir), 그리고 작품

    (...) 우리는 집에만 있지 않고 자주 산책을 나갔다. 가끔식 옷을 입기 전에 스완 부인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크레프드신 실내복의 분홍, 하양 또는 아주 화려한 빛깔 소맷부리 밖으로 나온 그녀의 아름다운 손은, 그녀 눈 속에는 있으나 마음 속에는 없는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0724 file
    Read More
  15. 11
    Jan 2018
    09:22

    [철학] 플라톤주의를 뒤집다(환영들)

    (...) "플라톤주의*를 뒤집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니체는 자신의 철학 과업보다 일반적으로는 미래의 철학 과업을 플라톤주의를 뒤집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이 과업을 이루기 위한 방식은 대개 본질의 세계와 외양의 세계 소멸을 의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731 file
    Read More
  16. 18
    Dec 2017
    03:12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분리와 종합 · 근친상간 · 혈연과 결연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토지의 충만한 몸은 구별 없는 게 아니다. 괴로워하며 위험하며 유일하고 보편적이기에, 토지의 충만한 몸은 생산 및 생산자들, 그리고 생산의 연결로 복귀한다. 하지만 이 위에는 또한 모든 것이 달라붙고 기입되고, 모든 것이 끌어당겨지고 기적을 낳...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111 file
    Read More
  17. 14
    Dec 2017
    04:23

    [철학] 들뢰즈 : 언표행위의 집합적 배치 · 표현 · 비신체적 변환 · 화행이론

    (...) 들뢰즈와 가타리는 '개인적 언표행위'란 없음을 입중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개인적인 언표행위란 없으며, 언표행위의 주체라는 것조차 없다.'(들뢰즈 · 가타리 1987: 79/I 85/156). 결과적으로 언어는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며, 언표와 명령-어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379 file
    Read More
  18. 12
    Dec 2017
    06:24

    [철학] 알튀세르의 중층결정 : 구조적 인과성·절합(articulation)

    알튀세르(Louis Althusser, 1918년~1990년)가 개진한 인과성의 세 양상(기계적 인과성·표현적 인과성·구조적 인과성)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특정한 사유 방식과 인식론이 연관되어 있다. '기계적 인과성'은 부분과 부분이 일대일 대응관계를 가리키며 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154 file
    Read More
  19. 12
    Dec 2017
    04:08

    [철학] 들뢰즈가 말하는, 욕망 · 대중 · 권력 · 제도

    (...) "미시-파시즘만이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문제에 대답을 줄 수 있다. 욕망이 자신에 대한 억압을 욕망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은 또 어떻게 억압을 욕망할 수 있는 것일까? 확실히 대중은 권력에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은 일종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355 file
    Read More
  20. 05
    Dec 2017
    21:35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기호(記號, sign), 그리고 기표(記標, signifiant)

    (...) 눈은 낱말을 본다. 눈은 읽지 않는다. 이 체계에서 낱말은 지시 기능을 갖고 있을 뿐, 자기 혼자 만으로는 기호를 구성하지 않는다. 기호가 되는 것은 오히려 그 몸 위에서 정의되었고, 낱말에 대한 표기 행위가 쓰인 미지의 얼굴을 그 몸이 드러내는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725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