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 니체의 『선악의 저편』 후곡(後曲) : 높은 산에서

by 이우 posted Aug 17, 2016 Views 135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_선악의저편_원전_360.jpg

  높은 산에서

  후곡(後曲)

  니체

  오 생명의 정오여! 장엄한 시간이여!
  오 여름의 정원이여! 기다릴 때의 불안한 행복 : --
  이미 밤낮으로, 나는 친구들을 기다리네.
  그대 친구들이여 어디에 있는가? 어서 오라! 때가 왔다! 때가 온 것이다!

  잿빛 빙하가 오늘 장미로 치장한 것은
  그대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시냇물은 그대들을 찾고, 바람도 구름도 오늘은 그리워하며 몰려들다가,
  더 높이 창공으로 솟아오르며,
  아득하게 먼 새의 시선으로 그대를 찾아 살핀다.
  가장 높은 곳에서 그대들을 위해 내 식탁은 마련되었다. : --
  그 누가 별들
  가까이 살고 있는가? 그 누가 심연의 무서운 미지의 나라에 살고 있는가?
  나의 왕국--이보다 멀리 뻗어나간 왕국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나의 꿀을--그 누가 그것을 맛본 적이 있단 말인가?

   -- 그대들은 와주었구나. 친구들이여~ 아, 이럴 수가. 내가 아닌가,
  그대들이 원했던 이는?
  그대들이 머뭇거리며 놀라워하는구나--아, 그대들은 오히려 원망해야 하는데!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가? 손도, 발걸음도, 얼국 모습도 변해 버렸단 말인가?
  그리고 그대 친구들에게는,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바람이 매섭게 부는 곳을 찾았던가?
  나는 사는 법을 배웠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황량한 북극곰이 사는 극지에서,
  인간과 신도, 저주와 기도도 잊어버렷단 말인가?
  빙하를 넘어가는 유령이 되었단 말인가?
  -- 그대 오랜 친구들이여! 보라! 이제 그대들이 바라보네. 창백하고,
  사랑과 공포가 차!
  아니다. 가라! 화내지 말라! 여기는--그대들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득히 먼 얼음과 암벽 나라 사이에 있는 여기--
  여기에서 우리는 사냥군이 되거나 영양(羚羊)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나쁜 사냥꾼이 되었다! -- 보라, 얼마나
  내 활이 팽팽하게 강겨졌는지!
  그렇게 당긴 자는 강한 자였다.
  그럼에도 이, 이럴 수가! 이 화살이 위험한 정도는,
  어떤 화살도 미치지 못한다. -- 여기서 떠나라! 그대의 안녕을 위해~

  그대들은 발길을 돌리는구나.--오 마음이여, 너는 잘도 견뎌내고
  네 희망은 강하게 남아 있다 
  새로운 친구들에게 네 문을 활짝 열어두어라!
  낡은 것을 버리고, 기억도 버리고!
  너도 한때는 젊었지만, 이제--훨씬 더 젊다!
  언젠가 우리를 묶어주었던 것은, 희망의 끈, --
  누가 그 글씨를 읽을까,
  언젠가 사랑이 적어 놓은, 빛 바랜 그 글씨를?
  나는 이를 손대기도 거려할 만한 양피지와 비교한다.
  --마치 최색하고 그을린 모습 같구나.

  더 이상 친구는 아니고, 이는--내 이를 무어라고 부를까?
  단지 친구의 유령일 뿐!
  이는 밤마다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리고,
  나를 보며 말한다. : "우리는 친구였지?"
  -- 오 한때는 장미처럼 향내 나던 시들어버린 말이여!

  오 스스로 오해했던 청춘의 그리움이여!
  내가 그리워했던 사람들,
  내 자신의 혈연이며 함께 변해간다고 잘못 생각한 사람들,
  그들도 늙어버리고 쫓겨났다 :
  오직 변하는 자만이, 나와 인연이 되었다.

  오 생명의 정오여! 제2의 청춘이여!
  서서 살피며 기다릴 때의 불안한 행복 :
  이미 밤낮으로, 나는 친구를 기다리네,
  새로운 친구들이여! 어서 오라! 때가 왔다! 때가 온 것이다!

  이 노래는 끝나고, 감미로운 외침의 그리움도
  입 안에서 사라졌다.
  마술사가 미술을 하자, 적절한 때 친구가 보이나니,
  이는 정오의 친구로다--아니다! 그가 누구인지 묻지 마라--
  정오에 하나는 둘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축하하며, 하나로 뭉친 승리를 확신하고,
  축제 가운데 축제를 한다 :
  친구 차라투스트라가 왔다. 손님들 가운데 손님이!
  이제 세계는 웃고 끔찍한 커튼은 찣기고
  빛과 어둠을 위한 결혼식이 다가왔다.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선악의 저편(Jenseits von Gut und Bose)> 후곡(後曲)





  1. 13
    Apr 2018
    02:30

    [철학] 권력의지와 영원회귀에 대한 결론

    (...) 신의 죽음 또는 죽은 신이 자아(Moi)로부터 자아의 동일성과 관련하여 지니는 유일한 보증을, 말하자면 통일을 이루는 자아의 실체적인 기반을 빼앗아버린다고 말하였다. 즉 신이 죽었기 때문에 자아는 이제 소멸되거나 증발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638 file
    Read More
  2. 19
    Mar 2018
    12:40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에로스(eros) 혹은 관능(sense)

    (...) 에로틱의 질적인 영역에서 가치전도가 일어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자유주의 아래서 상류사회의 기혼 남성들은 양갓집 규수로 자란 정실부인만으로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연예인이나 집시 여인, 정부나 매춘부로로 부족분을 채우곤 했다. 사회가 합...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32038 file
    Read More
  3. 13
    Mar 2018
    15:45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선(Good)과 악(evil), 좋음(Good)과 나쁨(Bad)

    (...) 브레이은베르흐와의 서신은 모두 8통의 편지가 전해오고 있는데, 각각 4통씩 1664년 12월에서 1665년 6월 사이에 씌어졌다. (...) 곡물중개상이었던 블레이은베르흐는 스피노자에게 편지를 통해 악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처음에 스피노자는 자신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36183 file
    Read More
  4. 04
    Mar 2018
    17:58

    [철학] 『선악의 저편』 : 남성과 여성

    232. 여성은 자립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여성 자체'를 남성들은 계몽시키기 시작한다. 이것은 유럽이 일반적으로 추악해지는 최악의 진보에 속한다. (...) 238. (...) '남성과 여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생각하고, 여기에 있는 헤아일 길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778 file
    Read More
  5. 01
    Mar 2018
    08:21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도덕(Morals)과 윤리(Ethics) · 정념(passion)

    (...) <너는 저 열매를 막지 말라.> 불안에 사로잡힌 무지한 아담은 이 말을 금지의 표현으로 듣는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담이 먹을 경우에 그 아담을 중독시키게 될 과일이다. 그것은 두 신체의 만남,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77439 file
    Read More
  6. 01
    Mar 2018
    06:37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코나투스(conatus) · 욕망과 의지, 감정

    (...) 의식 자체도 원인을 가져야 한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자신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욕구(l' appetit)>로 정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이것은 단지 욕망에 대한 유명론적 정의일 뿐이며, 의식은 욕망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고 정확...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337 file
    Read More
  7. 01
    Mar 2018
    04:46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평행론(parallelism) · 신체와 의식

    (...)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에게 새로운 모델, 즉 신체를 제안한다. 스피노자는 그들에게 신체를 모델로 세울 것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알지 못한다.> 무지에 대한 이 선언은 일종의 도전이다. 우리는 의식에 대해서, 의식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4855 file
    Read More
  8. 28
    Feb 2018
    20:58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 철학자의 고독

    (...) 니체는, 자기 자신이 체험했기 때문에 한 철학자의 생애를 신비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철학자는 금욕적인 덕목들―겸손, 검소, 순수―를 독점하여, 그것들을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실제로는 거의 금욕적이지 않은 목적들에 사...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40573 file
    Read More
  9. 27
    Feb 2018
    14:28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물 만난 고기떼

    (...) 고도로 집중된 산업이 포괄적인 분배 장치를 갖추게 되면서 유통 부문은 해체되었지만 이 부문은 기이한 사후 생존(Post-Existense)을 시작하게 된다. 거간꾼 직업은 그 경제적 기반을 상실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중개인의 삶이 되며, 심지어 사...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7041 file
    Read More
  10. 27
    Feb 2018
    01:01

    [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프루스트를 위하여

    (...) 재능 때문이든 허약한 체질 때문이든 유복한 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이 예술가나 학자 같은 지적인 작업을 갖게 되면 그는 동료라는 역겨운 이름을 가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남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의 독립성을 질투한다거나...
    Category기타 By이우 Views10949 file
    Read More
  11. 02
    Feb 2018
    00:08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입술 · 입맞춤 · 기관

    (...) 나는 키스하기에 앞서 우리가 사귀기 전 그녀가 바닷가에서 지녔다고 생각했던 신비로움으로 다시 그녀를 가득 채워 그녀 안에서 예전에 그녀가 살았던 고장을 되찾고 싶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런 신비로움 대신에, 나는 적어도 우리가 발베크에서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1677 file
    Read More
  12. 01
    Feb 2018
    23:45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죽음, 그리고 일상, 생명 에너지

    (...) 우리는 흔히 죽음의 시간이 불확실하다고 말하지만, 이런 말을 할 때면 그 시간이 뭔가 막연하고도 먼 공간에 위치한 것처럼 상상하는 탓에, 그 시간이 이미 시작된 날과 관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또 죽음이 이렇게 확실한 오후, 모든 시간표가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9104 file
    Read More
  13. 15
    Jan 2018
    08:55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슬픔

    (...) 질베르트의 징긋한 얼굴을 보는 짧은 순간에 비해, 그녀가 우리의 화해를 시도할 것이며, 심지어는 우리 약혼까지 제안하는 모습을 내가 꾸며 내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상상력이 미래를 향해 끌어가는 이 힘은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실 과거로...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30187 file
    Read More
  14. 14
    Jan 2018
    19:19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기억(memorie)과 추억(souvenir), 그리고 작품

    (...) 우리는 집에만 있지 않고 자주 산책을 나갔다. 가끔식 옷을 입기 전에 스완 부인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크레프드신 실내복의 분홍, 하양 또는 아주 화려한 빛깔 소맷부리 밖으로 나온 그녀의 아름다운 손은, 그녀 눈 속에는 있으나 마음 속에는 없는 ...
    Category문학 By이우 Views10725 file
    Read More
  15. 11
    Jan 2018
    09:22

    [철학] 플라톤주의를 뒤집다(환영들)

    (...) "플라톤주의*를 뒤집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니체는 자신의 철학 과업보다 일반적으로는 미래의 철학 과업을 플라톤주의를 뒤집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이 과업을 이루기 위한 방식은 대개 본질의 세계와 외양의 세계 소멸을 의미...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731 file
    Read More
  16. 18
    Dec 2017
    03:12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분리와 종합 · 근친상간 · 혈연과 결연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토지의 충만한 몸은 구별 없는 게 아니다. 괴로워하며 위험하며 유일하고 보편적이기에, 토지의 충만한 몸은 생산 및 생산자들, 그리고 생산의 연결로 복귀한다. 하지만 이 위에는 또한 모든 것이 달라붙고 기입되고, 모든 것이 끌어당겨지고 기적을 낳...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4111 file
    Read More
  17. 14
    Dec 2017
    04:23

    [철학] 들뢰즈 : 언표행위의 집합적 배치 · 표현 · 비신체적 변환 · 화행이론

    (...) 들뢰즈와 가타리는 '개인적 언표행위'란 없음을 입중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개인적인 언표행위란 없으며, 언표행위의 주체라는 것조차 없다.'(들뢰즈 · 가타리 1987: 79/I 85/156). 결과적으로 언어는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며, 언표와 명령-어들...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3379 file
    Read More
  18. 12
    Dec 2017
    06:24

    [철학] 알튀세르의 중층결정 : 구조적 인과성·절합(articulation)

    알튀세르(Louis Althusser, 1918년~1990년)가 개진한 인과성의 세 양상(기계적 인과성·표현적 인과성·구조적 인과성)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특정한 사유 방식과 인식론이 연관되어 있다. '기계적 인과성'은 부분과 부분이 일대일 대응관계를 가리키며 근...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20156 file
    Read More
  19. 12
    Dec 2017
    04:08

    [철학] 들뢰즈가 말하는, 욕망 · 대중 · 권력 · 제도

    (...) "미시-파시즘만이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문제에 대답을 줄 수 있다. 욕망이 자신에 대한 억압을 욕망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은 또 어떻게 억압을 욕망할 수 있는 것일까? 확실히 대중은 권력에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은 일종의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5355 file
    Read More
  20. 05
    Dec 2017
    21:35

    [철학] 『안티오이디푸스』 : 기호(記號, sign), 그리고 기표(記標, signifiant)

    (...) 눈은 낱말을 본다. 눈은 읽지 않는다. 이 체계에서 낱말은 지시 기능을 갖고 있을 뿐, 자기 혼자 만으로는 기호를 구성하지 않는다. 기호가 되는 것은 오히려 그 몸 위에서 정의되었고, 낱말에 대한 표기 행위가 쓰인 미지의 얼굴을 그 몸이 드러내는 ...
    Category철학 By이우 Views16725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5 Next
/ 2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