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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칼폴라니 『거대한 변환』 : 노동과 토지, 화폐의 상품화

by 이우 posted Jul 24, 2020 Views 8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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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가 사회관계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관계가 경제체계 속에 파묻혀 있다. 경제체계가 특수한 동기들을 바탕으로 특별한 지위를 획득하여 독립된 제도들로 조직되면, 사회는 경제체계가 독자적인 법칙에 따라 기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모든 생산 요소에 대해서, 그러니까 재화뿐 아니라 노동, 토지, 화폐에 대해서도 시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요소들의 가격을 각각 상품가격, 임금, 지대, 이자라고 하지만, 이러한 용어는 가격들이 소득을 형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자는 화폐의 사용에 대한 가격으로 화폐를 공급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된다. 또 지대는 토지의 사용에 대한 가격으로 화폐를 공급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된다. 마지막으로 상품 가격은 기업운영이라는 용역을 파는 사람들의 소득에 기여한다. 이윤이라고 하는 소득은 실제로 두 가지 가격의 차, 즉 생산된 재화의 가격과 비용, 즉 생산에 필요한 재화와 가격간의 차이 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소득은 모두 시장판매로부터 생겨나게 되고, 이러한 소득은 생산된 재화 전부를 구입할 만큼 충분하게 될 것이다. (중략)

  봉건제길드제 아래에서 토지와 노동은 사회조직 자체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었다. 화폐는 아직 산업의 주요 요소로는 발달하지 못했다. 토지는 봉건체계에 있어서 중심적 요소였고 군사, 사법, 행정 및 정치체제의 토대였다. 토지의 지위와 기능은 법적, 관습적인 규제에 의해 결정되었다. 토지소유는 이전될 수 있는가 없는가, 만일 가능하다면 누구에 대하여, 그리고 어떤한 제한 아래서인가, 재산권은 무엇을 수반하는가, 어떤 토지 유형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가? 이 모든 문제는 매매조직과 동떨어져 있었고 완전히 다른 일련의 제도적 통제에 종속되어 있었다.

  노동의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길드제 아래서도 생산활동의 동기와 조건은 일반적 사회조직 안에 매몰되어 있었다. 장인, 직인, 도제의 관계라든가, 수업 기간, 도제 숫자. 노동자의 임금 등은 모두 도시와 길드의 관례 및 규칙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중상주의 체제가 한 것이라면 영국처럼 법령으로써, 또 프랑스처럼 길등의 전국화로써 일련의 조건을 통일시킨 것뿐이었다. 토지를 보자면 그 봉건적 지위가 폐기된 것은 토지가 지방적 특권들과 얽혀 있는 경우뿐이었다. 그 밖의 경우는 프랑스처럼 영국에서도 상업혁명 밖에 남아 있었다. 1789년의 대혁명까지 프랑스에서는 토지재산이 사회적 특권의 원천으로 남아 있었고, 영국에서는 그 이후에 있어서조차 토지에 관한 관습법은 본질적으로는 중세적이었다. 중상주의에서 상업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 들 두 개의 기존적 생산 요소, 즉 노동과 토지가 상업의 대상으로 되는 것을 방어해주는 안전장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영국에서는 직인조례(織人條例, Statue Artficers, 1563)와 구빈법(求貧法, 1601)으로써 노동입법을 전국화하여 노동을 위험지대로부터 옮겨 놓았고 튜더 왕조와 초기 스튜어트 왕조의 반엔클로저 정책은 토지 재산의 상업적 이용이라는 원리에 일관되게 반항하는 것이었다.

  상업의 확대를 국책으로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중상주의가 시장을 시장경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의 확장에서 가장 명료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중상주의자와 봉건세력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긍정의 정책입안자와 기득권세력 간에도, 중앙집권을 겨냥하는 관료와 보수적 배타주의 간에도 차이가 없었다. 그들은 단지 통제방법에 대해서만 의견이 달랐다. 길드, 도시, 지방은 관습과 전통의 힘에 호소했지만, 새로운 국가권력은 법률과 포고령을 애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시장경제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과 토지의 상품화라는 이념에 반대했다. 프랑스에서는 1790년에서야 비로소 직인길드와 봉건적 특권이 폐기되었고, 영국에서는 1813~1814년이었다. 1790년에 이르기까지 이 양국에서도 자유노동시장의 확립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경제생활의 자기조정이라는 생각은 시대의 지평을 완전히 초월하여 있었던 것이다. 중상주의자는 무역과 상업을 통한 국가의 자원개발(완전고용까지 포함하여)에 관심을 두었지만, 토지와 노동에 대해서는 전통적 조직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다. (중략) 보통 경제적 질서는 사회적 질서의 기능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부족제의 기초에도, 봉건제의 기초에도 또 중상주의의 기초에 있어서도 사회 내 독립된 경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경제활동이 분리되고, 특수한 경제적 동기에 의해 움직여지는 19세기 사회는 사실 다른 곳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새로운 발전이었다. (중략)

  결정적 요점은 다음과 같다. 즉 노동, 토지, 화폐가 산업의 본원적 요소라는 것, 그리고 이들도 시장으로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 사실 이들 시장들이 경제체제의 지극히 활력적인 부분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 토지, 화폐가 본래 상품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매매되는 거은 모두 판매를 위하여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는 가정은 이들 세 가지에 관해서는 경험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결국 상품의 경험적 정의에 따르면 이들은 상품이 아닌 것이다. 노동은 생활 그 자체에 수반되는, 따라서 그 성질상 판매하기 위하여 생산된 것이 아니고 완전히 별개의 이유에서 산출되는 것으로서 생활의 여타 부분과 분리될 수도, 측적될 수도, 옮길 수도 없는 인간활동의 별칭일 뿐이다. 또한 토지는 인간에 의해 생산되지 않는 자연의 별칭일 뿐이다. 실질적인 화폐는 결코 생산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은행이나 국가재정의 메커니즘을 통해 존재하게 되는 구매력의 상징일 뿐이다. 이들 중 어느 것도 판매를 위해 생산되지는 않는다. (중략)

  이제 노동, 토지, 화폐에 관하여 그러한 가정은 지지될 수 없다. 시장 메커니즘이 인간의 운명과 그 자연환경의 유일한 지배자가 되도록 허용한다면, 설사 구매력의 크기와 용도만 허락된다 하더라도 사회의 파괴를 초래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력이라는 이른바 상품은 우연히 이 특수한 상품의 담당자가 되는 인간 개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는 강제하거나, 남용하거나, 심지어는 내버려둘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인간의 노동력을 처리할 경우, 이 시스템은 노동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육체적, 심리적, 도덕적 실제로서의 인간을 처리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문화적 제도라는 보호막을 제거한다면 인간은 사회적 노출의 결과로 사멸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악덕, 타락, 범죄, 기아라는 격렬한 사회적 혼란의 희생물이 되어 사멸할 것이다. 자연은 개개의 원소로 분해되고, 이웃과 풍경은 더러워지고, 하천은 오염되고, 군사적 안전은 위협당하고, 식료, 원료의 생산력은 파괴될 것이다. 끝으로 시장에 의한 구매력과 관리는 기업을 주기적으로 파산시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화폐의 부족과 과다는 기업에 있어서는 마치 원시사회에서의 홍수, 반발과 같은 정도의 재난일 터이기 때문이다. 의심할 것도 없이 노동, 토지, 화폐시장은 시장경제에 본질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어떤 사회라도 이런 무지막지한 허구의 결과 앞에서는 잠시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만약에 사회의 실체인 인간과 자연과 기업 조직을 악마의 공장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의 극단적 인위성생산과정 그 자체가 판매와 구매의 형태로 조직되어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시장생산 이외의 다른 조직방법이 불가능하다. 중세 말기에는 수출을 위한 산업생산이 부유한 시민계급에 의해 조직되고 본거지 도시에서 그들 자신의 직접적 지휘 아래서 수행되었다. 그 후의 중상주의 사회에는 생산이 상인에 의해 조직되고 더 이상 도시에 한정되지 않게 되었다. 이 시기는 가내공업의 원료가 상인자본가에 의해 공급되고 상인자본가가 순수히 상업적 기업으로 생산과정을 지배하는 전대제(putting out) 생산의 시대였다. 산업생산이 확실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상인의 조직적 지휘 아래에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중략) 수세기 동안 이 시스템은 판을 넓혀 나가 잉글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전국적 상품인 양모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 되었는데, 여기서 생산을 조직해 나간 것은 포목상들이었다. 팔거나 사거나 생산을 위한 것이어서 동기에 구별이 없었다. 재화의 생산에는 상호조력하려는 호혜적 태도 같은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부양식솔에 대한 가장의 배려 같은 것도 없었고 자기의 솜시에 대한 장인의 자부심, 대중의 칭찬에 대한 만족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요컨대 매매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몸에 밴 이윤획득이라는 단순한 동기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18세기말까지 서유럽의 공업생산은 상업의 단순한 부수물에 지나지 않았다.  (중략)

  생산에 대한 상인의 관계를 완전히 변화시켰던 것은 기계의 출현 자체가 아니고 정교하고 특수화된 기계설비의 발명이었다. 새로운 생산조직은 상인에 의해여 도입된 것이었고, 그것은 또한 가대한 변환의 전 과정을 결정짓는 사실이었지만, 정교한 기계설비의 사용은 공장제도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와 함께 상업과 공업의 상대적 중요도를 결정적으로 후자 쪽으로 기울게 하였다. 공업생산은 이제 상인이 매매사업으로 조직하고 있던 상업의 부속물적 지위를 탈피하게 되었다. 공업생산은 이제 그에 사응하는 위험을 갖는 장기투자를 수반하게 되었다. 생산의 계속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같은 위험은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공업생산이 복잡하게 된만큼 그 공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생산요소의 수도 엄천나게 많아졌다. 이들 생산요소 가운데 노동, 토지, 화폐의 세 가지가 물론 특히 중요했다. 상업사회에서 이들을 공급은 단지 하나의 방법, 즉 돈으로 구입함으로써만 조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요소는 시장에서 판매를 위해, 환언하면 상품으로서 조직되어야만 했다. 시장 메커니즘이 생산의 본원적 요소인 노동, 토지, 화폐로까지 확대된 것은 상업사회에 공장제를 도입한 필연적 결과였다. 생산요소는 매매할 수 있어야만 했다. (중략) 결국 인간사회는 모든 측면에서 경제 시스템의 부속물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중략) 시장이 지구상의 전지역으로 확대되고 거기에 포함된 상품의 양이 믿기 어려울 만큼 증대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가지 조치와 정책의 그물이 노동, 토지, 화폐에 관련된 시장의 행동을 규제하도록 고안된 강력한 제도 속으로 통합되었다. 국제상품시장, 국제자본시장 및 국제화폐시장의 조직은 미증유의 운동력을 부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장통제적 경제의 유해한 결과에 저항하기 위해 근본적인 운동이 출현하였다. (...)


- 『거대한 변환 : 우리시대의 정치적˙ 경제적 기원』 · 칼 폴라니 저 · 박현수 역 · 대우 학술 총서 · 1991년 · 원제 :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Political and Economic of Our Time, 1957. p.7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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