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기본소득은 우리를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 자신이 주권자임을 스스로 인식하여 살아갈 수 있게 한다

by 이우 posted Sep 17, 2017 Views 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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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위로부터 오지 않는다. 국가권력에 의해 생겨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본권이다. 기본권은 시민들이 국가권력에 맞서 싸워서 획득하는 것이다. 기본권에 대한 공권력의 인정은 그것이 획득된 뒤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이처럼 하나의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은 개인의 손에 더 많은 권력을 쥐어준다. 몇몇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이 권력을 쥐어주는 개인이란 모든 개인을 뜻한다. 기본소득은 우리를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 자신이 주권자임을 스스로 인식하여 살아갈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오늘날 스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쨋든 의회가 법률 제정에 관해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기본솓그을 보편화하는 데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본바탕부터 직접민주주의적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왜곡된 관계를 바로잡는다. 시민은 정치인들에게 액러복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치인은 시민이 자신들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내세운 대리인일 뿐이다. 그러므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더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과 같은 세부적인 사안은 정치인들이나 정당들의 보고서로 결정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소득을 시행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목시어야 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시민들의 주도로 이뤄져야만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본소득의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므로 정치적 참호전은 무의미하다. 기본소득이라는 자기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내팽개쳐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마 사회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더 이상 꼭 일을 하지 않아도 되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경제학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일한다면,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시샘 많은 이웃이나 허무주의자들은 이렇게 반문해 올지도 모른다. "소득이 보장된다면, 도대체 누가 일하려고 할까?" 비관주의자들은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세사에 널린 수많은 더럽고 끔찍한 일들을 처리할 방법은 있는가?" 보수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방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지 않을까?" 철학자들은 오래된 질문들을 다시 꺼내들 것이다. "노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교육자들도 질문을 던질 것이다. "아무리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라지만, 최소한의 조건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정치인들이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것은 그다지 온당한 처사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인들이야말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이미 보장받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다달이 정해진 액수의 세비를 지급받는다. 그들에게 이렇게 주어진 과제에 대한 성과를 내기도 전에 다달이 꼬박꼬박 세비를 미리 지급하는 것은 그들이 과제를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끔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데 찬성하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스위스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다니엘 헤니 · 필립 코브체 · 오롯 · 2016년 · 원제 : Was fehlt, wenn alles da ist?) p.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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