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

by 이우 posted Sep 14, 2017 Views 1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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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이어준다. 조건이 없으므로 자유주의이고, 모두에게 주어지므로 사회주의이다.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사회주의적 자유주의'라고도 할 수 있고, 사회주의와는 다른 '자유주의적 사회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정의와 자유라는 두 개념을 둘러싸고 그 동안 얼마나 오랜 세월을 좌파와 우파, 피고용자와 고용자로 갈라져 대립해 왔던가? 오늘날 우리의 기본적인 정치 · 경제적 관계로 굳어져 있는 이와 같은 대립은 결코 극복될 것 같아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이러한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념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새로운 중도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기본소득이 이루어내려고 하는 노동의 해방을 통해서 그와 같은 대립을 극복할 가능성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노동은 인간적인 활동이지만, 때로는 저주가 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출입문에는 "노동이 자유를 준다"는 글귀가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 말은 "노동을 통해 모두가 제거된다"는 뜻을 은밀히 나타내고 있었다. 노동과 자유가 억압과 학살을 나타내는 암호처럼 쓰인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으로 스스로의 무덤을 파야만 했고, 그런 식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다. 노동과 자유라는 개념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만행을 위해 사용된 것이다. 이것은 노동과 자유에 대해 퍼부어댄 끔찍한 조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죽음의 수용소가 폐쇄된 뒤에도 노동의 개념에 대한 악용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이렇게 억압을 위한 굴레로 악용되는 노동을 해방시킨다.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노동은 더 이상 억압이나 고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내가 하고 싶은 바로 그 일이 나의 노동이 된다. 나아가 내가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바로 그 분야가 나의 노동이 된다. 기본소득과 함께라면 노동은 내게 힘과 의미를 주는 것이 되며, 완전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스스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된다.

  노동은 인간의 활동이다. 일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의 문제를 가진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도 그 만큼의 문제를 가진 사회이다.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노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자유로운 노동을 실현할 수 있게 해서 노동과 인간을 해방시킨다. (...)

  -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스위스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 (다니엘 헤니 · 필립 코브체 · 오롯 · 2016년 · 원제 : Was fehlt, wenn alles da ist?) p.7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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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gang Bruckner, 'Arbeit macht frei. Herkunft und Hintergrund der KZ-Devise'(노동이 자유를 줄 것이다-강제수용소-표어의 기원과 배경) Opladen, 199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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