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니마 모랄리아 : 문화산업·고객에 대한 봉사

by 이우 posted Jun 27, 2017 Views 1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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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미니마 모랄리아03.jpg


  (...) 문화산업은 고객들 받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위선이다. 문화산업은 자신이 주인이라는 관념을 집요하게 거부하면서 그들의 제물을 재판관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은폐된 베일 뒤에서 벌어지는, 스스로를 주인으로 내세우는 자기 찬미가 어떤 자율적 예술의 도도함도 능가한다. 문화산업은 자기 자신이 고객인 양 행동함으로써 고객에게 날조된 반응을 연습시킨다. 문화산업조차 공손히 복종하고 총체성 조정 작업이 이데올로기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할지 모른다. 사람들이 지나친 확일화를 통해, 또한 사회적 무기력에 대한 공개적 서약을 통해 권력에 참여하려 하고 획일성에서 빠져나가려는 노력에 집착할수록,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전체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안달한다. '음악은 청중을 위해 듣고, 영화는 기업적 규모로 어른들의 역겨운 트릭을 시연해 보인다.

  문화산업은 본래의 속성상 미메시스적 퇴행을 부추기며 억압되어 있는 모방 충동을 조작하려 든다. 이를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자신을 모방하는 관중의 모습을 미리 재현해 보여주며, 그러한 영향력에 의해 이루어진 관중의 동의를 본래부터 있었던 듯이 나타나도록 한다. 문화산업은 안정된 체계 속에서 그러한 동의를 실제로 계산해 낼 수 있는 경우, 그러한 동의를 실제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의식처럼 되풀이할 경우 더 잘 작동한다.

  문화산업의 생산물은 어떤 자극제가 전혀 아니다. 그것은 다만 존재하지 않는 자극에 대한 반응 방식의 모델일 뿐이다. 그 때문에 영화관에서는 갈채를 받은 음악 제목이, 덜떨어진 말투가, 반짝거리는 대중성이 나타나며, 클로즈업된 시작부는 마치 얼마나 멋진가를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식으로 문화 기계는 관중에게 공세를 편다. 이러한 공세는 마치달려오는 급행열차를 정면에서 찍은 영화의 글라이맥스와 비슷하다. 모든 영화의 톤은ㅡ 아이들에게 마법을 걸어 한 입에 집어삼키기 위해 '좋은 수프야. 수프가 맛있지? 네 맘에 들거야, 그지?"라고 소름끼치게 중얼거리면서 음식을 건네주는 마녀의 목소리다. (...) 

 - <미니마 모랄리아>(테오도르 아도르노 · 길 · 2005년 ·  원제 : Minima Moralia. Reflexionen aus dem bescha"digten Leben, 1951년) p.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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