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철학과 예술

by 이우 posted Oct 27, 2016 Views 3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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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_샘.jpg

뒤샹(Marcel Duchamp, 1887년~1968년) 作 <R. 머트, 1917(R. Mutt, 1917)>


 

  

  ... 아드르노가 지적했듯이 현대의 예술은 철학과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의 전시회 카탈로그에서 작품의 빈약성과 철학의 풍성함을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늘날 비평은 작품 이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성립 자체에 참여한다. 과거에는 어떤 대상이 작품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기준이 작품 바깥에 먼저 존재하지만, 오늘날 예술은 자신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정의를 자기 품 안에 품고 나와야 한다. 뒤샹이 소변기로 만들어낸 것은 바로 이 새로운 예술의 정의다. (중략)


  작품의 형식은 직관적으로 파악되지만, 작품의 해석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느정도 철학적 반성능력이 필요하다. 이 괴리가 우리 사회에서 서구의 현대예술을 수용하는 조건을 이룬다. 말하자면 하나의 예술언어를 뒷받침하는 철학적 해석 없이 그 가시적 형식만 수입되는 것이다. 이 철학의 빈곤은 미적 풍성함으로 보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설사 철학적 훈련이 된 예술가라도 전혀 다른 사회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한 예술언어를 자신이 속한 속한 지평 안에서 이해하기란 힘든 법이다.


  가령, 우리 사회에서 극사실주의가 수용되는 양상을 생각해보라. 이 나라에서 사물의 세계가 그 예술언어를 낳은 미국의 대형소비사회를 닮는 것은 90년대 이후의 일이다. 때문에 이런 배경 없이 수입된 극사실주의는 전혀 엉뚱한 미학적 강령을 따르게 된다. (중략) '어설픈 베끼기'가 아니라 '창조적 재해석'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어차피 철학적 해석이다. ...


 -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 : 탈근대의 관점으로 읽는 현대미학>(진중권 · 아트북스 · 2013년)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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