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ka)』 : 독재정체, 참주정체의 보존 방법

by 이우 posted Aug 24, 2016 Views 2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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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주정체는 정반대되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 보존된다. 그중 한 가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부분의 참주들이 이 방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한다. 이런 조처들은 대부분 코린토스의 페리안드로가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페르시아인들의 통치 방식도 그와 닮은 것이 많다. 이 방법에는 참주정체가 보존될 수 있는 한 참주정체의 보존에 이바지한다고 앞서 언급한 조처들도 포함되는데, 이를테면 걸출한 자들을 제거하고, 사람들이 기를 펴지 못 하게하고, 공동 식사 제도와 정치 동아리와 교육 등을 금하고, 피치자들 사이에 자긍심과 상호 신뢰를 낳을  만한 모든 것을 감시하고, 학교나 토론회가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피치자들이 가능한 서로 모르고 지내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 알면 상호 신뢰가 생기니까.

  그밖에도 도시에 거주하는 자들은 언제나 공공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여간해서는 무슨 일을 은밀히 꾸미지 못할 것이고, 늘 노예 취급을 당함으로써 자신을 미천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페르시아인들과 비헬라스인들의 참주도 이와 바슷한 조처를 취하는데 그 목적은 모두 같다. 참주들은 또 항상 피치자들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일이 알려고 노력해야 하며, 쉬라쿠라이의 여자 첩자(potagogides)들이나 집회나 모임이 있는 곳이면 히에론이 내보냈던 '엿듣는 자(otakoustes)'들 같은 비밀경찰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그런 자들이 두려워 힘부로 말하지 못하게 되고, 함부로 말하다가는 금세 발각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조처는 사람들을 서로 부추겨 친구는 친구와, 민중은 귀족과, 부자는 부자와 다투게 하는 것이다.

  참주는 또 피치자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는 피치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자신의 친위대를 유지할 수 있고, 피치자들은 일용할 양식을 구하느라 음모를 꾸밀 시간이 없을 것이다. 예컨대 아이귑토스의 파리미드들, 큅세롤스 일족이 신전에 바치던 푸짐한 제물들, 페이시스토라토스 일족에 의한 올림포스 주신 제우스의 신전 건립, 풀뤼크라테스가 사모스 섬에 세운 건조물들이 그런 경우다. 이 모든 행위의 목적은 같은데, 피치자들이 여가를 갖지 못하고 가난해지게 하려는 것이다. 세금 부과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예컨대 쉬라쿠사이에서는 디오뉘시스 1세가 통치하던 5년 동안 피치자들이 전 재산을 세금으로 바쳤다. 참주들은 도 전쟁광이기도 한데, 피치자들이 여가가 없고 늘 지도자가 필요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왕정은 친구들에 보존되지만 참주는 누구보다 친구들을 불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누구나 다 참주를 죽이고 싶어하지만, 누구보다도 그럴 수 있는 것이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극단적 민주정체에 적용되는 방법은 참주정에서도 모두 발견된다. 남편들을 고발하도록 여자들이 집 안에서 주도권을 잡게 하는 것과, 주인을 배신하도록 노예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 그것이다. 노예들과 여자들은 참주들에게 음모를 꾸미지 않으며, 참주정체에서 잘 지내기에 참주정에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예들과 여자들은 민주정체에도 호감을 가지기 마련인데, 민중 역시 독재자가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정체에서는 아첨꾼이 대접받는데, 민주정체는 민중선동가를 좋아하고(민중선동가는 민중의 아첨꾼이니까), 참주들은 고분고분한 추종자를 좋아하는데, 고분고분한 것이 바로 아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주들은 아첨받고 싶어 늘 나쁜 자를 좋아한다. 그러나 자유민의 기백이 살이 있는 자는 아무도 아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선량한 사람은 친구는 될지언정 아첨꾼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 참주의 또 다른 특징은 시민보다는 이방인을 더 좋아하여, 이방인들과 지내고 이방인들을 식사에 초대하는 것이다. 시민은 적이지만 이방인은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조처들이 참주정체의 특징이자 참주정체를 보존하는 수단이지만 사악하기 그지없다. 이런 조처들은 세 가지 항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참주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세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첫번째 목표는 피치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를 펴지 못하는 자들은 어느 누구도 음모를 꾸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두 번째 목표는 피치자들 상호 간에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다. 참주정체는 사람들이 신뢰하기 전에는 해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주들은 선량한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것이다. 참주들은 두가지 이유에서 선량한 사람들을 정권의 위험 요소라 보는데, 첫째는 그들이 노예처럼 지배받는 것을 수치로 여기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들이 저들끼리도 남들도 신뢰하고 저들끼리도 남들고 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주들이 추구하는 세 번째 목표는 피치자들이 활동 능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그럴 능력이 없으면 아무도 참주정체를 해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참주의 모든 조처는 이상의 세 항목으로 요약될 수 있다. ...

- <정치학>(아리스토텔레스·도서출판 숲·2009년) <제5권 혁명과 정체 변혁의 원인들 · 제11장 독재정체 특히 참주정체의 보존 방법> p.3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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