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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으로 보는 자본의 구조

by 이우 posted Jul 14, 2013 Views 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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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대 초 미국은 자본주의 초기였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어 빈민으로 전락했고 그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1901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카메라를 접하게 되었던 루이스 하인(Lewis Hine, 1874년~1940년)은 사진을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세상에 알렸다. 특히 그는 어린 나이에 일터에서 일해야만 하는 아동들의 노동에 관심이 많았다. 

 

 

001_LewisHine_worker_1908.jpg


Lewis Hine | Worker | 1908년  | 지젤 프로인트의 <사진과 사회(Photography et Socite)>

 

 

  당시 미국에서는 10대 초반의 아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루 15시간 넘게 일해야 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공장에서 일했던 숫자는 1890년 약 150만 명이었다가 1910년에는 200만 명까지 늘었다. 어린 노동자들은 어른보다 인건비가 싸고 미숙련되었지만 작은 공구를 잘 다루어 작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적합했다. 아이들은 주로 탄광, 방적공장, 통조림 공장 등에서 일을 했다. 어린 나이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종종 체중미달과 척추측만증과 결핵과 기관지염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더 싼 노동력을 원하는 고용주들은 아이들을 더욱 더 일터로 내몰았다.

 

  루이스 하인은 1907년 국가 아동노동위원회의 전속 사진가가 되어서 18년 동안 전국의 아동노동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광산, 정육점, 방적공장, 통조림 공장, 신발닦기 소년, 신문을 파는 소년과 소녀들, 행상을 하는 아이들…. 루이스 하인은 공장장들이 싫어했지만 인터뷰를 한다는 핑계로 이 아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담았다.

 

 

002_LewisHine_Girl_worker_cotton_mill_1908.jpg


 Lewis Hine | Girl worker in cotton mill | 1908년  | 지젤 프로인트의 <사진과 사회(Photography et Socite)>


 

  어느 날 루이스 하인은 방적공장에서 키가 130센티도 되지 않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이 소녀는 때로는 밤까지도 일하면서 하루 48센트를 받는다고 했다. 하인이 ‘몇 살이냐’고 묻자 소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는 일할 만큼 크지 않아요. 그러나 똑같이 일하고 있어요." 감독자는 이 소녀는 ‘그저 우연히 여기 있는 것’이라거나 ‘언니 일을 돕는다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녀는 계속 일하고 있었고 공장에는 ‘우연히 있거나’, ‘언니의 일을 돕는’ 어린 소녀들로 가득 차 있었다.

 

 

003_LewisHine_Girl_BibbGirls&TripleBoy_1908.jpg

 

 Lewis Hine | Bibb Girls & Tipple Boy | 1908년 |  지젤 프로인트의 <사진과 사회(Photography et Socite)>

 

 

  이 사진들은 아동노동 금지법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공장에서는 14세 이하, 탄광에서는 16세 이하(탄광)의 아이들은 8시간 이하만 근무해야 하며 야근은 절대 불허한다는 미국의 ‘아동 노동법’이 1920년이 되어서야 세워졌다. 그러나 기업가들의 압력과 기업가들과 연합한 정치인들로 인해 이 아동노동법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932년이 되어서야 발효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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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한 섬유업체 노동자들이 봉제작업을 하고 있다. | 1983년 | 경향신문 자료 사진

(우)구로공단 기업체에서 일하는 어린 근로자들이 야간 부설학급에서 공부하고 있다. | 1977년

 

 

  이 모습은 고스란히 70년대 한국으로 옮겨 왔다. 쪽방촌에 살며 구로공단에서 근무한 여공들의 평균 나이는 15살~16살. 학교에 갈 나이에 일을 해야 했고, 국가에서는 산업체 학교를 장려하기도 했다. 이들 10대 '여공'들이 낮엔 '수출 역군', 밤엔 '야학생'으로 힘든 삶을 꾸렸다. 지금 이 모습은 방글라데시나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제3세계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아이들은 커피 농장이나 코코아 농장에서 하루 5달러도 안 되는 돈을 벌면서 하루 종일 커피를 딴다.

 


005_세계의 빈곤.jpg


제3세계의 아이들은 커피 농장이나 코코아 농장에서 하루 5달러도 안 되는 돈을 벌면서 하루 종일 커피를 딴다. | 2010년

 

 

   이처럼 누군가는 잉여 노동과 잉여 생산을 통하여 잉여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시장의 구조다. 설령 한 사회가 경제적 부를 축적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군가는 잉여 노동과 잉여 생산, 잉여 가치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   '모두 부자되세요'라고 외치고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겠지만 '시장 공리' 속에서는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이라고 부른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근대화 과정이 이루어지는 영국에서 서민들의 비참한 빈곤 상태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자본주의를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이라고 불렀고, 경제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도 그의 책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 1944년)>에서 시장 경제 체제를 '악마의 맷돌'이라 명명하며, 시장 공리 속에서 인간은 물론 자연을 황폐화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을 경고하고 있다.

 

 

 006_노점상 철거_2013.jpg

         

 (위) 2013년 노량진 컴밥 노점상 단속과 청계천 노점상 철거.

(아래) 황학동 풍물시장과 시장 공리 속에 잉여 공간이 된 삼일아파트.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 2013년

 

 

   "(...)자본주의가 하나의 공리계(즉, 시장을 위한 생산)를 발전시킴에 따라 모든 국가와 사회구성체들은 실현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동형적인 것이 되는 경향이 있다. 중심에는 단 하나의 세계 시장, 즉 자본주의 시장만이 있고 사회주의라 불리는 나라들조차 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이리하여 세계적 조직은 모든 구성체들의 동형성을 실현하기 때문에 이질적인 구성체들 사이를 통과하지 않게 된다. (...) 국가 장치와 잉여 노동이 없는 곳에는 노동-모델도 없다. 그러한 곳에서는 오히려 말에서 행동으로, 이러한 행동에서 저런 행동으로, 행동에서 노래로, 노래에서 말로, 말에서 계획으로, 이런 식으로 이상한 반음계에 따라 이동하는 자유로운 행동의 연속적 변주가 있다. (...)

  원시사회들은 노동의 부재로 인해 결핍된 사회, 또는 생존의 사회가 아니라 반대로 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노동이라는 요인을 필요치 않는 자유로운 행동과 매끈한 공간의 사회라는 것이다. 비록 노동과의 차이가 ‘게으를 수 있는 권리’라는 형태로 표현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사회는 결코 태만한 사회가 아니다. 또 법과의 차이가 ‘무정부 사회’라는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이들 사회는 무법 사회가 아니다. 대신 이들 사회에는 오히려 자체에 고유한 엄격함과 잔혹함을 가지고 활동의 연속적 변주를 규제하는 노모스의 법이 존재한다.

  노동이 국가장치에 대응하는 홈이 패인 시간-공간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전-고대, 또는 고대적 형태들이다. 왜냐하면 잉여 노동이 공물이나 부역 형태로 고립되고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형태들 속에서이기 때문이다. (...) 노동 개념은 가장 명확한 형태로, 가령 제국의 토목공사, 도시나 농촌의 급수 공사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여기서는 평행한 단편들을 통해 물이 ‘박편 모양’으로 흘러간다(홈파기)(...)"

 
 -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p.83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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