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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미덕의 불운』 : '자연'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by 이우 posted Jun 05, 2018 Views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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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가씨의 그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얼마 안 가서 아가씨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말거예요.’ 뒤부와 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였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하늘의 심판이라든지, 천벌, 아가씨가 기다리는 장래의 보상 등, 그 모든 것은 학교의 문턱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이 좋으며, 세상에 나와서도 여전히 그따위 것들을 믿는 어리석음을 간직한다면 굶어죽기에 알맞을 것이니, 아예 그것들을 내던져 버려요. 아가씨, 부자들의 무정함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못된 짓을 합법화해 줘요. 우리가 절실한 필요를 느낄 때 그들의 돈주머니가 열리고, 그들이 가슴 속에 인간을 사랑하는 정이 감돈다면, 우리들의 가슴 속에도 미덕이 자리잡을 거예요. 그러나 우리들의 불운, 그것을 겪는 우리들의 인내와 선의, 우리들의 예속 상태가, 우리들을 옭아매고 있는 족쇄를 강화시키고 있는 한 우리들이 저지른 범행은 바로 저들이 조장한 저들의 산물이며, 따라서 우리를 짓누르고 잇는 멍에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기 위한 범행을 거절한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속임수에 떨어지는 꼴이 되는 거예요. 쏘피, 자연은 우리들 모두를 평등하게 태어나도록 하였어요. 만약 운명이 그 보편적 법칙에 의해 확립된 최초의 질서를 파괴하기를 즐겨한다면, 운명의 변덕스러운 짓을 바로잡아 주고 또 가장 강한 자들의 찬탈 행위를 우리의 민첩함으로 복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책무예요…. 나 역시 그 부자들이나 법관들, 관리들의 말을 듣는 것이나, 그들이 우리들에게 미덕을 설교하는 것을 구경하기 좋아해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의 세 배 이상을 소유하고 있을 때 도난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받기가 지극히 어려우며, 아첨꾼이나 항복받은 노예들로만 둘러싸여 있을 때 살인사건을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관능이 그를 도취케 하고 가장 기름진 음식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을 때 절제하고 검약하기가 기실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하여도 그것이 그들에게 더 이상 아무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할 때 그들이 솔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들은, 쏘피, 당신이 미쳐서 당신의 우상으로 삼은 그 야만스러운 섭리가, 풀숲에 기어다니는 뱀처럼 이 지상에서 굽실거리며 기어다니도록 단죄한 우리들, 가난하다는 이유로 모두가 경멸하며, 힘이 없다고 하여 모두들 모욕하고, 이 땅 위 어디를 가나 쓰라림과 가시밭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우리들인데, 범죄의 손길만이 오직 생명의 문을 열어주고, 그 생명에 우리를 의탁시켜 주며, 우리들을 그 속에 보존시켜 주거나 우리가 그것을 잃지 않도록 하는데도, 당신은 우리들이 범죄를 거절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는 그 계급이 행운의 혜택을 몽땅 독점하고 있는 동안, 우리들은, 영원히 예속되고 짓밟힌 채, 오직 고통과 절망, 빈곤과 눈물, 비탄과 죽음만을 우리의 몫으로 차지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안 돼, 안 돼, 쏘피, 절대 안 돼! 당신이 숭배하는 그 섭리가 오직 우리들을 멸시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진정한 의도일 수는 없어요…. 그 섭리를 더 깊이 알도록 해요. 쏘피, 그것을 좀 더 깊이 이해한 다음, 그 섭리가 우리들이 악행이 불가피한 처지 속에 던져 넣는 순간부터, 또한 동시에 그 악을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들에게 부여한 순간부터, 그 악은 선과 마찬가지로 그의 법칙에 봉사하며, 선과 악이 모두 그 앞에서는 평등이에요. 그 평등한 상태를 어지럽히는 자가 그 상태를 회복시키려 노력하는 자보다 더 중죄인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두 사람 모두 주어진 충동에 따라 행동할 뿐이고, 또한 그 충동에 순응해야 하며, 눈을 띠로 가리고 맘껏 즐겨야 해요”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는 난생처음으로 그 언변 좋은 여인의 유혹에 미음이 흔들렸습니다. (...)

 -  『미덕의 불운』(D. A. F. 드 사드 · 열린책들 · 2011년 · 원제 : Les infortunes de la vertu, 1787년) p.41~43


  (...) ‘잘 들어요, 쏘피.’ 브레삭 씨는 조용히 저를 달래면서 말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러한 일에 대한 당신의 혐오감은 익히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당신은 사리가 밝기 때문에, 당신이 그토록 엄청나다고 생각하는 그 범죄도 기실 지극히 단순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당신의 혐오감을 지워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어요. 별로 철학적이지 못한 당신의 눈에는 이 일이 내포하는 두 가지 죄악이 보일 것이에요. 그 하나는 자신의 유사체(類似體)를 파괴한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그 유사체가 내 어머니이므로 해서 증대되는 파괴의 괴로움이에요. 자신의 유사체를 파괴한다는 것, 쏘피, 분명히 확언하건대, 파괴한다고 믿는 것은 순전한 환상이에요. 파괴의 능력은 인간에게 허락되어 있지 않아요. 기껏해야 형태를 변화시킬 수는 있으되, 절멸시킬 수는 없어요. 그런데 자연의 눈에는 모든 형태가 평등해요. 다양성이 실현되는 이 거대한 도가니 속에서, 상실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그 속에 던져지는 모든 물질 덩어리들은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재생되며, 그것에 대한 우리의 작용이 어떻든 간에, 그 작용의 어느 것도 그 도가니를 손상하거나 모독할 수 없고, 우리의 파괴는 그의 능력에 활기를 줄 뿐만 아니라, 그의 에너지를 지속시켜 줄지언정, 어떠한 파괴도 그것을 약화시키지는 않아요. 오늘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살덩이가, 내일 각양각색의 수천 마리 공충으로 재생산된다고 하여, 끊임없이 창조를 계속하고 있는 자연의 눈에는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우리들과 같은 개체의 축조가 한 마리 구더기의 축조보다 자연에게 더 큰 수고를 끼치며, 따라서 자연이 우리들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노라고 당신은 말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애착의 도가, 아니 무관심의 도가 같을진대, 소위 죄라고 하는 것을 한 사람이 저질러, 다른 사람이 파리나 상추로 변한들 그것이 자연에게 무슨 영향을 끼칠 수 있겠어요? 우리 인간이라는 족속의 고귀함을 누가 내게 증명해 보인다면, 또 인간이 자연에게 하도 중요하여, 인간의 파괴에 대해 자연이 필연적으로 노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 준다면, 나 역시 그러한 파괴가 하나의 범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나 자연에 대한 가장 심오한 연구 결과, 이 지구 표면에 붙어 서식하는 모든 생물들이, 비록 그것이 가장 불완전한 작품일지언정, 모두 자연의 눈에는 평등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이상, 그 존재들을 수천의 다른 존재로 변화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자연의 법칙을 위배한다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어요.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인간, 모든 식물, 모든 동물이 모두 같은 방법으로 성장하고 서식하며 서로 파괴하는 과정에서, 절대 실질적인 죽음을 맞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 속에서 하나의 다양성을 맞는 것 뿐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모두 무심하게 서로 밀치고 파괴하며 번식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형태를 취하며, 그들을 움직이기를 원하거나 혹은 그렇게 할 능력이 있는 존재의 뜻에 따라, 단 하루에도 수천 번씩 그 형태를 바꿀 수도 있으되, 자연의 어느 한 법칙도 그 일로 인해 단 한순간이나마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공격하려는 존재는 나의 어머니이며, 그 존재가 나를 자기의 뱃속에 간직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요? 그 무의미한 사실이 나의 뜻을 멈출 수 있어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막을 수 있나요? 이 어머니라고 하는 존재가 도대체, 음란함에 사로잡혀, 나를 탄생시킨 그 탯덩이를 잉태하던 순간, 내 생각을 하였단 말이에요? 그녀가 자신의 음탕한 쾌락에 골몰해 있던 사실에 대하여 감사해야 하나요? 게다가 어린애를 형성하는 것은 어머니의 피가 아니라 오직 아버지의 피뿐이에요. 암컷의 배는 열매를 맺게 하고, 보존하며, 성숙시키되 아무 것도 제공하지 못해요. 그러한 생각이 바로, 아버지의 생명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한 반면, 어머니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실 한 오라기를 끊는 일처럼 간단하게 생각하도록 한 소이예요. 따라서 어린아이의 심정이 어머니에 대한 몇 가지 감사의 마음으로 감동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그녀가 우리들을 위해, 우리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나이에 취해 준, 몇 가지 배려 때문이에요. 만약 어머니가 좋은 배려를 해주었다면 우리는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마도 사랑해야 겠지요. 그러나 어머니가 좋지 못한 배려를 취할 경우에는, 우리 역시 그 어떤 자연법칙에도 속박되어 있지 않은 이상, 그녀에 대한 아무 의무도 없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해로운 모든 것을 제거토록 하라는 명령을 자연스럽게, 또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전해주는 이기심의 강력한 힘에 따라, 그 어머니를 제거해 버리라고, 모든 것이 지시하고 있어요.”

  ‘오! 주인님!’ 저는 공포에 사로잡혀 후작에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이 추측하는 자연의 무관심이란 것 역시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정염의 소산이에요. 그 열정 대신 단 한 순간만이라도 당신의 가슴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제발. 그러면 당신의 방탕에서 연원한 그 교만한 생각들에 대해 당신의 심정이 어떤 심판을 내리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에요. 제가 당신을 보내고자 하는 법정을 주관하고 있는 그 가슴, 그곳이 바로, 당신이 모독하고 있는 자연 역시 우리가 존경하고 그 명령을 경청하기를 바라는 성소(聖所) 아니겠어요? 만약 그곳에, 당신이 지금 획책하고 있는 범죄에 대한 혐오를 자연이 새겨 놓았다면, 그 범죄가 심판 받아 마땅하다는 데 동의하시겠어요? 정염의 불길이 한순간 그곳에 새겨진 혐오감을 지울 수는 있으되, 당신이 만족감을 느끼고 난 직후 혐오감은 그곳에서 다시 생겨날 것이며, 후회라는 거역 못할 생리를 통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거예요. 당신의 감성이 예민하면 할수록 그만큼 후회는 당신의 오장육부를 갈가리 찢으며 당신 속에 군림할 거예요…. 당신의 야만스러운 손으로 무덤 속에 처박은 자애로운 어머니가, 매일, 매 순간, 당신 눈 앞에 어른거릴 거예요. 당신의 어린 시절, 그토록 자애롭게 들리던 당신의 사랑스런 이름을 비탄에 젖어 외치는 어머니의 음성을, 여전히 듣게 될 거예요…. 당신이 깨어있을 때에는 당신 앞에 나타나실 것이며, 잠들었을 때에는 꿈속에서 당신을 괴롭히시며, 당신이 그녀에게 입힌 상처를 피 묻은 손으로 열어 보이실 거예요. 그 순간부터는 당신이 이 지상에 있는 동안 단 일순간의 행복도 당신에게 빛을 던지지 않을 것이며, 당신의 모든 쾌락은 중독될 것이고, 당신의 사념은 항상 혼미 속에 빠질 것이에요. 당신이 그 능력을 인정치 않으려는 하늘의 손길이, 당신의 혈육을 독살한 것에 대한 보복을 가해 올 것이며, 당신은 당신이 저지른 죄악의 결실을 즐기지도 못한 채, 그것을 감행하였다는 깊은 후회에 빠져 죽어갈 거에요.”

  저는 이 마지막 말을 하며 눈물을 쏟았고, 후작의 무릎을 얼싸 안으며, 그에게 가장 귀한 모든 것의 이름으로 제발 그 수치스러운 방황을 잊어달라고 애원하였으며, 그러한 사실을 죽을 때까지 비밀 속에 묻어 두겠노라고 하였습니다. (...)

-  『미덕의 불운』(D. A. F. 드 사드 · 열린책들 · 2011년 · 원제 : Les infortunes de la vertu, 1787년) p.65~69


    (...) “(...) 자연이 태초에 강자와 약자를 만들 때, 그 의도는 양이 사자에 예속되고 곤충이 코끼리에게 예속되듯, 약자가 항상 강자에게 예속되리란 것이었어. 인간의 미천함과 지능이 각 개체의 원리를 다양하게 만들었으며, 계급을 결정지은 것은 이제 부유한 사람이 최강자가 되었고, 가장 가난한 사람이 최약자가 된 것이야. 약자를 얽어매고 있는 사슬이 부유한 자나 가장 강한 자에 의해 유지되고, 그 사슬이 가장 약한 자나 가난한 자를 짓밟아도 역시 자연의 법칙 앞에서는 평등할 뿐이며, 강자의 약자에 대한 우선권은 언제나 자연의 법칙 속에 있던 것이야. 그러나 쏘피, 네가 나에게 요구한 감사의 정 따위를 자연은 모르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끼치며 들긴 쾌락이,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상대방에게 할애할 동기가 된다는 것은 절대로 자연의 법칙에는 존재하지 않았어. 죽을 때까지 우리들을 위해 일하는 짐승들에게서 지금 네가 그토록 뽐내어 내세우는 그러한 감정의 예를 볼 수 있어? 나의 부와 힘으로 내가 너를 지배할 수 있는 처지인데, 네가 네 자의로 네게 도움을 주었다든가 혹은 너의 기본 책략이 너로 하여금 나에게 봉사함으로써 너의 자유를 회복하라고 명령했다 해서, 내가 나의 권리를 너에게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야? (...) 배은망덕이라는 것도 하나의 악덕이 아니라, 선행이 나약한 영혼의 미덕이듯, 기개 높은 영혼의 미덕이야. 노예는 자신의 필요에 이끌려 상전에게 자기의 미덕을 역설하지만, 자신의 정열과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상전은 오직 자기에게 봉사하고 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만 허리를 굽혀야 돼. 그 짓이 즐거우면 마음껏 은혜를 베풀 것이로되, 자신이 즐긴 것에 대한 보상을 추호라도 요구해서는 안돼.”

  그러한 말을 하면서 달빌르는 저에게 대꾸할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인 두 사람이 그의 명령에 따라 저에게 달려들더니 저의 옷을 벗기고 저의 두 동료들처럼 쇠사슬로 묶었습니다. (...)

-  『미덕의 불운』(D. A. F. 드 사드 · 열린책들 · 2011년 · 원제 : Les infortunes de la vertu, 1787년) p.170~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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