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
오늘 아침밥은 굶기로 한다. 화장은 하나 안 하나 티도 안 나니 안경으로 얼굴을 좀 가리면 그만이다. 부랴부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버스 한 번 타고, 계양에서 지하철 한 번 타고, 또 지하철 다시 타고 회사에 간다. 10분만 더 일찍 나왔어도 땀나게 뛰지 않아도 되는데 늑장 부리는 건 하난 타고 났다. 붐비는 공항철도에서 기운을 쪽 빼고, 비교적 한가한 6호선에 몸을 달랜다.
오늘 아침에는 일지 정리를 해야지, 그리고 나서 결재를 받고, 그리고 나서 홈페이지에 스무살학교 홍보도 해야 하고, 모집이 안 되면 대외활동 카페에도 글을 올려볼까 하다가 ‘이번 정류장은 불광역, 불광역, 내리실문은…….’ 역촌역에서 내려야 했는데 한 정거장을 더 왔다.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일 걱정하다가 지각 걱정, 걱정이 너무 많은 사회초년생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사회초년생이라 걱정이 많은 것은 또 아니다. 그냥 걱정이 늘 많다. 어릴적부터 숙제 걱정, 친구 걱정, 시험 걱정, 혼날까 걱정, 걱정하다 보면 잠을 설치거나, 오늘처럼 한 정거장 더 가거나 그랬던 것 같다. 걱정이 많다 보니 새로운 건 나중일이고, 새로 나온 과자도 손에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지금 생각해보면 맛 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 일인데 참 웃기다.
‘여행’, 걱정 많은 내가 잠시, 걱정 없는 내가 되는 때이다. 사실, 여행도 걱정이 많아 갈 엄두를 못 냈다. 돈도 없고, 취업도 못했는데 어딜가나, 계집애가 위험한데 어딜가나……. 그러다가 문득 집-학교, 집-학교, 회사-집, 회사-집 이게 내 20대에 전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따윈 접어두고 떠나자 하고 집을 나섰지만, 엄마한테 혼날 걱정에 회사 가는 척하고 떠났다. 뜨거운 태양에도 바람이 부는 곳, 북적북적 사람이 많다가도 고즈넉한 곳, 나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그 순간은 오로지 나만 생각했고, 어느덧 걱정 없이 행복이 가득한 나만 있었다. 여럿이 함께도 좋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싶은 20대의 ‘김아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