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연
‘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 보시오.’ 나를 있는 힘껏 드러내고 보여주어야 하는 게 자기소개이지만, 나는 속력을 내고 싶지 않다.
# 관계
관계에 있어 나는
가마솥 같은 사람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저 밑에서부터 끓어올라
물을 덥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빨리 식지도 않는.
# 음식
어떤 이는 한 모금 들이키면 혀를 감싸는 진한 맛에 인생이 담겨 있어
아메리카노가 좋다 말하지만,
나는 부드러운 우유가 쌉싸름한 커피와 섞일 듯 안 섞일 듯
조화를 이루며 맛을 내는 카페라떼가 제일 좋다.
우유의 부드러움이 커피의 쓴 맛을 감싸주어 좋다.
혀를 찌르며 식도, 위를 차례대로 마비시키는 매운 음식을 먹게 될 때에는
매운 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치즈나 우유가 필수다.
치즈나 우유의 부드러움은 불 난 속 뿐 아니라 정신까지 달래준다.
두부는 입 안 가득 부드러움이 담겨지는 순두부가 좋다.
# 성격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나를 닮아 있다.
나는 온유한 사람이다.
가끔, 마음 밖으로 불끈 ‘화’가 나오는 것만 제외하면,
나는 친절하고 밝은, 온유한 사람이다.
모 아니면 도인 화끈하고 충동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먼,
늘 중간이 만족스러운 ‘걸’과 같은 사람이다.
# 이름
버들 류, 알지, 끌 연.
세상의 모든 앎을 나에게로 끌어 드리고,
내가 알고 있는 분명한 것을 세상에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
나는 ‘배움’이 좋다.
‘배움’은 내 삶의 활력이다.
그래서 책을 좋아한다.
늘 경험에 목이 마르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자들에게 알려줄 때에
기쁨을 느낀다.
# 인생
지금껏 24년 동안 쉴 새 없이 걸어왔다.
넘어질 법도 한데, 쓰러지지 않았고
포기할 법 한데, 내민 손을 잡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하루가 모여 365일이 되고,
1년이 쌓여 24년이 되었는데,
흰 종이 한 장에 24년을 채워 담고 싶지 않다.
알고 싶으면 나랑 더 만나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