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영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 어떻게 나를 표현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지금 컴퓨터 앞에서 나에 대해서 쓰는 일 역시 그렇습니다. 그럴 때에는 ‘어디에 사는 누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여기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합니다. 현재 안양에 4년째 살고 있습니다. 3년을 혼자 살다가 최근에 동생과 함께 살면서 타자와의 마주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강렬하게 마주치는 부분은 청소 문제였습니다.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고 짜증도 내고 속상해서 울기도하면서 타협점을 찾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빨래할 것과 함께 자는 공간에는 서로의 물건을 어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단, 서로의 공간은 지저분해도 절대로 말하지 말 것을 전제해 놓았습니다. 동생과 함께 살면서 옷은 산뜻해지고 방은 훨씬 깨끗해졌습니다. 요즘 변화를 느끼면서 ‘내가 청소에 둔감하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밖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 내리는 날은 제가 좋아하는 날씨입니다.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고, 자동차 표면에 떨어져 맺힌 빗방울 모양이 아름답습니다. 거리가 비에 젖으면 부드럽고 투명한 거울이 됩니다. 빛과 세상을 투영합니다. 투영된 세상을 보는 것. 비오는 날을 좋아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지금 내리는 비는 가을비입니다. 가을비의 온도는 쌀쌀하고 차갑습니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콩나물 해장국이 생각나서 4000원짜리 콩나물해장국을 오늘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국물이 시원하고 몸이 따뜻해졌습니다. 저는 국물 있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제일 좋아하는 국은 엄마가 해주신 당면 많이 넣고 끓인 칼칼한 김치찌개와 청량고추와 호박을 넣은 된장찌개입니다. 매콤한 음식을 잘 먹고 좋아합니다. 먹는 것을 생각하니, 급 배가 고파지네요.
다시 돌아와서, 현재 살고 있는 안양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음을 할까 합니다. 안양 충훈부에서 4년째 살았습니다. 2층 작은 방으로 화장실도 밖에 있고 부엌도 없습니다. 물 나오고 씻는 공간에서 ‘브루스타’를 바닥에 두고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습니다. 여름에는 열이 잘 안 빠져서 너무 덥고 겨울에는 한기가 잘 안 빠져서 너무 춥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훈부가 좋습니다. 이곳에 마음을 준 것은 안양천 산책로와 벚꽃입니다. 집에서 나와 길만 건너면 안양천과 이어지고 안양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안양천 산책로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벚꽃은 3월이면 팝콘처럼 꽃을 터트립니다. 집주변에 하얗게 흐드러지게 핀 벚꽃……. 벚꽃 비를 맞으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안양 충훈부. 안양에 살고 있는 26살 함지영입니다. 앞으로 세상을 규명하는 즐거운 여행 글쓰기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