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리고 1, 그리고, 44, 그리고 6이다. 아니 거기에다 70이라는 숫자를 더해야 하겠다. 큰오빠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숫자들이다. 큰오빠는 11월 어느 날 새벽 6시,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심장 압박술을 할 줄 모르는 아내와 그 장면을 지켜볼 뿐인 70대의 아버지 앞에서다. 손가락을 바늘로 후벼파듯 따도 깨어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40대에 잃고 홀로된 후부터 알콜 중독이다. 그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큰오빠가 오늘 저세상으로 갔다. 5남매의 맏이였던 큰오빠, 장애인인 작은오빠, 동생들 학비를 대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나. 살았을 적 모든 갈등들만 남겨 두고 큰오빠는 이제 없다.
회사 다니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으리라. 장애인이며 백수로 큰오빠에게 얹혀사는 작은오빠와도 말다툼을 좀 했으리라. 알콜 중독인 아버지와는 또 어떤 문제로 언성을 높였을까? 이제 5학년인 아들들은 얼마나 걱정했을까? 그 모든 것이 이제 정리된 채 큰오빠는 차갑게 누워 있다.
큰오빠와 나는 좋은 추억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왜 그리 퉁명스럽고 괴팍하던지 난 큰오빠가 밉기만 했다. 지금은 다르지만 그때는 정말 밉기만 했다.
큰오빠는 자신의 삶을 여한 없이 살았을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았을까? 큰오빠는 혼자 괴롭고 울고 싶을 때 곁에 누가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못했을 것 같아 가슴이 아리고 후회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