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하다 _봉혜선

posted Dec 20, 2016 Views 1030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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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립정보도서관 봉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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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발생, 발견, 발산, 발전

  오전 운동 나갈 때면 포드득대며 소리지르는 새. 떨어져 고인 낙엽 닮은, 날아다니는 새들이 환영하듯 앞서 가는 걸 보며 걸어간다, 걸어댄다, 걸어본다. 새들만이 나를 반기는 유일한 생명체인 듯한 비련, 비릿감이 덤이다. 자연은 자연끼리 닮아 있음도 알게 되었다. 이것도 덤. 또한 거기에도 끼더들 자리가 없음을 자각, 나는 자꾸 좁아짐, 좁하져야 함.
  내가 나를 설명해야 하다니. 이건 군중 속에 섞여 사는 비애이다. 내가 나로서 때로 조연, 단역, 엑스트라이지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하니 주인공은 주인공으로 존재하지 설명으로 나타내지는 건 아니다.
  지금의 노력은 평정을 위한 것, 그리고 아무 것도 못한 날을 소망하고 있기도 하다. 말이나 글의 끝을 명확하게 맺지 못하는 것, 생각의 방향에 알 수 없는 탄성을 붙이는 것. 지금은 그런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나는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그리고…….

- 이건 나만의 노트, 나만의 필기구입니다.

  2. 이루다, 이루지 못하다

  내보일 것 아무 것도 없다는 자괴감, 내보낼 것을 모으고 잇다는 지루함, 그리고 눈 밝은 짓. 아니 마음 밝은 짓. 그러려고 눈이 흐려져도 계속 독서하는 중. 밝은 조명 아래 반짝이는 머리, 가버린 청춘에게 작별인사하듯 번득이는 은빛 손짓, 눈짓이 늘어난다. 아직 깨달은 것이 뭔지 기억나지 않아 자꾸 안개 속 같은 판단의 교차.
  책에서 손을 놓은 순간에 왜 적응이 안되는 거지. 그런 희생으로 나는 어떤 상태인가. 내가 움직인다는 건 너를 보고 싶다는 거다. 내가 머를 못 움직이는 건 너를 보고 싶다는 거다. 너의 모든 말이 와 반짝거린다.
  나다운, 나 닮은, 나를 잘 표현하는 듯한, 내가 좋아하는 빛깔 모양으로 나를 꾸미면 나는 내가 될까. 나를 어디에 우겨넣어야 하는가. 오늘도 하루라는 선물, 즉 1440이 있다. 욕망아 말걸지 말아라.

- 아날로그적 글씨쓰기에 지친 불편한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