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사랑길 기행] 우산을 든 석상(石像) _김경주

posted Nov 25, 2015 Views 573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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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이미지_김경주_bw.jpg

  낯선 공기가 나를 반긴다. 성북동 사랑길은 가을 끝자락의 냄새로 그윽하다. 축축한 낙엽 냄새가 몸을 감싼다. 낙엽향이 바람과 춤을 추며 그때의 그들의 시간으로 이끈다. 상허 이태준의 가옥으로,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으로, 평생 백석을 기다린 김영한 여사의 대원각으로, 김영한 여사의 뜻을 받아들인 법정스님의 길상사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공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해 한용운이 조선 총독부를 등지고 북향으로 심우장를 지었듯이, 김영한 여사가 ‘천억 재산이 어찌 그의 시 한 줄에 비할 수 있으랴’라고 말하며 법정스님에게 대원각을 넘겼듯이, 그들의 사랑은 우산을 든 석상(石像) 같다. 돌아 앉은 석상과 그들을 받쳐주는 우산, 만해 한용운이 들고 있는 우산, 김영한 여사가 들고 있는 우산, 법정스님이 들고 있는 우산…. 앞으로만 걸어가는 군중 속에서 그들은 돌아 앉아 있다. 도주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기 위하여…. 그들을 따라 나도 돌아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