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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한다 _박지윤

posted Nov 30, 2015 Views 582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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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신발.jpg
  그는 내 마음을 안다고, 나를 믿는다 했다. 나를 믿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따뜻했다. 행복했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모르겠다고 했다. 따뜻함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내가 주었던 사랑은 막연했고 끝났다. 사라졌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면 결국 내가 더 아플 테니까. 나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공감했고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라도 그냥 받아드리면 마음이 편했다. 상대에게 요구하지 않는 사랑이 좋다. 내 마음이 편할 수 있었고 행복했다. 그런 사랑은 왔다가 간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주체적인 사랑.

  그러나 사랑 없이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랑 속에서 태어나고 사랑 속에서 살아가고 사랑으로 죽는다. 사람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영원? 끝이 없다는 것,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영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개념의 문제다. 헤겔의 사유에서처럼 ‘부족한 내가 부족한 너를 만나 사랑하고 자녀들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관념적인 사랑’이라면, ‘내 안에서 나를 확인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왔다 갈 수밖에 없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관념적인 사랑.

  바디우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사랑은 융합적인 것이라는 관념에 대한 거부’다. '사랑은 구조 속에서 주어진 것으로 갖게 되는 두 사람이 황홀한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동일자를 타자의 제단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둘이 있다는 후(後) 사건적인 조건 아래 이루어지는 세계의 경험 또는 상황의 경험이다.’ 사랑이란 두 사람의 ‘접근’이다. ‘만남의 사건으로부터 기원하는 사랑은 무한성 또는 완성될 수 없는 경험의 피륙을 짠다.’ 무한하기에 완성될 수 없기에 사랑은 도처에, 여기 저기에 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마침내 사랑한다……. 관계론적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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