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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리뷰] 아르튀르 랭보에게 _이우

posted Oct 21, 2015 Views 343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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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튀르 랭보에게
이우

너를 읽고 있다
수세미 꽃피던 구청 뜨락에 앉아,
오이꽃 피고 진 밭머리에 앉아,
달맞이 꽃흔드는 달빛에 걸터 앉고,
발정난 고양이 옆 할미꽃으로 고개 박으며,
한여름 뙤약볕 아래 접시꽃으로 흔들리며,
모두,
읽고 있다
그는 어두운 것들을 얼마나 만끽했던가*
덧창이 닫혀 있는 높고 파란색의*
지독하게 습기 찬 텅빈 방에서*
패랭이, 패랭이, 패랭이
쑥부쟁이, 쑥부쟁이, 쑥부쟁이들이,
투구 쓴 아마존의 여전사 각시꽃들이,
검고 하얗고 붉고 파란 모음들이,**
언젠가 너희들의 은밀한 탄생을 말하리라**
검은 코르셋들이 아케이드를 걷고,
설현이 보정하지 않았다는 몸매로 가게를 지키고,
녹슨 계단 기슭에 악마들의 청구서가 쌓인다
모기떼 팽팽 날고,
창문이 피범벅이고,
겨울이 오고 있다
빌어먹을, 그래서 만약 태양이 이 기슭을 떠난다면***
달아나라****
검고 하얗고 붉고 파랗게 달아나라
달아나라 꽃들아



.........

*아르튀보 랭보의 시 <일곱 살의 시인들(Les Poetes de sept ans)>에서
** 아르튀보 랭보의 시 <모음들(Voyelles)>에서
*** 아르튀보 랭보의 시 <미셸과 크리스틴(Michel et Christin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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