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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숫자를 만든 적은 없다.
대한민국이 나에게 무심결 부여한 거다.
그 숫자 안에서 산다.
그 숫자로 신용카드를 만들고, 그 숫자로 핸드폰을 사고,
그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과 웃기도 하고 화도 낸다.
그 숫자는 말이 없지만,
그 숫자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지만,
그 숫자는 나를 나로 증명한다.
가끔은 나보다 더 나다.
그런데 내 자식들은 그 숫자를 모른다.
하기사 자기들 숫자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내 자식들은 나를 잘 식별한다.
내 냄새로, 내 목소리로, 내 살갗 만지며
하여간 나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