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환
3월 초에 경북도립대에 와서 가장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람에 대한 학문이고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것, 주체 철학, 객체 철학, 자본주의를 비판한 칼 마르크스, 그리고 '기존 체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순수한 결단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친 타자의 타자성'이라고 말한 현대철학자 알 튀세르 등은 나를 설레게 했다. 절대적이란 것은 없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초,중,고 12년과 수능. 그리고 전단지 시간제(아르바이트, arbeit), 육체 노동(시쳇말로, 노가다), 신문 돌리기, 우유 배달, 마트 주차장 시간제 근무, 공장 노동이 ‘나’일까?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했고, 1년 동안 재수학원에서 재수도 해보고 여러 친구도 만나 보았는데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세습되는 자본주의에서 살아 가면 갈수록 살기 어려워 질 것이고, 1%의 자본가를 제외한 99%의 노동자 모두는 객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공부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어 먹고 살기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돈을 번다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대학교를 나온 수 많은 청년들의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자살률 1위의 우리나라에서 나는 주인이 되어 스스로 삶을 선택할 기회가 오기는 할까? 대체, 나는 누굴까? 기존 체제의 변화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