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 왈책 5월 독서토론 『소년이 온다』
○ 대상 도서 : 『소년이 온다』(한강 | 창비 | 2014년)
○ 일시 : 2015년 5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 10시
○ 장소 : 모임공간 에피( http://www.space-epy.kr )
○ 주관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www.epicurus.kr )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한강 | 창비 | 2014년)를 읽었습니다. 작가 한강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리고는 있지만,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출판사의 책 소개에도 불구하고 존재와 세계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 위에 글쓰기 기법만 더한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대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해야 했습니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썼다고는 하지만 5분짜리 다큐멘터리(documentary) 영화 한 편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 한강이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도 답하지 못하는 인간의 삶과 세계를 작가 대신 걱정해야 했습니다. 아우슈비츠 현장을 목격하고 작가 한강과 같은 존재론적 고민을 했던 증언 작가 ‘프리모 레비'(1919년~1987년), 조국 이스라엘의 "미숙한 파시즘적 선회" 등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수치심에 67세 되던 어느 봄날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했던 ‘프리모 레비'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국가 경찰 또는 법의 폭력은 다시 이와 매우 다른 체제로서 포획하고 장악하는 동시에 포획할 수 있는 권리를 제정하는 폭력이다. 체제와 일체가 된 이 구조적 폭력은 모든 종류의 직접적 폭력과 대립한다. 국가는 종종 “폭력의 독점”으로 정의되어 왔지만 이러한 정의는 또 다른 하나의 정의, 즉 국가는 “법치국”이라는 규정에 기반하고 있다. 국가에 의한 덧코드화는 이처럼 법을 규정하는 구조적 폭력, 즉 법을 전투적 폭력이 아니라 “경찰적” 폭력으로 규정하는 폭력이다. 폭력이 폭력 행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창조하는데 기여할 때마다, 포획이 포획하는 것 자체를 만드는데 기여할 때마다 법의 폭력이 행사된다. (...)
국가는 다양한 점의 집합을, 즉 아주 특수하며 서열상으로는 아주 다양한 지리적, 인종적, 언어적, 도덕적, 경제적, 기술적 점들을 공명시킨다. (...) 그리고 성층 작용에 의해 작동한다. 즉 수평적인 선들의 내부를 상하로 가로지르는 계층화된 수직체를 만든다. 국가는 이러한 요소들이 이제는 외부적인 것이 다른 요소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끊어낼 때만 비로소 이처럼 특정한 요소들을 소유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들은 금지하고, 억제하고, 관리되어지는 것이다. 국가 자체가 하나의 회로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선 공명을 위한 내부 회로일 뿐이다. 모든 국가는 국지적이 아니라 전면적인 통합이며 빈도가 아니라 공명의 잉여 작용이며, 중간에서의 극화 작용이 아니라 성층작용의 조작이다. (...)
권력은 피라미드적인 것이 아니라 선분적?선형적이며, 높은 곳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성에 의해 작동한다. 사법적 권력은 도달할 수 없는 최고 법원의 판사들에게 행사되기보다는 직접 피고들이 대면하는 문지기(수위)?서기?하급관리에 의해 행사되고, 학교에서 권력은 교육부 장관이나 장학사?교장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교사에 의해 행사되며, 공장에서의 권력은 사장이나 이사 들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십장에 의해 행사되고, 군대에서의 권력은 총사령관이나 사단장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하사관들에 의해 행사된다. 이는 그들이 바로 선분의 양끝을, 그 절단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고(선분성), 그 선분들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나의 직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선형성) ...
- 들뢰즈·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