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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 왈책 6월 독서토론 『몸의 일기』 Vs 『채식주의자』

by 이우 posted May 29, 2016 Views 907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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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토론 요강

   ○ 토론명 : 왈책 6월 독서토론 『몸의 일기』 Vs  『채식주의자』
   ○ 대상  도서
      - 주 도서 : 『몸의 일기』(다니엘 페나크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 원제 : Journal d'un corps, 2012년)
      - 보조 도서 : 『채식주의자』(한강 · 창비 · 2007년 · 영문판 : The Vegetarian)
   ○ 일시 : 2016년 6월 24일(금) 오후 오후 7시 30분~10시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사직동 사무실, 아래 약도 참조, http://www.epicurus.kr/Map )
   ○ 참가비 : 1만원(현장 납부)
   ○ 주관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www.epicurus.kr )

    이 독서토론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Open Group입니다.
    가능한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으시고 여의치 않으면, <몸의 일기>만 읽으십시오. 시간이 나신다면, 김훈의 <화장>도 읽으십시오. 영화 <화장> 보지 마시고^^. 영화 <화장>은 왜곡되어 있습니다.


□ 주 도서 책 소개 및 저자 소개

Daniel_Pennac.jpg   ○ 저자 소개 : 다니엘 페나크(Daniel Pennac, 1944년~현재)

  본명은 다니엘 페나키오니. 1944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아시아.유럽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에는 열등생이었으나, 그 시기에 독서에 대한 남다른 흥미를 갖게 되었다. 프랑스 니스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26여 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73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에서 보여준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으며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밖에 강압적인 독서 교육을 비판하고 책읽기의 즐거움을 깨우치는 『소설처럼』,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학교의 슬픔』 등의 에세이와 소설, 시나리오를 발표했으며, 한 남자가 10대부터 80대까지 몸에 관해 쓴 일기 형식의 소설 『몸의 일기』는 2012년에 발표되자마자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1995년부터 교직에서 물러나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교실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미스터리 비평상(1988년), 리브르앵테르 상(1990년), 르노도 상(2007년)을 수상했다.


   ○ 출판사 책 소개 : 『몸의 일기』(다니엘 페나크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 원제 : Journal d'un corps, 2012년)

  그래, 리종, 이건 오로지 내 몸에 관한 일기란다. 배설, 성장통, 성(性), 질병, 노화, 죽음.... 가식도 금기도 없는 한 남자의 내밀한 기록.『소설처럼』의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차린 ‘삶’의 성찬!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에게 남긴 선물. 그 선물은 바로 “평생 동안 몰래 써온 일기장”이다. 3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선생님,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 『소설처럼』 『학교의 눈물』의 작가, 기발한 상상력과 소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출간 당시,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프랑스 서점가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의 일기라니…… 도대체 몸에 관해 일기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투병기? 건강을 지키는 비법? 아니면 몸을 멋지게 가꾸는 비법? 페나크는 놀라운 발상과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성실성으로 문학에서는 낯설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는 익숙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한 남자가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 몸이 신호를 보낼 때마다 상태를 충실히 기록해온 것이다.(무려 한 남자의 70년이 넘는 삶을 일기로 풀어놓는 작업은 영감 못지않게 성실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 것이다.) 주인공은 아주 진솔하게,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혹은 잃어버린 몸을 직시하고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라고 했듯이, 몸에 관해 쓰겠다고 작정하고 쓰기 시작한 일기엔 결과적으로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애환이 다 녹아 있다. 

책_몸의일기_s.jpg  세상을 떠난 남자가 딸에게 남긴 선물. 10대에서 80대까지 평생 동안 남몰래 쓴 ‘몸의 일기’

  "루소가 산책길에 식물채집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 몸을 채집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17세 2개월 17일)

  이 일기의 주인공 ‘나’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산송장이 되어 돌아온 아버지와, 자식을 낳음으로써 그런 남편을 회생시켜보겠다는 희망을 품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뒤에도 원하던 효과를 보지 못한 어머니는 그를 “아무짝에도 써먹을 게 없는 존재”로 여기고 아버지에게 떠맡겨버린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 흉내를 내게 되고,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환자처럼 살려고 했으니, 그에게는 ‘몸’이라는 게 없어진 셈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에게 살아갈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수준 높은 교양 교육을 시켰고, 그 결과 아이는 정신적으로는 나이에 비해 조숙하지만 몸은 거의 없다시피 한 불균형한 존재가 된다. 열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이는 몸이 없는 그림자처럼 집 안을 떠돈다. 거울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그런 아이는 열두 살 때 보이스카우트 활동 중 숲에 혼자 버려져 극한의 공포를 체험한 다음 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첫 일기의 첫 문장은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나’가 몸의 일기를 쓰기로 한 건 바로 겁먹은 자기 자신에게 ‘몸’을 돌려주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난 이 일기장에다 강렬한 느낌들, 심각한 두려움들, 질병들, 사건들뿐 아니라 내 몸이 느끼는 것(혹은 내 정신이 내 몸에게 느끼게 하는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묘사할 것이다.”(36쪽)

  몸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

  보통 ‘일기’라 할 때 떠올리게 되는 ‘내면 일기’가 주로 정신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라면, ‘몸의 일기’는 몸이 신호를 보내올 때마다 몸의 상태를 충실히 기록해놓은 것이다. 내 정신을 구현하는 매체, 주체인 ‘내’(정신)가 관장하는 몸. 어려서는 인식조차 못하고, 나이 들어 인식했을 때는 고장 나 짐스러워진 몸. 우리의 이러한 일반적인 몸에 대한 인식과 무심함을 이 책은 뒤엎는다. 특수한 어린 시절 덕에 식물 채집하듯 자기 몸을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로 평생을 살아온 80대 노인은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죽음이 멀지 않은 시점에, 몸을 대하는 여유로운 관조의 자세를 보여준다.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86세 2개월 28일)

  몸을 무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몸을 길들이고 몸을 정복하고 몸의 주인이 되려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동거인으로 여기는 것. 이러한 태도 때문에 화자는 그토록 솔직한, 몸을 객관화한 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요동치는 마음의 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오늘 내가 쓴 것이 50년 뒤에도 같은 의미를 갖고 있길 바”라는 엄격함에 기반한 이 일기에는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상황이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명, 건강염려증, 동성애, 구토, 티눈, 월경, 용종, 불안증, 성 불능, 불면증, 몽정, 자위, 섹스, 권투, 수영, 비출혈, 비듬, 코딱지, 현기증, 악몽, 위내시경 검사, 건망증, 노안, 몸을 긁는 쾌감, 오줌 누는 기술, 똥의 모양, 코피, 설태, 전립선비대증, 수혈, 치매…… 이러한 충실한 기록 행위는 정신과 몸 사이의 소통을 도와주고, 소외되었던 몸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또 충치라든가 과식, 이명, 현기증 같은 ‘몸’의 사소한 증상들이 얼마나 정신에 영향을 끼치고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지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평생에 걸쳐 꼼꼼하고 세심하게 ‘몸의 일기’를 써왔음에도, 여든이 넘은 일기의 주인공은 새로운 몸의 변화를 대하며 “우리 몸은 끝까지 어린아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내게 시간이 주어졌으면, 내 세포들이 느긋해졌으면……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일기이기에 이 일기엔 금기가 없다. 양치질의 귀찮음, 가려운 곳을 긁는 즐거움, 코딱지를 가지고 노는 재미, 나이에 따른 대변의 변화 등 차마 타인에게 털어놓기 힘든 아주 내밀한 경험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일기의 주인공은 자기 몸에 관해 말하고 있지만, 독자는 읽으면서 우리 자신의 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성별도 상관없이. 너무나 개인적인 상태들의 기록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몸이라는 비밀 정원이야말로 공동의 영토이기도 하다는 걸 점차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제일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는 충격은 ‘공감’이다. 독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 일기에서 보게 되면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서운 엄마, 친구들에게 섞이지 못한 외로움과 공포, 2차 성징을 겪는 당황과 혼란, 어린 시절의 위험한 장난, 사춘기 아들의 뿌루퉁한 표정을 마주한 아버지의 심정, 노안으로 안경을 처음 맞추러 간 날, 무덤 꽃이라 불리는 검버섯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 손주가 태어난 순간의 환희, 퇴직 후에 대한 불안감, 노화로 인한 건망증, 치매 걱정, 동성애를 대하는 노인의 태도, 전립선 수술,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일 등, 나의 과거이자 내 아이의 현재, 나의 미래이자 내 부모의 현재를 보면서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 삶의 부침(浮沈)을 독창적인 관점과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언어로 표현한 매혹적인 이야기꾼 다니엘 페나크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 보조 도서 책 소개 및 저자 소개

 저자_한강_s.jpg  ○ 저자 소개 : 한강(1970년~현재)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 선정 소식이 잇따르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  『채식주의자』(한강 · 창비 · 2007년 · 원제 : 영문판 The Vegetarian

  올해로 등단 13년째를 맞는, 70년대생 작가의 선두주자였던 소설가 한강이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창비에서 출간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상처, 욕망, 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책_채식주의자_s.jpg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수작으로 극찬을 받으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2부 「몽고반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은 결국 영혜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된다. 

  숨막힐 듯한 식물적 상상력의 궁극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작가가 10년 전 발표한 단편 「내 여자의 열매」(『내 여자의 열매』, 창비 2000 수록)에서 선보였던 식물적 상상력을 궁극의 경지까지 확장시킨 인물이다. 희망없는 삶을 체념하며 하루하루 베란다의 ‘나무’로 변해가던 「내 여자의 열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와 통한다.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생로병사에 무감할뿐더러 몸에 옷 하나 걸치기를 꺼리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더 나아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채식주의자」)라고 믿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가 되는 듯하다. 

  반면 영혜 주위의 인물들은 육식을(영혜 남편), 혹은 영혜의 몸과 몽고반점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영혜 형부) 지독하게 욕망한다. 그들의 욕망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고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인간의 욕망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영혜로 표상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의 경지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가로지르는 소설 미학이며, 이야기로서든 상상력으로서든 감각으로서든 우리 소설의 차원을 확장시키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 오시는 길 :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237-1번지(사직로 66-1) 한라빌딩 205호(전화 : 02-389-7057)

에피쿠로스_사직동_870.jpg

      전철 : 3호선 경복궁역 하차 → 7번 출구 → 사직터널 방향 600미터(도보 10분)
      버스 정류장 : 사직단(ID: 01-113), 사직단(ID: 01-128)
      주차 시설이 없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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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토론 요강     ○ 토론명 : 왈책 2월 독서토론 『슬픈 짐승』     ○ 대상 도서 : 『슬픈 짐승』(모니카 마론·문학동네·2016년)     ○ 일시 : 2019년 2월 22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사직동 사무실, 아래 약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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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09
    Jan 2019
    13:28

    [완료] 왈책 1월 독서토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 독서토론 요강 ○ 토론명 : 왈책 1월 독서토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 대상 도서 :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김수영연구회 · 민음사 · 2018년) ○ 일시 : 2019년 1월 25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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