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명 : 왈책 7월 독서토론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
○ 대상 도서 :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김영하 · 문학동네 · 2019년)
○ 일시 : 2019년 7월 26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사직동 사무실(www.epicurus.kr)
○ 참가비 : 1만원(현장 납부)
○ 일시 : 2019년 7월 26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사직동 사무실(www.epicurus.kr)
○ 참가비 : 1만원(현장 납부)
이 독서토론은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는 Open Group입니다.
수집가(蒐集家, collector). 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사물들을 수집한다.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나아가 피규어(figure,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관절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인간이나 동물 형상의 장난감), 마그넷(magnet, 냉장고 자석), 따조(딱지의 일종), 미니카(mini-car, 장난감 자동차), 병뚜껑, 유명한 사람들이 소유했던 소소한 물건들……. 이들이 모으는 것은 영어 ‘collection’이 의미하듯 먼지와 같은 퇴적물들이다. 수집가는 사물을 그것 자체의 기능적인 연관들로부터 떼어내 자신의 체계, 자신의 진열대에 진열하면서 자신만의 기쁨을 느낀다. 이때 수집된 사물의 기능성은 수집가가 정한 규칙에 따라 분류된다. 사물이 자신에게만 관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말한 것처럼 “수집은 상기(想起)의 한 형식이며 '가까이 있는 것'의 온갖 세속적인 현현 중에서 가장 구속력이 강한 현현”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수집가들은 자신의 수집품을 현금화한다. 신비화된 소유 형식. 카를 마르크스는 "사유재산이 우리를 너무나 어리석고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사물은 오직 우리가 그것을 소유할 때만 비로소,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자본으로 존재할 때 또는 우리에 의해 사용될 때라야 비로소 우리 것이 된다. 모든 육체적·정신적 감각 대신, 이 모든 감각의 단순한 소외, 즉 소유하는 감각이 나타났다"(칼 마르크스, 『역사유물론』)고 말했다.
작가 김영하는 말(言語)을 수집한다. 그는 어느 방송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와 “나는 말을 수집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스스로 ‘말(言語)의 수집’이 취미라고 밝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말을 수집한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말'을 수집해 상품 진열대에 올리는 수집가가 맞는 모양이다. 수집가는 시장(市場)에 떠도는 ‘멋져보이는’ 말들을 모으고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배열하고 진열한다. 가끔, 수집가는 판매를 위하여 사물들의 배후를 숨기거나 키치(kitsch, 모조품이나 저속한 작품)로 소비자를 속인다. (중략)
작가 김영하는 말(言語)을 수집한다. 그는 어느 방송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와 “나는 말을 수집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스스로 ‘말(言語)의 수집’이 취미라고 밝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말을 수집한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말'을 수집해 상품 진열대에 올리는 수집가가 맞는 모양이다. 수집가는 시장(市場)에 떠도는 ‘멋져보이는’ 말들을 모으고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배열하고 진열한다. 가끔, 수집가는 판매를 위하여 사물들의 배후를 숨기거나 키치(kitsch, 모조품이나 저속한 작품)로 소비자를 속인다. (중략)
이 수집가에게 속아 어떤 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찬찬히 읽어보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으면 이렇게 표시를 해봤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성’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않는다.” 이 수집가에게 속은 출판사는 이렇게 쓰고 있다. “상념의 자락들을 끄집어내 생기를 불어넣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의 성찬이 담겼다. (중략)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대한 색다른 인문학적 통찰이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영하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오우! 이렇게 확대·재생산된다. "이 '인문학적 사유의 성찬'은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으니 그냥 이 순간을 즐기자고 말한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납이든 망가진 것이든 여러 개의 의치를 갖고 싶어하는’, 즉 신비화된 소유의 감각을 지닌 수집가여, ‘빛바른 벽지 위에서 희미한 가스등에 의지해 책을 읽는’ 수집가의 방에서 나오시길, 말과 사물들을 자신의 공간으로 옮기지 말고 얽히고 설킨 사물들이 있는 세상으로 나오시길……. 이것이 여행의 이유이니.
(<[리뷰]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 : 김영하는 말(言語)을 수집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