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명 : 왈책 9월 독서토론 『동정에 대하여-가장 인간적인 감정의 역사』
○ 대상 도서 : 『동정에 대하여-가장 인간적인 감정의 역사 』 (안토니오 프레테·책세상·2019년·원제 : Compassione. Storia di un sentimento)
○ 일시 : 2019년 9월 27일(금) 오후 7시 30분~10시 30분
○ 장소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사직동 사무실
○ 진행 : 인문학공동체 에피쿠로스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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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말하자면, 이 책의 저자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년~1900년)가 말하는 '학자'다. "훌륭한 시계다. 태엽을 제대로 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간을 알리며 보잘 것 없기는 하지만 소리까지 낸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00년 · 원제 : Also sprach Zarathustra, 1885년, <학자에 대하여> p.213). 서두에 "동정(同情, compassione)이란 함께(com) 나누는 열정(passione)이며, 동시에 함께 나누는 아픔, 고난(passione)에의 참여"라고 잘 정의해 놓고 책 안에는 '참여'가 없고 '슬픔과 비탄(피에타, Pieta*)만 가득하다. 저자는 정(情, passione**)을 불가능성을 마주한 인간의 고난과 슬픔, 비탄으로 한정해 놓고 "훌륭한 시계처럼" 문학과 회화 예술에 나타난 슬픔과 비탄만을 가려내어 이용한다. 즉, 그는 연역(演繹, deduction***)한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주인공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상실, 사람에서 쓰레기로 추락하는 '동정의 상실'이야기"(p.150~151)라고 말하며,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를 두고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동정"(p.150~151)이라고 말하며, 반 고흐에서 샤갈까지 "동정의 색깔"이라고 말하며, 근대의 자본시장을 비판하는 시인 보들레르를 "동정의 문학"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1871년~1919년)의 글 중에서 물소'에 관한 글만 빼내어와 동물의 고통을 바라보는 인간의 동정을 "피조물의 감성"이라고 정의한다. 말미에는 아들(예수)의 시체를 안고 있는 어머니(마리아), 즉 이런저런 피에타(Pieta, 슬픔 혹은 비탄) 작품들로 가득 채운다. 이 책에는 울음과 슬픔, 비탄만이 진열된다.
스피노자(Benedict de Spinoza, 1632년~1677년)는 주저 <에티카(Ethica)>를 통해 정(passion)으로 비루함, 자긍심, 경찬,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등 48가지****를 논의한다. 오래전 동양의 전통 사유에서 정을 사단칠정(四端七情*****)으로 구분해 사유하고 있다. 서두의 글처럼 "동정(同情, compassione)이란 함께(com)나누는 열정(passione)"이며 "참여"다. 우리는 기쁨을 나눌 수 있으며, 기쁨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분노의 감정을 나눌 수도 있으며, 촛불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사랑의 향연에 참여할 수 있다. 왜 저자는 다른 감정들(passion)의 함께(com) 나눔과 참여는 고려치 않고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고통의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허무주의자이거나, 신(God)의 명령에 복무하는 목자이거나, 목자에게 길러지는 양(羊)일런지도 모른다. 참여와 실천이 없는 동정은 쓸 곳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곳, 허물어진 담 옆, 엉겅퀴와 빨간 양귀비꽃 사이에 누워 있기를 좋아한다. 아이들과 엉겅퀴 그리고 빨간 양귀비꽃에게는 나 아직 학자다. 저들은 순진무구하다. 악의가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 그러나 양들에게는 나 더 이상 학자가 아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00년 · 원제 : Also sprach Zarathustra, 1885년, <학자에 대하여>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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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타(Pieta)’는 이탈리아 어로 ‘슬픔’ 혹은 ‘비탄’을 뜻하는 말로, 예수의 죽음에 대한 성모 마리아의 비애를 표현하는 말이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의 시체를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광경을 표현한 작품으로 여러 그림이나 조각으로 형상화되었다.
** 정(情, passion)는 어원적으로 열정, 흥미, 감정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고난과 슬픔, 비탄을 지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언어는 해당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 연역적 추론(演繹的推論, deductive reasoning)은 이미 알고 있는 판단을 근거로 새로운 판단을 유도하는 추론이다. 여기서 이미 알고 있는 판단은 전제, 새로운 판단은 결론이다. 진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따지는 귀납 추론과는 달리, 명제들 간의 관계와 논리적 타당성을 따진다. 즉, 연역 추론으로는 전제들로부터 절대적인 필연성을 가진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정의한다. 1.비루함, 2.자긍심, 3.경탄, 4.경쟁심, 5.야심, 6.사랑, 7.대담함, 8.탐욕, 9.반감, 10.박애, 11.연민, 12.회한, 13.당황, 14.경멸, 15.잔혹함, 16.욕망, 17.동경, 18.멸시, 19.절망, 20.음주욕, 21.과대평가, 22.호의, 23.환희, 24.영광, 25.감사, 26.겸손, 27.분노, 28.질투, 29.적의, 30.조롱, 31.욕정, 32.탐식, 33.두려움, 34.측은, 35.공손, 36.미움, 37.후회, 38.끌림, 39.치욕, 40.겁, 41.확신, 42.희망, 43.오만, 44.소심함, 45.쾌감, 46.슬픔, 47.수치심, 48.복수심.
*****사단칠정(四端七情) : 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